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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채널예스 :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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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아나운서가 밝히는 스피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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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말’을 피할 수 없다. 면접, 토론, 프레젠테이션 등에서 말로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에게 진심을 전달해야 한다. 이렇게 인생의 길을 결정하는 말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겐 장애물과도 같다. 누군가의 앞에서 말하는 게 두렵고, 말 잘하는 사람을 동경하는 이들을 위해 ‘바른 언어 전도사’ 김현욱이 나섰다. 그는 최근 『스토리텔링 스피치』를 펴냈다. 입시면접, 취업면접, 토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감을 100% 충전시키는 커뮤니케이션 처방전이다.

8월 21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골든벨 아나운서’ 김현욱의 스피치 강연회가 열렸다. 그는 2000년 KBS 26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도전! 골든벨>, <생생 정보통>, <스카우트>, <아침마당>, <체험 삶의 현장>등의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2012년 5월,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 ㈜아나운서의 대표이자 스피치 멘토로서 ‘스토리텔링 스피치’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커뮤니케이션

강연회에는 학생, 교사, 회사원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여러 이유로 스피치 비법을 배우고자 자리했다. 김현욱은 강연회에 참석한 이들 모두와 각각 인사를 나누었다.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하시는 일은요? 왜 스피치를 잘하고 싶은가요?”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첫 번째 원칙이 그의 인사에 담겨있었다. 그가 강조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첫 번째 원칙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상대방이다.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청자’예요. 듣는 사람이죠. 제가 여러분 한 분 한 분과 인사를 나눈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어떻게 저를 찾아오셨고, 듣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니까요. 많은 사람이 말을 할 때 자신의 말에만 집중해요.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겁니다. 듣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알아야 좋은 스피치를 할 수 있어요.”

올바른 대화는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자는 <아침마당>을 진행하며 겪었던 사례를 소개했다. 가족이 나와 함께 노래하는 코너를 진행했을 때였다. 당시 출연자로 60대 노부와 유치원생 늦둥이가 나왔었다. “언뜻 보기엔 할아버지와 손자 같은데, 실제 관계는 어떻게 되시죠?”저자가 건넨 질문은 시청자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동시에, 출연자가 하고 싶었던 말을 유도하며 대화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김현욱이 말하는 커뮤니케이션 비법은 청자와 화자의 역할을 오가는 데에 있었다. 일방적으로 화자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청자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접근해야 상대방의 입장에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논리적인 사고와 논리적인 스피치

김현욱은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답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라고 당부했다. 일련의 상황을 줬을 때 획일적이고 뻔한 답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로 창조하는 능력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학습 전문 코치인 노규식 박사가 제시한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6단계’에 아나운서 실전을 더한 비법을 공개했다.

1. 계획: 말하기에 앞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할지 계획한다.
2. 조직화: 말할 내용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조직한다.
3. 우선순위: 말하는 내용의 핵심을 파악한다.
4. 세부사항: 톤, 제스처, 표정 등 세부적인 내용을 점검한다.
5. 응용: 유머, 창의적인 말하기 능력 등을 응용한다.
6. 모니터링: 더 나은 스피치를 위해 되짚어 본다.
태어날 때부터 듣고 써온 우리말은 일순간에 위의 여섯 단계가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꾸준한 연습이 필수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말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중요한 스피치가 있다면 미리 연습하고 그 장면을 모니터링 하는 방법을 권했다.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려면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맞거나 틀리는 결과보다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진정성을 표현하는 능력

진심은 통하지만, 화자는 포장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말에 감정을 실어서 상대에게 자기 생각과 마음을 완벽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바로 ‘표현력’이다. 김현욱은 표현력을 기르는 여러 방법을 소개했다. 표현력을 결정하는 언어적 요소에는 복식호흡, 발성, 발음, 어조, 강세, 포즈(쉼) 등이 있다. 강연회에서 독자들과 함께 한 발성과 발음 연습법 두 가지를 소개한다. 실제로 저자가 아나운서 훈련을 할 때 쓰는 방법이다.

진정성을 강조하는 발성, 복식호흡
배꼽 주변 횡격막에 손을 대고 ‘하-헤-히-호-후’ 를 외친다. 어깨가 들썩이면 흉식 호흡이다. 이 경우 목을 많이 써야 하고 쉽게 목이 쉰다. 반면 복식 호흡을 하면 소리가 단단하고 오래간다. 발성은 5~6m 앞에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듯이 소리를 던져야 한다. 그래야 공기 중에 내 소리가 파장을 타고 나갈 수 있다.

낭독연습
한 호흡을 들이쉬고 43음절을 말하면 적당하다. 크기, 높이, 포즈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표현한다.

실전 경험을 갖춘 아나운서

수많은 젊은이가 아나운서를 꿈꾼다. 김현욱은 이들에게 실전 경험을 쌓으라고 충고했다. “결혼은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을 때 성공하고, 아나운서는 현실적일 때 된다.”라며 현실 감각을 강조했다. 저자의 경우 KBS에 입사하기 전부터 크고 작은 방송국에서 여러 진행 경험을 갖추었다. 다양한 상황 연습으로 실력을 갖춰야 면접 때는 물론이고 입사 후에도 도움이 된다.


키워드는 반복과 연습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당신의 입에서 나온 말 때문에 발목 잡힌 경험이 있다면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상대를 배려하고 말했는지, 논리에 맞는 이야기를 했는지, 혹은 상황에 맞는 적절한 표현법을 썼는지 되돌아보자. 김현욱이 강조한 스피치 비법은 꾸준한 반복과 연습이었다. 평소에는 말을 잘하는데 중요한 자리에서만 긴장을 하고 실력발휘를 하지 못한다면,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답은 노력이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말 잘하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면, 바른 언어 전도사 김현욱의 비법을 따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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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스피치
김현욱 저 | 주니어김영사
〈도전! 골든벨〉 김현욱 아나운서가 방송인에서 청소년을 위한 바른 언어 전도사로 나서기까지의 스토리와 청소년들이 자주 접하는 공식적인 말하기 상황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스피치 노하우를 담았다. 예를 들어, 회장선거를 위한 유세장에 나갈 때 어떤 식으로 연설을 준비하면 좋을지, 입시면접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수행평가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좀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비법이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구병모 “시집 읽으며 소설의 소재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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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한 권 내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아기 낳는 고통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이런 장편을 낸 후 어떻게 지내시나?

일상을 살고 있다. 데뷔년도에 비해 나온 책이 많아서 주변에서는 이제 좀 시간을 두라는 말을 한다(웃음). 너무 달렸나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지금 안 달리면 언제 달릴 건가 싶어서 계속 쓰고 있다. 장편 나오고 독자들이 읽고 의견을 나눠주는 일이 내겐 직장인들이 하는 프로젝트와 같다. 프로젝트 하나 끝났다고 직장인들이 푹 쉬진 않잖나(웃음). 소설 쓰는 것이 업이다 보니 회사 다니는 기분으로 쓰고 있다. 진중하게 창작하는 분에 비해 과속(?)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이해가 가지만, 생활방식을 이렇게 택했으니 할 수 있는 만큼 계속 쓰고 싶다.

작품 많이 쓰는 분 중에는 사실 말리고 싶은 분도 있다. 수준이 담보되지 않은 채 물량을 쏟아내니까. 구 작가는 그렇지는 않아서 더 달리라고 채찍을 가하고 싶다(웃음). 그만큼 양과 질이 다 담보되는 작가다. 지난 작품 중에 애착이 가거나 더 공들였으면 싶은 작품이 있나?

작가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소설을 쓰고 펴낸 뒤에는 잊어버린다. 세상에 작품을 내보낸 뒤, 품에서 떠나보낸 아이까지는 아니지만, 다음 작품에 정신이 가 있다. 그래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기보다, 다 똑같이 보낸 애라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지금은 『파과』가 제일 예뻐 보이고, 다음 작품이 나오면 그게 또 예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품을 낼 때보다 이번에 낸 것이 예전보다 낫다는 확신이 있다는 건가?

지난번보다 이번이 낫다고 생각한 작품이 딱 하나 있었는데, 읽어본 독자는 알 거다(웃음).

『파과』 , 제목과 표지가 시선을 잡아끈다. 제목이 가지는 의미와 왜 이런 제목을 정했나?

표지는 시안을 처음 보고서 이 표지를 뽑았다. 그런데 좀 선정적인 것 같아서 인터넷서점 메인 화면에 안 걸리면 어쩌지, 걱정도 했다(웃음). 주변에 소설 쓰는 동료 몇 명에게 이번 책 제목이 ‘파과’라고 했을 때, 한 번도 처음에 알아듣는 동료가 없었다. 무슨 뜻이냐고 다들 물었다. 언어로 생활하고 언어의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 거라고 여겼는데(웃음).

처음 쓰면서는 부서진 과일, 흠집이 난 과일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했는데, 결말 되기 전쯤에 머릿속에 결말을 그렸을 때와 결말에 다가갔을 때의 느낌이 달랐다. 흔히 생각하는 부서진 과일 뿐 아니라 이팔청춘을 가리키는 파과의 의미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목에 한자를 병기하지 않았다. 흠집이 난 과일로서 온전한 시절을 살아내지 못한 여성의, 그럼에도 그 여성의 부서진 과일이 이팔청춘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그 밖의 의미는 독자들이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선 작품들 제목을 보니, 최근에는 한자 제목을 많이 다는 것 같다.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는 없고, 소설 제목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거라면. 순우리말 쓰면 좋을 것 같은데, 최근 들어 단편소설의 주제가 심각해지고 소재가 과격해지는 것을 반영하는 것 같다(웃음).

제목만 독특한 것이 아니라 인물 이름도 특이하다. 왜 그렇게 지었는지, 에피소드가 있나?

주인공 이름을 지으면서 가장 신경 써서 지은 작품은 『아가미』였다. 물과 관련한 이름 짓느라고. 이번에는 좀 더 러프하게 지었다. 주인공 ‘조각’은 옥편을 보면 손톱 조(爪), 뿔 각(角)자를 쓴다. 방역업계를 주름잡은 여성의 손톱으로서의 기능을 강조하는 이름이면서 끝끝내 부서지지 않는 한 조각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투우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투우가 맞고, 해우는 ‘해우소’에서 온 것이 맞다(웃음). 류나 조는 성(姓)이라고 생각하면서 썼는데, 쓰다 보니 위화감이 생기는 부분이 있더라. 인물 대다수가 가명을 쓰니까, 조각이라는 인물의 기억 속에서 애칭으로만 남은 것으로 나 혼자 간주했다(웃음).
“한때 정도가 아니라 40대 중반을 넘어서기 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그녀는 업자들 사이에서 가명 대신 기억하기 더 쉬운 손톱으로 불렸고 애당초 가명인 조각부터가 손 실장의 아버지보다도 앞서 있었던 첫 번째 실장이 붙여준 이름이었다.”(p.51)
주인공 여자노인킬러가 강렬하다. 노인, 여자, 킬러의 조합은 거의 처음 접하는 것 같다.

내가 사람을 해하고 싶어서는 아니고(웃음), 주인공 처지를 보면 한창 때를 지나보낸 부서진 과일이면서 사회에서 잘 상대해주지 않는 위치의 사람이다. 타자성을 강조하고 싶은 측면이 있었다. 사회가 나이 든 분들을 대하는 방식도 그렇고,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타자로 간주하는 사회적 양식이 있잖나. 여성이면서 노년이면 한물갔다고 치부하는 대상이다. 그런 인물이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사회에 대해 거칠게 응전하는 방식이 킬러라는 직업으로 나타났다.

물론 작품이 작가의 의도대로 구현되는 것만은 아닌데, 어떤 창작의도로 이 작품을 썼나?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맞이하는 죽음에 대한, 소외되고 부서지는 것에 대한 찰나의 시선만 담을 수 있으면 만족하려고 한다. 부서지고 소외되는 것을 봐도 느낌 없는 분들도 있고, 내 아픔처럼 느끼는 분도 있는데, 한 번 더 돌아본다는 시선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이 가지는 의미는 여러 스펙트럼을 가지기 마련인데, 그런 개개의 시선이 중요하다고 본다. 뭘 느껴달라고 강요하면 안 될 것 같다. 한 번 스윽 돌아봐줌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Q&A

어떨 때 작품 소재나 영감이 가장 잘 떠오르나?

어떤 자리에 가도 이런 계통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웃음). 나는 일상이라고 생각하며 소설을 썼지만, 다른 분에겐 소재가 독특했나 보다. 나중에 기억을 못하는 일이 없기 위해 그때그때 뭔가 떠오르면 메모를 한다. 소재는 시집을 보면서 많이 떠올리는 편이다. 그런데 현대시인의 시집을 읽으면 70~80%는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더라. 그런 만큼 상상력이 풍부해진다고 생각한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데서, 내 식대로 해석하면서 상상력이 증폭된다. 시어 하나만 보고서도 소재가 떠오를 때도 있다. 소설의 옷을 입고 현실화가 되려면 그것과 마주치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도 냉장고를 청소하다가 쓰게 됐다. 일상의 소재가 상상력과 마주쳤을 때, 본격적인 소설의 소재가 돼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이야기는 냉장고 속 한 개의 과일에서 비롯되었다. 정확하게는 한때 과일이었던 것. 수명이 다한 것, 분해되어 형태와 본질을 잃고 일부 흔적만이 자기가 왕년에는 그 무엇 또는 그 누구였음을 강력히 그러나 사뭇 안쓰럽게 주장하는 유기화합물에 대한 시선의 발아는.”(p.334, 작가의 말 중에서)
주인공을 윤여정 선생이라고 읽으면서 읽었다. 특별히 생각한 모델이 있었나?

소설 쓰는 내내 모델을 두고 쓰진 않았다. 주인공 나이가 65세로 돼 있는데, ‘파과’에는 ‘64세의 여성’과 ‘16세의 소년’이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70대를 넘기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현실적인 액션이 불가능할 것 같고. 그렇다고 65세가 이런 액션을 구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소설적인 허구에 해당하는데 개인적인 희망사항도 반영된 모습이다. 모델은 없지만.
“아이보리 면 모자로 잿빛 머리를 가리고 작은 꽃무늬가 인쇄된 티셔츠에 수수한 카키색 바람막이 점퍼와 검정 일자바지 차림을 하고 짧은 손잡이의 중간 크기 갈색 보스턴백을 팔에 건 이 여성은 실제 65세이나 얼굴 주름 개수와 깊이만으로는 일흔 중반은 넘어 보인다.”(p.10)
영화나 드라마화가 된다면 주인공 배우는 누가 어울릴까?

소설 쓸 때는 소설 생각만 해서 2차 매체는 생각을 못했다. 읽어본 분들이 내용이나 소재가 영화적이라고 말해서, 다시 읽어봤는데,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영화나 드라마가 되는 것은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여성이 원탑 주인공이고, 노년의 여성이 주인공이라 투자를 못 받을 것 같다(웃음). 지금 영화화 얘기가 살짝 들어오기는 하나, 개봉하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고. 주인공은 십중팔구 노년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쓰진 않고, 젊은 배우가 분장을 해서 등장하지 않을까. <은교>에 박해일이 노인 분장을 한 것처럼. 그래야 투자가...(웃음)

어릴 적 꿈은 뭐였나?

소설가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게 열두 살 때였다. 그 이전을 기억하는 건 무리가 있다(웃음). 열두 살 이전부터 쓰고는 있었다. 소설이라기보다 기승전결도 없는 꾸며낸 이야기의 수준이었지만(웃음). 신문사의 신춘문예에 최초 응모한 때는 고3 올라가기 직전이었고, 옛날에 MBC청소년문학상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응모해봤었다. 어릴 때 쓴 것은 친구 몇 명이서 돌려봤고, 대학 가서는 교수나 동기, 선후배에게 보여줬는데 좋은 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서 나중에는 안 보여줬다(웃음).

작품을 안 쓸 때의 생활은 어떤가?

대부분은 애를 보기 때문에 순수하게 작품만 쓰는 물리적 시간은 많지 않다. 제일 부러운 사람이 아침 먹고 저녁 6시까지 일터에 나간 것처럼 시간 정해놓고 쓰는 사람이다. 나는 랜덤이다. 쓸 수 있으면 쓰고, 쓰지 않을 때는 애를 보거나 집안 대소사를 처리한다.

문학에 있어 재능이란 무엇일까?

나는 재능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라, 노력의 시간이 쌓이고 쌓여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내게 재능은 노력과 같은 말이다. 한 분야를 제대로 하려면 1만 시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데, 글쓰기도 그와 같은 것이다. 詩는 하늘이 줘야 한다. 시인은 하늘에서 그분이 오셨다고 생각한다.

한국나이로 서른넷에 등단을 했다. 등단하기까지 어땠나?

등단을 늦게 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회사생활을 계속 했고, 결혼도 했고, 평범한 생활을 하던 상태였다. 그렇게 생활을 유지하면서 올인 못한 것이 가장 큰 결격사유였던 것 같다. 계속 등단을 못하니 지치고 화도 났다. 공모전에 작품을 낼 때 나이를 적는 것이 있었는데,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단편소설로는 경쟁력이 없는 건가, 신선하지 않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침 떠올렸던 소재가 청소년 문학에 어울렸고, 그래서 등단을 하게 됐다.

청소년 소설과 성인소설을 넘나든다. 소설이라는 면에서는 같지만, 창작할 때 차이점이 있나?

다 같은 문학이라고 생각하고 쓴다. 기본적인 자세는 그렇지만 받아들이는 분은 그렇지 않더라. 두 개를 대하는 차이는 없지만,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청소년문학을 할 때도 문학을 하고 있다고 원고를 냈는데, 편집하는 분이 말이 어렵다고 바꿔달라는 경우가 있다. 채널을 그때그때 바꾸는 것이 내게도 숙제다.

좋은 의미에서 독자를 괴롭히고 고민하게 하는 작품을 쓰는 것 같다. 독자를 괴롭히게 만드는 이유나 쓰는 방식에서 독특한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사건에 있어서는 괴롭히는 편이 아니라고 본다. 힘든 이유는 문장을 읽다가 지치는 측면도 있을 테고, 장편소설에서는 『위저드 베이커리』이후는 ‘나’를 쓰지 않은 것 같다. 인칭에 있어서는 깊게 고민 안 하고, 소설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택하고 있다. 소설을 읽고 힘든 이유의 7할은 만연체 때문이 아닐까. 만연체를 쓰다 보니 나의 오만가지 오욕칠정이 들어간다. 그러다보니 독자들이 인물이 겪는 바닥까지 느끼시는 것 아닐까. 『파과』는 지금까지 써 온 어떤 책보다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이 강하지 않나 싶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나?

단편을 엮어 내년 하반기쯤 내려고 한다. 장편 두 편 정도 구상중인 게 있다. 청소년문학도 두 편 중에 있고, 지금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조만간 나오지는 않을 테고, 목록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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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구병모 저 | 자음과모음(이룸)
겉모습은 평범한 60대 노부인이지만 실상은 그들의 언어로 ‘방역’이라 부르는 청부살인을 업으로 하는 여자, ‘조각(爪角)’. 그녀는 지난 40년 동안 수많은 표적을 단숨에 처리하며 어느덧 업계의 대모의 위치에 이른 프로페셔널이다. 무정하고 냉혹하게 스스로를 단련해온 지난 세월 동안 그녀는 삶의 희로애락에 무감각했으며, 여성으로서의 행복 역시 남의 이야기로 치부했다. 그렇게 철저한 단절과 고독으로 유지되던 황량한 삶에 어느 순간 변화가 찾아왔다. 환갑을 넘긴 나이인 만큼 기억력이 떨어지고 몸이 삐걱거리는 건 예삿일인데, 느닷없이 ‘타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인데…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편혜영, 정호승 작가가 글을 바라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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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무대는 W&Jas의 노래 「Green」 으로 시작했다. 희망적인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곡이었다. 새로운 여성 보컬을 Jas를 영입한 뒤 새로운 색을 보여주고 있는 W&Jas는 만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주었다. 간단한 인사가 끝난 뒤, 편혜영 작가가 무대 위로 올라와 독자들을 만났다.




새 책을 출간한 기분은 어떠신가?

편혜영: 이번이 여섯 번째 책이지만 흰 백지에 쓴 글자가 책이 되는 과정은 늘 신기하다. 책이 내 것 같기도 하고 남의 것 같기도 하다. 애틋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발뺌하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자꾸 물건으로서의 책을 만져 보게 된다.

1년에 한 권씩 책을 내고 있다. 꾸준히 작업을 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편혜영: 처음에는 쓰는 글에 엄격했다. 사실 내가 부지런해져서 아니라 그 엄격함을 조금 너그럽게 바꾸어주었다. 그러면 더 많이 쓸 수 있다.

W&Jas는 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하다.

W&Jas: 밤이 지나간다, 라는 말이 현재 진행형이다. 아침이 올 거다, 라는 말까지 더불어 생각나게 해서 제목만으로도 큰 임팩트를 가진다고 생각했다. 우리 가사에 어떻게 이용할까도 생각해봤다.

제목 ‘밤이 지나간다’ 의 의미는 무엇인가?

편혜영: 이번 소설집에는 총 8권의 소설이 담겨있다. 어떤 제목으로 소설 전반의 분위기를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소설 하나의 제목을 대표로 삼기보다는 소설들에 공통적으로 깔린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소설을 보면 깊은 밤에 한 가운데 놓인 인물도 있고, 밤이 지나가는 걸 지켜보는 인물도 있다. 모두들 밤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나가는 밤을 가만히 보고 있는 인물들의 기분을 독자들이 같이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제목을 지었다.

인물들이 처해있는 상황들이 절망적으로 느껴진다.

편혜영: 밤의 한가운데 있는 인물이 많다. 『블랙 아웃』 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은 깊고 깊은 밤의 한가운데 갇힌 인물이다. 지금보다 더 절망스러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절망의 시효가 지났다는 것 때문에 아주 작은 희망을 가진다. 소설 속에서 ‘유구히 어두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라고 중얼거리는데 대부분이 그런 시간대를 가진 인물들이다. 아주 희망적으로 미래에 대해 기대를 가지는 게 아니라 이미 많은 것을 겪어서 더 이상의 절망이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아주 작은 미래를 기대하는 인물들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힘이 든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 쓰게 되는 이유가 있다면?

편혜영: 내가 형상화해서 쓰는 인물이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글을 쓰면서 계속 인물을 이해하려고 한다. 등장인물들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주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어쩌면 인물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더 절망적으로 그리게 되는지도 모른다. 계속해서 어두운 이야기를 쓰다 보니 성장과정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며 무던하게 성장한 편이다. 그저 인물들에게 세상에 대한 기대를 주지 않는 것 같은데 그건 현실 속에서 나 스스로가 세계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어서인 것 같다.

여러 편의 소설 중에 W&Jas가 가장 인상 깊었던 소설은 무엇인가?

W&Jas: 작품마다 다른 매력이 있었다. Jas의 경우는 「야행」 을 인상 깊게 읽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문체를 보고 작가의 성격을 유추하는 걸 좋아한다. 김애란 작가님 문체를 보면 한 문장 안에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김중혁 작가님은 글이 다정하다는 느낌이다. 편혜영 작가님 글을 보고 문체가 간결하고 퉁명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적으로 도도하고 차가운 여성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났을 때는 느낌이 달라서 조금 놀랐다.

편혜영: 실제로 냉정한 구석도 많다. 하지만 사회성이 발달해서 다른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소설 속에 비밀이 자주 등장한다. 비밀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인가?

편혜영: 소설마다 조금씩 다르다. 비밀이 없어서 외롭고 쓸쓸한 사람도 있고, 어떤 소설에서는 자기가 무엇 때문에 지키는 줄도 모르면서 비밀이 깨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인물도 나온다. 비밀이라는 것은 자기만 아는 자기 인생의 서사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것이 피하고 숨기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혼자 지키고 있는 소중한 기억인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에게 비밀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어떤 사람에게 비밀은 자신을 대면하게 해주는 것이다. 어느 쪽이건 자기 자신에 대해 집중하고 알게 해주는 게 비밀이라 생각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통증이 인상적이었다.

편혜영: 소설 「야행」 속 노파는 물리적인 통증을 앓고 있지만, 꼭 물리적 통증만을 이야기한 건 아니다. 심리적 통증도 중요하다. 노파는 통증으로 자신의 삶을 느끼는 사람이다. 자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비밀을 곱씹기도 한다. 그런데 비밀이 생성되는 과정을 보면 거기에는 내밀한 자신만의 통증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들 역시 자신의 유일성을 말해주는 단초가 된다고 생각했다. 소설에서는 이런 식의 통증을 형상화하고 싶어 물리적으로 드러낸 거다.

「밤의 마침」 이라는 작품은 제목이 독특하다.

편혜영: 문법적으로 어색한 제목이다. 밤의 끝 같은 제목이 맞을 거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비밀로 하고 그 일로 입을 손해들 때문에 영구히 깊은 곳에 묻어두려는 사람이다. 주인공 사내가 의지를 가지고 어떤 사건을 종결 지으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가장 애정이 가는 등장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

편혜영: 「야행」 속 노파는 계속해서 아들을 기다린다. 소설의 마지막에 누군가 등장하는데 오랫동안 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마지막에 찾아온 사람이 아들일 리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죽음이라는 존재가 노파를 찾아온 거라고 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으로 그 사람이 아들이어서 어머니를 엎고 아파트를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등단한지 13년째다. 처음 쓸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편혜영: 처음 쓸 때는 직장을 다니면서 글을 썼다. 지금은 전업작가라는 점이 환경적으로 크게 달라진 점이다. 당시에는 소설에 열중할 수 없어서 소설 쓰는 일이 너무 귀했다. 한 작품 한 작품이 세계 하나를 만드는 일로 다가왔다. 지금은 그보다 편하게 소설에 다가갈 수 있다.

직장생활을 오래했다. 그래서인지 소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때 절차들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편혜영: 내 소설에서는 소설 속 인물이 어딘가를 놀러 가면 반드시 회사에 휴가원을 냈다는 말이 있다. 직장을 다녀본 작가들은 상상하지 못하는 디테일이라고 자랑하기도 한다.

이번 소설집은 어떤 의미인가?

편혜영: 소설을 쓸 때, 예전보다 편하게 쓸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수월하게 쓴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소설을 쓰면서 노동의 강도나 재능의 부족함에 대한 안타까움은 점점 더 심해진다. 그보다는 앞으로 오랫동안 계속해야 할 커다란 일로 소설이 다가온 것 같다. 조금 여유롭게 긴 호흡으로 생각하게 된 거다.

활동 계획이 있다면?

편혜영: 내년에 장편 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다. 생활이 단조롭기 때문에 책을 읽거나 쓰는 게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앞으로도 조용하게 읽고 쓰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W&Jas: 새 앨범이 나왔으니 꾸준히 크고 작은 공연을 할 생각이다.

두 번째 무대는 지난해 등단 40주년을 맞은 작가 정호승과 우리에게 친숙한 광고음악을 많이 만든 음악가 박형준 씨가 함께 했다. 10년 만에 첫 앨범을 낸 박형준 씨는 여행 속에서 만든 곡 ‘행복한 이방인’으로 무대를 열었다. 오랜만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여행을 통해 앨범을 만들었다는 박형준씨와 시집 『여행』을 발간한 정호승 시인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질 것 같았다. 노래가 끝나고 곧, 정호승 시인도 무대에 올라 독자들을 만났다.




40주년을 기념해 시집을 내셨다. 기분이 어떠신가?

정호승: 우리가 살다 보면 자기 자신을 기념하는 일이 잘 없다. 다른 사람의 삶을 기념해주는 일은 많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기념하는 일은 거의 없는 거다. 나는 시를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기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40년 동안 시에게 버림받지 않고 시를 쓰면서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을 기념하고 싶었다.

1973년 등단하셨다. 그때 이야기가 궁금하다.

정호승: 춘천에서 군복무를 할 때다. 경희대 문예장학생으로 입학을 했는데 등단을 하지 않으면 장학생 혜택이 계속되지 않는다. 그래서 보초를 설 때도 꾸준하게 시를 썼다. 현실적 이유가 있었다. 군 생활 3년 동안 열심히 썼더니 제대하기 전날 부대로 전보가 한 장 왔다. 축 신춘문예 당선이라고 쓰여 있었다.

40년 동안 시를 쓰면서 많은 것이 변했을 것 같다.

정호승: 나뿐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달라졌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내 시도 많이 달라졌다. 70년대는 굉장히 어두운 시대였다. 시인의 한 사람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을 많이 했다. 열심히 시를 쓰는 게 내가 갈 길이라 생각했다. 그때는 시대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상당히 오만한 생각 같다. 지금은 나 자신의 눈물도 닦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선 내 눈물을 닦고 나서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나를 포함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형성하는 삶에 관심이 크다.

이번 시집은 일종의 스스로의 눈물을 닦는 걸로 이해하면 되나?

정호승: 그런 과정의 하나다.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별을 여행하는 여행자다. 또, 자기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는 여행자다. 그런데 여행은 떠났던 곳으로 돌아와야 완성된다. 인생에는 삶이라는 여행과 죽음이라는 여행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삶이라는 여행을 하지만 결국 죽음이라는 여행을 통해 이것이 끝난다. 이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찾는 여행이고, 그 안에서도 사랑을 찾는 여행이다.




박형준 씨는 이 시집을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하다.

박형준: 내 여행은 바쁜 삶 속에서 떠나 혼자 있을 수 있다는 걸 만끽하는 여행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혼자 있어본 적이 없었다. 스스로에게 많이 집중하고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음악이 뭘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정호승 선생님 시에서는 여행을 통해 삶 전체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었다. 더 깊이 있는 고민과 생각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번 시집을 보면 손이나 발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정호승: 우리가 사람을 만나면 손부터 잡는다. 사람을 만나서 손을 보면 그 사람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걸 알 수 있다. 손을 잡아보면 그 사람 손의 온기, 촉감 등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손은 어떤 의미에서 개인의 가장 구체적인 또 다른 얼굴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손을 너무 함부로 사용해 왔던 거 같다. 손에 대한 예의가 없이 살아온 것 같다. 가장 예의가 없을 때는 손가락질 할 때, 지나치게 돈을 헤아릴 때, 주먹을 쥐고 남을 때렸을 때가 그렇다. 이제 비로소 손에 대한 예의를 떠올린 거다. 손에 대한 최고의 예의는 기도하는 손을 만들 때가 아닌가 싶다. 어떤 책을 보니까 팔이 두 개인 까닭은 서로 안아주라는 뜻이라고 하더라. 손의 가장 깊은 의미 중 하나는 어느 한 손을 늘 비워둬야 다른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시를 써오셨는데 시 쓰기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정호승: 시를 왜 쓰느냐에 대해 자문자답을 해보면 내가 나를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서다. 내 가슴 속에 있는 비극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시를 쓴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는 어떤 시대나 남을 위해 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위해서 쓴다고 생각한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어떤 존재인지 고민하는 거다. 나를 진정 위로해줄 수 있는 존재는 나 자신밖에 없다. 그래서 시를 쓰는 거다. 그리고 시를 쓰는 과정에서 위로를 받는다. 그럴 때, 어떤 절대자나 시의 손이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다. 먼저 내가 위로 받고 내가 받은 이 위로를 혹시 다른 사람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받지 못하면 할 수 없는 거다. 우선은 나 자신을 위해서 쓴다.

시가 굉장히 노래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형식적으로 후렴의 반복 같은 것도 많이 느꼈다.

정호승: 다른 시인들에 비해 노래가 된 시가 많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 특별히 그런 부분을 의식하고 쓰는 건 아니다. 시의 본질 중에는 시 속에 노래가 있다. 노래 속에도 시가 있다. 어떤 의미에서 시와 노래는 한 몸이다. 노래성이 드러나는 시를 쓰는 편인 모양이다.

시를 읽다 보면 어떤 쓸쓸함 같은 게 느껴진다.

정호승: 기본적으로 우리 삶은 쓸쓸하다. 모든 예술 작품은 인간의 비극성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내 시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은 비극적인 존재다. 인간이 비극적 존재가 아니라면 시를 쓰는 사람도 없을 거고, 읽는 사람도 없을 거다. 이 비극을 어떻게 하면 견딜 수 있을까 생각해서 시나 소설을 읽고, 음악을 듣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쓸쓸함, 방황의 그림자가 우리 삶에 있듯이 시에도 있을 수밖에 없다.

착한 사람의 시라는 생각도 든다.

정호승: 선함을 지향하려는 노력이 가상한 사람의 시집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 우리 마음속에 선함과 악함이 있다. 마음 속 악함을 잠재우기란 어렵다. 관점이 중요하다는 말도 한다. 미워해가 아니라 덜 사랑한다고 생각하라는 거다. 미움과 사랑, 선함과 악함은 누구의 가슴에나 있는 거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시를 쓸 때는 선함을 지향하기 위해 노력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정호승: 나는 뭐 하는 사람이고, 뭘 해야 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늘 전직 시인은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전 국회의원, 전 국무총리, 전 교장 같은 말이 있다. 하지만 전 시인은 없다. 시인은 항상 시를 써야 시인으로 존재할 수 있다. 앞으로도 가슴 속에 있는 시를 언어화하는 일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그래야 겨우 이 시대의 시인으로 존재할 수 있을 거다.

박형준: 음악가 역시 시인과 마찬가지인 듯하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해 열심히 해야 할 것 가다. 작은 공연들도 준비되어 있다. 그 동안 그랬듯이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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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이라도 어릴 때 꼭 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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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첫 번째 월요일 저녁, 홍대 상상마당 까페에 「아랫집 시누이」의 김진, 「낢이 사는 이야기」의 서나래, 「필냉이의 고양이 일기」의 필냉이 작가 세 사람이 있었다. 평소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바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몽골로 동반여행을 떠난 주인공들이다. 30일간의 여로를 담은 릴레이 웹툰 「한 살이라도 어릴 때」의 단행본의 출간을 맞아 작가와 독자들이 만났다.

세 작가가 수줍게 소개를 마치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를 설명해달라는 사회자의 부탁이 이어졌다. 첫 질문부터 세 작가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뿐 머뭇거린다. 필냉이 작가의 대답으로 어색한 공기가 깨졌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몽골로 떠나는 작품이다.(좌중 웃음) 여행기를 옛날부터 기획했지만 사실 여행이라는 게 가자고 말은 하면서도 막상 떠나기 어렵다. 이번엔 세 사람이 합심해서 나머지 멤버들마저(필냉이 작가는 작년에 결혼했다.) 결혼하기 전에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웹툰의 컨셉 자체가 몽골여행기인 만큼 하필 왜 몽골을 선택했는지에 관한 독자들의 질문이 많았다. 유럽은 많이 가니까 잘 안가는 나라 중에 선택하게 되었다는 필냉이 작가의 싱거운 대답이 이어졌다. 김진 작가는 오지에서의 삶을 경험해보고 싶어 아프리카도 생각을 해봤지만 정보가 많지 않아, 몽골로 자연스럽게 결정했다고 답했다.

여행지 선택의 이유가 어찌됐건, 북살롱 신청 댓글로 만화를 보고 몽골여행을 결정한 독자들이 상당함을 알 수 있었다. 네이버에 연재되어 평점 9.9에 이를 정도로 매회 호평을 받은 작품이니만큼 독자들의 열기가 후끈했다.




낯선 여행지가 두렵지 않았던 이유, 함께라서

웹툰을 보면, ‘아빠’, ‘엄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가이드 두 명이 나온다. 어떻게 처음 알게 된 건지?

김진 : 소개를 받았다. 몽골은 가이드가 없으면 다니기 힘들다. 우리가 만난 ‘아빠’, '엄마‘처럼 한국말이 가능한 가이드도 많다.

낯선 환경에는 어떻게 적응했는지?

서나래 : 그냥 잘한 것 같다. (웃음) 걱정을 많이 하고 떠난 것도 아니었다. 다같이 못 씻고 다같이 고생하니까 오히려 동지애가 느껴졌다. 다행히 음식도 맛있었다.

몽골의 매력포인트를 한 가지씩 꼽는다면?

필냉이 : 웹툰에도 나오는데 동물들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아무것도 막혀있지 않은 허허벌판에 그림같이 펼쳐진 하늘, 손에 닿을 것 같은 구름이 눈 감으면 떠오른다.

김진 : 밤하늘의 별을 본 것도, 초원에서 허허벌판에서 텐트 하나에서 자는데 여기에 우리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경험도 나쁘지 않았다.

서나래 : ‘허르헉’이라고 뜨겁게 달군 자갈을 넣어 야채와 고기를 익혀서 먹는 몽골전통요리가 기억에 남는다.(「한 살이라도 어릴 때」 10화에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 웹툰에 나오는 밤하늘 사진은 우리가 느낀 감동의 10분의 1도 못 담은 사진이다. 실물은 정말 끝없이 펼쳐져있다. 자연경관은 몽골을 따라올 데가 없다.

단답식 문답이 이어지자 취조당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회자의 농담이 있을 정도로 세 작가들은 이 자리를 어색해했다. 하지만 사회자가 미처 담지 못한 에피소드가 있는지 묻자 단행본에 다 담겨있다는 김진 작가의 목소리엔 당당함이 묻어 있었다.

이들이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사람들은 여행가면 싸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세 작가는 한 번도 다툼은 없었다고 말한다. 낯선 여행지라서 그런지 더 배려하고 양보하려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고.


여행기 안에 묻어나는 깨알 재미

세 작가는 모두 소소한 생활의 이야기를 담은 ‘생활툰’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도 작가들의 색깔을 덧입었다. 몽골의 자연경관과 진기한 생활양식들이 담겨있으면서, 그곳의 사람들과 작가들 저마다의 개성이 웹툰 속에 잘 녹아있다.

서나래 : 작가는 여기서 알던 그 모습이 그대로 몽골에서도 나온다.

김진 : 서로 의성어를 많이 쓴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무언가를 집을 때 ‘쉭’ 소리를 낸다든가.(웃음) 그래서 우리 모두 오덕후 같은 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필냉이 : 두 사람들을 통해 내가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다는 것을 알았다.

한회씩 릴레이 연재하는 형식인데, 특별히 중점을 둔 사항이 있다면?

서나래 : 사실 연재하고 시간이 조금 흘렀기 때문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제일도 기억이 잘 안 나는데.(웃음) 혼자 그릴 때는 소재를 맘대로 정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에피소드가 겹치지 않게 앞사람과 조율을 해야 했다. 소재 선정이 관건이었다.

이제 곧 단행본으로 나오게 되는데, 웹툰과 단행본의 차이점이 있다면?

김진 : 책장을 넘기는 것과 스크롤을 내리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그것에 맞게 편집을 다시 해야 했다. 물론 추가적인 내용도 있다.

제목선정 시 「결혼 전에 한번 다녀오는 게 좋지」, 「우리는 항상 배고프다」등이 후보로 거론된 것으로 알고 있다. 여행하기도 바쁜데 어떻게 기록을 남길 생각을 했는지?

필냉이 : 틈틈이 차로 이동할 때마다, 캠프 숙소로 돌아와서는 무조건 기록을 했다. 재밌는 장면은 콘티로 간단히 그리기도 했다.

서나래 : 내가 웃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활툰은 내 일상 중 재밌는 것을 골라 기록하다 보니 영원히 남는 것 같다. 슬펐던 것, 우울한 것은 잊혀지고 재밌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다만 캐릭터와 작가가 일체화되다보니, 나를 직접 만나보면 엄청난 실망을 하시는 것 같다.(웃음)

김진 : 개그감각은 딱히 없다. 개그보다는 소소한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그걸 재밌게 봐주시니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사실 시작도 그렇게 했다. 별거 아닌 생활을 그림으로 그린 것을 친구들이 재밌게 봐줬고, 어떻게 하다가 작가까지 되었다. 단점은 서나래 작가와 비슷하다. 작가와 캐릭터의 차이까지 그리지 못해 죄송하다. (웃음)

필냉이 : 보통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 소재를 찾는 편이다. 그래서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소재로) 써먹을 테니 비밀을 요구하기도 한다.

마지막 부분에 김진 작가의 목소리로 ‘나에게 여행이란 플레이리스트에 음악이 추가되듯 인생의 소중한 기억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라는 멋진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인가?

서나래 :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하다. ‘당신에게 만화란? 한 단어로 말하세요.’ 같은 류의. 여행이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같고, 즐거운 일인 것 같다.

김진 : 여행이란 다녀오면 또 바로 가고 싶은 것 같다.

필냉이 : 한 템포 쉬어가는 느낌이다. 한 달 있다가 일상으로 오니 또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는 게 있는 것 같다. 복잡하고 힘들다면 짧은 여행이 아닌 긴 여행을 가라고 추천하고 싶다.

세 작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작품 연재와 구상에 전념 중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는 떠나기로 결심한 이에게는 자극을, 당장 떠날 수 없는 이들에게는 소박한 위로를 전한다. 휘발되는 기억을 선과 면으로 꾹꾹 눌러 담은 그녀들의 재능이 부러웠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소박하지만 찬란하게 담아내는 그녀들의 다음 편이 기대된다. 꼭 몽골이 아니더라도 다음 번 여행 때는 연습장과 그림도구를 챙겨 넣을 이들이 많아질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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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한국인이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몰라” 2013 문학캠프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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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제10회 문학캠프 둘째 날은 조정래 작가와 함께했다. 회원 200명은 8월 30일 오전, 전라남도 벌교로 향했다. 그곳에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날과 마찬가지로 문화해설사의 동행 하에 회원들은 태백산맥문학관, 현부자집, 소화의 집, 홍교, 중도방죽 등을 답사했다.


⇒ 2013 문학캠프 첫날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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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뜻깊은 행사가 이어졌다. 첫날의 주인공 정유정 작가와 둘째 날의 주인공 조정래 작가가 핸드프린팅 행사를 가졌다. 핸드프린팅이 끝난 뒤 곧바로 조정래 작가와 조국 교수의 대담을 시작했다. 한겨레에 연재한 '조국의 만남'에서 조국 교수가 조정래 작가를 인터뷰한 인연이 있다. 이러한 인연을 바탕으로 이날 사회를 조국 교수가 맡았다.

 

건강을 위해서는 소식, 토할 때까지 먹는 동물은 인간뿐

 

최근 『정글만리』를 내면서 오랜만에 호흡 긴 작품을 쓴 조정래 작가. 『정글만리』도 충분히 방대한 소설이지만,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한강』(이하 대하소설 3부작)은 각각 10권으로 분량이 만만치 않다. 읽는 독자도 힘든데 작가는 오죽했으랴.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조국 교수는 조정래 작가에게 평소 체력 관리법을 물었다.

 

“요즘 살이 쪄서 고민인 사람이 많다. 그래서 살을 뺀다. 말도 안 된다. 많이 먹으니까 살이 찌는 거 아닌가. 나는 평생 이 몸무게를 유지했다. 비결은 소식이다. 한 숟가락 더 먹고 싶을 때 놓는다. 모든 짐승은 위의 70~80%를 채우는데, 오로지 사람만 토할 때까지 먹는다. 로마가 무너진 것도 어찌 보면 토할 때까지 먹었던 귀족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토사물을 노예가 치웠으니, 노예가 반란을 일으키지 않겠나. 소식 외에 비결이라면, 매일 1시간씩 산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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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3부작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렇듯 조정래 작가의 치열한 자기 관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그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뼈아픈 근현대사를 소설로 써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평론가들은 휴전 이후 문학을 분단문학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 문학의 과제는 분단극복문학이어야 한다. 이 작업을 위해 조정래 작가는 글을 썼다. 남이나 북이나 분단을 이용하는 현실에서 문화가 분단 극복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가보안법이 무서워 못 쓰던 내용을 『태백산맥』으로 썼다. 이 때문에 조정래는 수년에 걸쳐 국가 공권력과 지루한 법정 공방을 펼친다. 조사를 받으면서도 그는 『아리랑』을, 『한강』을 써내려갔다. 『아리랑』에 관한 이야기가 오갈 때 조국 교수도 한마디 거들었다.

 

“좌파와 우파가 함께 싸웠던 시기가 있다.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가 아닐까 싶다. 제헌헌법을 보면 87년 헌법보다 훨씬 좌파적이다. 노동자에 이익균전법이 있다고 나온다. 좌파, 사회주의 사상이 반영된 것이고 이승만 대통령도 합의했다. 이후 한국사회가 계속 오른쪽으로 가다 보니, 이제는 노동 3권을 행사하면 빨갱이가 되는 현실이다.”

 

이제는 중국을 바로 봐야 할 때

 

아픈 역사지만, 민족의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믿는 조정래 작가. 『한강』이후의 대한민국을 다룰 법도 하지만, 이번에 쓴 책은 중국에 관한 소설이다. 조정래는 “한국인이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라며 중국을 입체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중국은 일본을 넘어 이미 G2로 올라섰지만, 아직도 한국인은 중국인을 깔보거나 잘 모른다. 중국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게 조정래의 위기의식. 중국의 부상은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이라는 방대한 시장은 한국에 제2의 경제 도약을 이끌 수 있는 무대인 덕택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다 잡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독자의 질문에 조정래는 두 가지를 구분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다. 200년 전 문학이 문화에서 왕 노릇을 했을 때는 별다른 게 없으니 소설책 읽는 게 유일한 오락이었다. 이후 라디오, 영화, TV,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소설을 읽지 못하게 하는 게 끊임없이 탄생했다. 조정래는 “오늘의 작가는 200년 전 작가보다 열 배, 백 배는 노력하지 않으면 독자를 만들 수 없다.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인식하고 대중이 읽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발견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이렇게 할 때 문학성과 대중성은 자연스레 확보된다고 이야기했다.

 

김초혜 시인과 오랫동안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한 비결에는“사소한 심부름을 한 번도 시킨 적 없으며, 서로 존경한 덕택”이라고 대답했다. 지금도 조정래 작가는 김초혜 시인을 ‘우리 아기’라고 말한다고 한다. 조정래 작가는 주례를 할 때 결점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인간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태어나는 것, 죽는 것,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완벽하지 못한 게 곧 결점이다. 결점은 고칠 수 없으니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마지막 질문인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이나 인물에 관해서는 “작품은 작가의 자식이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딨나. 작품의 경중고저를 따지는 건 독자의 몫.”이라고 말하면서도 굳이 말하자면 끝까지 살아남는 하대치, 외서댁을 꼽았다.

 

조정래 작가과 조국 교수의 대담이 끝난 뒤 회원들은 예스24가 준비한 문학퀴즈대회에 참가했다. 3일째인 31일에는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한국의 근대를 맛봤으며, 담양 죽녹원에서 자연의 풋풋함을 만끽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연 섭외를 받고 있는 남자의 연애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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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을 사는 많은 사람들, 연애와 사랑이 궁금하다. 괴기할 정도로 ‘커플 천국, 싱글 지옥’의 분위기를 조장한 사회(정확하게는 커플상업주의)는 우리의 사랑과 연애를 의심하게 만든다. 그래서 끊임없이 조언을 구하게 만든다. 결혼해도 될까요. 사랑해도 될까요. 연애해도 될까요. 그럼에도 분명한 것이 있다. 다른 이들에게 끊임없이 조언을 원하는 결혼이라면 하지 말 것. 상대방에게 확신이 들어도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투성이인 게 결혼이다.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야만 하는 결혼, 내 것이 아니다. 나와 달라도, 뭘 해도, 결점이 보여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을 만난다면, 우리는 애 닳아서 조언을 구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돼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연애와 사랑의 이야기를 흘려듣진 말 것. 사랑과 연애는 개인적인 것이지만 사회적인 것이기도 하니까. 사랑하고 연애할 때 우리가 바라는 기적은 늘 하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줬으면. 그것 때문에 우리는 늘 가슴 아프고 흔들려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름밤이라고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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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어쩌면 지질한 족속들

밥장은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가 썼던 에세이 『남자들에게』의 이야기를 꺼낸다. 이 책, 매력 있는 남자는 자기 냄새를 피우는 남자라고 말한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책을 통해 그런 남자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을 건넨다. 밥장은 시오노 나나미도 언급한 ‘핸드백’에 대해 말한다. 핸드백에 대한 남자와 여자의 차이. 남자에겐 주머니의 일부지만, 여자에게 핸드백은 육체의 일부다. 남자에게 핸드백은 서류를 넣을 용도면 끝나지만, 여자는 기분도 들어가고 여러 가지가 핸드백에 들어간다. 따라서 남자가 여자에게 핸드백을 선물하는 것은 장기를 선물하는 것과 같다는 것. 여자들, 고개를 끄덕인다. 남자들이여, 여자에게 핸드백을 선물하라.

“여자에게 가방이란 마음이자 육체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여자에게 가방을 선물하는 건 콩팥이나 심장을 떼어주는 장기이식과 다름없습니다. 만약 여자친구나 아내가 나한테도 취장 같은 가방을 사달라고 조른다면 점잖게 말씀하시길. 장기는 사고파는 게 아니라고 말입니다.”(p.65)

『남자들에게』를 읽어보면 남자는 한없이 지질하다. 답이 안 나오는 부류다(웃음). 내가 만약 여자라면 이런 지질한 남자를 계속 만나줘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여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뭐야, 남자들이 이런 레벨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구나’라며 한심해 할 거다. 남자라면 ‘이러면 안 되겠구나’하면서 참고가 되겠지만(웃음).”

밥장이 권한 또 한 권의 책은 『모자란 남자들』이다. 일본의 유명한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가 쓴 과학도서다. 그는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유명한 대학교수로, 이 책을 통해 남자들에 대한 동정을 구한다. 무슨 말인가 할 텐데, 후쿠오카 신이치에 의하면, 모든 생물은 암컷으로 태어난다. 환경이 좋지 않을 때, 필요에 의해 수컷을 만든다. 원래 암컷으로 태어나 수컷으로 바뀌게 되는 인자가 작동하지 않으면 그대로 암컷인 채로 살고, 작동하면 수컷이 된다는 것. 암컷의 유전자가 기본이자, 생물의 기본은 암컷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여성은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남자는 커스터마이징된 부류다(웃음). 작가는 진딧물을 예로 든다. 진딧물은 다 암컷으로 태어난다. 환경이 변하면 수컷으로 바뀐다. 겨울이 오거나 가뭄이 오는 등 개체로 살아가기 힘들 때 수컷을 만든다. 염색체 하나가 모자란 거지. 멍 해~(웃음) 수컷의 임무는 그저 생식뿐이다. 여러 암컷에 뿌리는 거지.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서 씨를 뿌린다. 진화된 생물은 변화가 있지만, 모든 생물이 진딧물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거지.”

남자의 수명이 짧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옛날에도 여성이 지금처럼 남성보다 더 오래 살았다. 그 이유를 놓고, 일 하느라 스트레스 때문에 남성이 일찍 죽었다는 주장에 대해, 밥장은 뻥이라고 강하게 말한다. 몸의 불완전성 때문에 오래 살 수가 없단다.

“테스토스테론. 그것이 남자를 남자답게 하는 건데, 많을수록 면역을 떨어뜨린다더라. 그래서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서 일찍 죽는 거다. 스트레스 때문도, 일 때문도 아니다. 생식기도 여자 생식기를 고쳐서 만들었다고 후쿠오카 신이치는 주장한다. 기능도 떨어지고 문제가 많다는데, 책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그러니 수컷에 대해 동정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생물학적으로 수컷의 역할은 종의 다양화, 생식이다. 그 역할을 다하면 죽는 거지(웃음).”
“남자가 중노동을 하고 위험한 일을 많이 한다, 스트레스를 더 받아서 그렇다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후쿠오카 신이치는 깔끔하게 아니라고 합니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 어느 시대나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평균 수명이 짧았습니다. 한마디로 남자는 생물학적으로 모자라기 때문에 수명이 짧고 쉽게 질병에 걸리며, 정신적으로 약하다고 합니다.”(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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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남자의 자격’을 말하다

밥장, 남자의 ‘불혹’에 대해 이야기를 건넨다. 그에게 불혹은 유혹을 당하지 않는 나이가 아니다. 아무도 유혹하지 않는 나이다. 자신도 그런 나이대가 됐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생물학적으로는 껍데기만 남는 화석이 되고 있다는 뼈 있는 우스개를 꺼낸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는 영혼과 정서가 중요하단다.

“후쿠오카 신이치는 이쯤 나이대의 남자는 지갑을 열고 얘길 들어줘야 여자들에게 사랑받고 동정 받을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제일 미련한 남자는 ‘왕년’을 이야기하는 남자다. 그러면서 남자들은 왜 속도에 집착할까. 모자란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속도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이킹이다. 속도감이 온 몸을 관통하는 쾌감을 느끼는데, 그게 사정의 쾌감과 같단다. 생물학적으로 속도와 사정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모든 인류는 하나로 태어났다는 얘기를 꺼낸다. 완전체인 암컷으로 태어났고 필요에 의해 수컷이 태어났다는 것. 커스터마이징에 의해 Y염색체(남자)를 뽑아서 기본 사양인 여성의 노선에서 이탈하면서 유전자 운반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남자들이란다. 그러니,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이나니.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남자의 존재 이유는 끊임없는 정자의 전달, 섹스일 뿐입니다. 또한 남자가 섹스에 매달리는 건 그것이 남자를 지배하는 가장 극적인 마약이기 때문입니다.”(p.130)
그렇다고 여자끼리만 있을 순 없다. ‘모자란’ 남자들과 어떻게 대화하면 좋을까. 밥장은 릴리 프랭키의 『미녀와 야구』를 꺼내면서 이야기를 건넨다.

“나는 돌싱인데, <짝>에서 섭외 전화가 온다(웃음). 몇 번 섭외가 왔는데, 안 한다고 했다. 왜 이 얘길 하느냐면, 나도 결혼 전에 꿈과 환상이 있었다. 막상 하니까 크게 바뀌는 것은 없더라. 정말 희한한 것은 자고 부대끼는 사이가 부부인데, 못하는 얘기가 더 많다. 말의 양은 많은데,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원초적인 것. 내 성감대가 어디라든가. 그러다보니 약간씩 어긋남이 느껴지더라. 대화의 양이 많아도 원하는 것이 풀리지 않을 때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지난 뒤 깨달았다. 이제는 있는 그대로 다 얘기하자. 릴리 프랭키의 책 『미녀와 야구』를 보면 내가 못한 것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문제는 좀 과하다는 거지. 끝없이 이야기를 날리는데,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웃음).”

“릴리 프랭키는 긴장감이 풀어지는 관계에서 가치를 발견한다면서 친해질수록 칠칠맞게 굴려고 노력하고 상대도 그러길 원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진흙처럼 썩은 입 냄새를 끼얹거나 칠칠맞게 웃거나 하는 행동들이요. 방귀를 트는 것보다 훨씬 더 진도가 나간(?) 사이이군요.”(pp.131~132)

밥장은 요즘 마음이 조금 흔들리고 있단다. <짝>에 나가야 하나 하면서. 스스로 돌싱이 됐던 이유를 돌이켜보면 스스로 부족했던 부분도 떠오르고, 착한 척하면서 포장에 애쓰지 않았는지 반성도 한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다. 계속 사랑과 연애를 탐구 중인 그를 어느 날, 브라운관을 통해 보는 것 아닐까. 그는 선택을 하고 선택을 받을 것인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기적’은 이뤄질 것인가. 어리석은 남자와 현명한 남자의 차이를 혹시 아는가. 어리석은 남자는 자신의 여자가 다른 여자들을 질투하게 만드나, 현명한 남자는 다른 여자들이 자신의 여자를 질투하게 만든다. 프랑스 배우이자 희극인 미셸 끌뤼슈의 말이다.
“일단 바퀴족이 되면 머릿속에 이상한 칩이 박혀 나이 강박, 먹고사니즘, 재생산 강박에 빠지게 됩니다. 불안해서 경쟁에 몰두하고 그냥 살기 위해 살고, 해야 할 것 같아 결혼을 합니다. 만약 하나라도 제대로 못 하면 비정상 취급을 당하는 것만 같아 다시 불안에 빠집니다.… 어디에 속하지 않고 그냥 있을 자유를 위해, 자신이 느끼는 대로 느끼며 좋아하는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싫어할 수 있는 자유를 위해, 감수성 독립전쟁에 나서야 합니다.”(pp.101~102)
기혼이다. 상대에게 자신의 취향 등을 보고 알게 하라고 했는데, 역효과도 있다. 신랑이 말하길, 너를 보면 흥분할 수 없다고도 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남매 같다는 느낌으로 산다는데,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설레는 과정을 거쳐 결혼했는데, 나랑 비슷한 경우가 굉장히 많더라. 모든 걸 오픈하기보다 서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이혼해라. 나처럼 돌아오라. (일동 폭소) 남매끼리 성적 취향을 공개하나? 남편 체력이 슬슬 떨어질 텐데, 사람이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은 정말 힘들다. 마음은 안 늙는데, 몸은 늙는 괴리를 느끼지만, 처음에는 아니라고 우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괴리는 커지고, 그걸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실 그 문제는 나도 어렵네. 더 공부해야겠다(웃음). 지금 질문하신 분의 현재가 결혼하지 않은 분의 미래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은밀할수록, 둘만이 나눌수록, 남한테 보여주기 어려울수록 순도가 높습니다. 어차피 인간은 공기의 불순물에서 태어났습니다.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에 대한 강박은 내려놓으시고 이제부터라도 마음껏 불순해지길 바랍니다.”(pp.135~136)
오랜만에 잘 맞는 짝꿍을 만났다. 다섯 달째인데, 내게 선물을 하지 않는다. 돈이 없지도 않은데, 김밥을 먹이고(웃음). 계속 만나면 가방은 고사하고 파우치도 못 받을 거 같다. 결혼에 대한 가치나 삶에 대한 가치도 맞는데, 어쩌면 좋을까?

니체가 말했다. 행복은 자기보다 불행한 사람을 보는 거라고. 남자는 얘기해줘도 이해를 못하는 족속인데, 얘기조차 안 하면 남자들이 어떻게 알겠나. 쉽게 가라. 대부분 남자는 여자를 헤아려주지 못한다. 자기 공상과 어쭙잖은 신념으로 가득 차 있다. 내면에서 깨닫고 반성하고 사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웃음). 직접 말해야 한다. 훈육이 좋은 것 같다. 부드럽게 웃으면서 써 봐라. 봉준호 감독이 칭찬받는 이유가 디테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짜는 배려다. 배우뿐 아니라 스텝 한 명 한 명에게도 소소하게 배려를 한다더라. 무리한 요구를 해도 안 할 수가 없다는 거지. 달래고 토닥거리면 남자는 좋아한다. 인정받고 칭찬받기, 그게 특효약이다.

오늘 추천해준 책을 남자친구에게 권하면 부작용은 없을까?

부작용이라고 해봐야 헤어지는 것밖에 더 있겠나. (일동 폭소) 남자들은 책을 안 읽는다.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동기부여라고 하더라. 남자들에게 가르치려고 하면 안 된다. 남자는 단순하다. 책은 효과 없다. 성인 남자의 평균 독서량이 1년에 한 권이 안 된다. 결혼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열쇠는 아니다. 미뤄두지 마라. 그 사람에 대한 원망만 생긴다. 한 작가가 그랬다. 요즘 왜 이혼이 많은지 묻자, 이 지구상 모든 여자한테 바라는 것을 아내에게, 남자한테 바라는 것을 남편에게 바라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혼에 대한 무게를 줄이는 것이 되레 결혼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길 아닌가 싶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내 연애는 환상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살짝 버리고 대놓고 얘기해라. 이번 연애가 지질하다 싶으면 다음번을 기약하고.
“부부 관계가 힘든 것도 비슷합니다. 이 세상 모든 남자나 여자에게 바랄 걸 오직 남편이나 아내 한 사람한테 구하고 있으니까요.”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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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인문학밥장 저 | 앨리스
『밤의 인문학』 은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이 맥주에 취해 읽은 책과, 나눈 삶의 기록이다. 언뜻 독서일기처럼 보이지만 책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밥장이 책을 통해 찾은 삶의 태도다. 범박하게 말해 인문학이 통념에 대한 의문을 통해 우리가 삶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 학문이라면, 책을 매개로 삶을 고민한 『밤의 인문학』 또한 ‘밥장 식 인문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늦은 밤, 더 빠에서 벌어지는 인문학의 아라비안나이트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김석희 “번역가의 즐거움? 고통 속의 쾌락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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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조니 뎁이 탐내는, 영화화를 원하는 작품이 있다. 그는 ‘미친 듯이 반해 있’다며 이 작품을 찬양하고 있다. 세계문학사의 문제작이자 J.P. 돈리비 최고의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진저맨』 . 어떤 대단한 작품이기에 그럴까 싶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상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말하자면 건달이다. 안티히어로에 가까운데, 시배스천 데인저필드가 그 주인공이다. 신성모독적이고 음란한 내용, 비속한 표현, 초도덕성 때문에 출간과 동시에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5천만 부 이상이 팔릴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런 소설이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로마인 이야기』를 옮긴 김석희 작가의 번역으로 나왔다.




번역은 왜 중요한가!

김 작가는 ‘번역’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나갔다. 한국은 반도체 등의 수출 강국이지만, 정보와 지식에 대해선 그렇지 않고 수입국이라는 얘기부터 꺼냈다. 그렇다면 번역의 중요성은 두 말하면 잔소리건만, 한국은 번역에 대한 이해나 태도가 깊지 못하고 천박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번역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한다.

“한국 출판시장에서 번역서 비율이 30%쯤 된다고 하더라. 그럼에도 번역에 대한 태도를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다. 150년 전쯤의 한중일을 비교해보자. 번역을 통해서도 이 세 나라가 어떻게 번영하고 망했는지 드러난다. 일본은 명치유신 이후 신사유람단을 해외에 보내고 번역을 시켜, 서양의 고전 1만권을 옮겨 사람들이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그것이 근대화를 이루는 견인차 역할을 했고, 근대화를 완성해 서구 열강과 맞먹게 됐다. 중국은 고대로부터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이 있었는데, 아편전쟁이후 시대착오적인 것이 됐다. 그래서 번역에 대한 관심을 갖지 못하고 쇠락했다. 조선과 대한제국은 번역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쇄국정책을 펴다가 망한 셈이다. 번역이 한 나라의 문명까지도 좌우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김 작가는 번역할 때 어떤 방식으로 새로이 옮길까. 그는 이른바 ‘조미료’나 ‘당의정’을 치지 않는 스타일이란다. 원서가 난삽하고 빡빡해도, 맛이 빡빡해도, 원서가 갖고 있는 수준이나 수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원서의 느낌 그대로를 독자들이 느끼게 하는 것이 좋다는 것. 조미료 친 책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그는 강조한다.




『진저맨』 의 탄생과 매력

『진저맨』의 탄생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내용이나 표현상의 문제였는데, 퇴짜를 거듭 맞던 원고가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올랭피아 프레스’라는 프랑스 출판사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1950년대 영국, 미국 등에는 검열이 있었고, 프랑스에만 검열제도가 없었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프랑스 지식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출간 당시 프랑스 현대문학에 충격을 준 『O의 이야기』 가 발단이었다. SM(사디즘ㆍ마조히즘) 등의 당대 파격적인 내용으로 처음 출간됐을 당시 프랑스 정부는 이를 규제하려고 했다. 그러나 사르트르를 중심으로 한 지성인들이 ‘되 마고 상(Prix des Deux Magots)’을 주면서 이 책을 띄웠다. 그러면서 검열이 자리를 붙이지 못하게 하는 풍토를 만들었다.
“나중에 『진저맨』 으로 제목이 바뀐 이 소설은 30여 군데의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았다. 그 이유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서술이 때로는 당혹스럽고 난삽해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음란한 내용 때문이었다. “외설은 이 소설의 중요한 일부”라고 작가는 미리 경고했고, “《맨체스터 가디언》에 이 소설의 발췌가 실렸다”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p.502)
김 작가는 『진저맨』을 번역해서 내자고 출판사에 추천을 했다. 1년 이상 묵힌 끝에 결국 나오게 됐다. 그는 소설의 배경인 아일랜드의 독특함과 역사에도 끌렸다. 변방에 속하면서도 독특한 사상 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영국이 식민 지배를 했지만, 자신들만의 종교와 정신적 상상력을 갖고 독립을 했다. 작품 속에도 켈트 신화라는 아일랜드의 독자적인 문화가 배여 있었다. 특히 비주류 문화가 흥미로웠다.

“유럽은 그리스로마신화와 기독교가 지배했었다. 비주류 변방 문화가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독특한 상상력이 있어야만 했다. 이들은 이데올로기를 내세우지 않는다. 아일랜드나 동유럽 작품에는 주인공이 없다. 이 책도 시배스천이 주인공이라지만, 이런 개새끼가 있나 싶다(웃음). 히어로나 영웅은 없다. 안티히어로나 지질이가 주인공이 되는 소설이 많다. 비주류 문명권의 소설을 보면 정치적이든 사회적이든 주인공을 내세워 주장하는 문명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게 매력이고 맛이다. 그러니 이 책 주인공을 통해 뭔가를 배우려고 하지 마라.”

비주류 문명에는 여운이 있다. 대신 영웅이 없다. 다들 고만고만한 사람이 살기 때문이다. 지정학적인 환경을 감수하고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단다. 그런 면에서 김 작가는 한국도 넓은 시선으로 보면 비주류 국가라며 아일랜드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언급한다. 데인저필드는 작가인 돈리비의 이야기가 투영된 인물로, 아일랜드 혈통이 아님에도 새로운 풍토를 받아들이며 타향살이를 하는, 말하자면 겉도는 주인공이다. 그게 문학적으로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비춰진다는 것.

“겉도는 작가, 자기 삶을 투영시킨 주인공인데 유럽 문명에 대해 주의주장을 하는 것을 만들어낸다고 호응을 받겠나? 그런 한계를 알기 때문에 돈리비는 지질하면서 겉도는 주인공을 만들어낸 것 아닐까. 소설은 인물이 만들어지는 것인데, 번역을 하면서 사실 생각과 서술이 섞여서 그걸 파헤치느라 힘들었다. 다행히 일어와 불어를 할 수 있어서, 참고할 수 있는 게 많았다. 그래서 내 번역이 조금 좋다(웃음). 이 소설이 뭐 대단한 소설인가 싶어도, 영어로 쓰인 100대 소설의 하나로 뽑힌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 소설을 처음 통독할 때는 왜 잘 된 소설인지 판단이 안 섰다. 영문학에 대해 기준을 갖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태여서 판단을 못하겠더라. 번역하자고 출판사에 추천할 때도 이런 좋은 평가와 조니 뎁의 추천 등을 갖고 설득했다. 영화가 만들어질지 어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소설을 보면 노골적이고 거친 표현이 많다. 이런 표현이 나오면, 한국적 정서를 고려해 수위조절을 하는지, 원문을 살려서 표현하는지 궁금하다.

이 소설을 발표할 당시, 프랑스에서는 검열제도가 없어서 프랑스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영어권 국가에서는 작가가 자기 검열을 하지 않았을까. 그때 거친 표현도 지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소설은 글로 쓰는 것이라서 대화와는 다르게 절제나 정제가 돼 있다. 옛날에 포르노소설이라고 인식됐던 작품도 지금 보면 우습다. 옛날에 나도 남영동 가서 영문 포르노소설을 많이 읽었다. 미8군이 많이 본 옐로 페이퍼를 보면 적나라했다. 그런 소설을 읽으면 독해력 훈련이 절로 된다(웃음). 번역할 때 거친 표현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조절해야 하는지 적정성을 찾기가 쉽진 않다. 그래도 원문을 훼손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말과 글은 서로 상호 소통한다. 말이 지저분해지면 글도 지저분해진다.

개츠비와 데인저필드 중에 누구에게 더 애착이 가나?

내가 『위대한 개츠비』번역한 걸 알고 질문을(웃음). 묘하게 닮아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5년 무렵 나왔고, 『진저맨』은 1955년, 한 세대 터울을 두고 두 작품이 나왔다. 개츠비는 지하조직과 연결해 졸부가 됐고, 데인저필드는 구질구질하게 산다. 그러면서 둘은 지독한 속물이다. 개츠비는 불행하다. 자기보다 더 속물인 데이지에게 묶여서 인생을 걸다가 패망한 인물이다. 죽음도 얼마나 허망하나. 그런 개츠비에 비해 현실이 험해서 연애도 하고 술도 먹지만 자기 존재감을 살리려고 하는 데인저필드는 더 인간적이지 아닐까. 사랑하는 방식도 비교된다. 개츠비는 자기를 버리고 간 여성을 다시 찾아오려고 하는데, 남의 여자를 데리고 오려는 게 뭐가 ‘그레이트’ 하나. 그레이트라는 뉘앙스를 ‘대단한 녀석 개츠비’정도로 생각해야지, 위대하다고 생각하고 읽는 건 작품을 제대로 읽는 방법이 아닌 거 같다. 나는 실은 개츠비보다 데인저필드처럼 살고 싶다. 사랑을 이야기할 때 지고지순한 베르테르 스타일은 문학작품에서 형상화한 모델일 뿐이다. 사랑이라고 하는 포장된 것의 알맹이를 보면, 기실 욕망이 있다. 예전에 카사노바를 3권으로 축약해서 낸 적이 있는데, 카사노바의 열정은 실로 대단하다. 어떤 여성을 만나건 그 사람에게 충실하다. 지고지순이 아니라 만나는 여자마다. 그 여자는 만나는 동안 카사노바 때문에 황홀한 기분을 느끼는 거지. 이 정도면 경지에 도달한 거다. 그러니 카사노바 같은 사람의 회고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소설가로서 느끼는 쾌감과 번역가로서 느끼는 쾌감은 어떻게 다른가?

번역가의 즐거움이라면, ‘장미 밭에서 춤추기’라고나 할까. 고통 속의 쾌락이라는 구절로 표현할 수 있다. 번역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외국어 실력이다. 그 이전에 외국어라는 텍스트가 있어야하고. 외국어 실력을 갖추는 건 필요조건이다. 그 뒤 글쓰기로 이뤄져야 번역이 된다. 독해는 문장이나 원서를 읽을 때 필요한 것이고, 번역을 하려면 우리 문장으로 표현이 돼야 한다. 머릿속에서 알아도 글 쓰는 것이 받쳐주지 못하면 번역은 제대로 됐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번역을 할 수가 없다. 앞에서 ‘장미 밭에서 춤추기’라고 표현한 것은 장미가 가시를 갖고 있잖나. 그런 조건에서 춤추기처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거지. 새로운 책을 만나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과 같다. 매번 새롭게 만나서 그것과 연애하는 거지. 안소니 퀸이 나온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영화에서 조르바가 춘 막춤과 같은 즐거움이 소설에는 있다. 문제는 자기 혼자 끝내는 건 괜찮은데, 결과물에 대해 판정을 받잖나. 평론가든 독자든. 인정을 못 받으면 그때의 참담함이란. 그런 차이다. 두 가지를 한때 겸비하다가 소설 쓰는 게 어려워서 15년 전부터 번역에 매진하고 있다. 소설가로서는 죽었지만 번역가로는 이렇게 여러분을 만날 수 있다. 최근 다시 소설을 써볼까 생각은 하고 있는데, 모르겠다.

최근에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작년에 할아버지가 됐다. 할아버지 되기 전에는 조정래 선생이 손자를 위해 책을 쓴다는 얘기를 듣고도, 실감은 못했다. 손자가 생기고 나도 그런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아이들이 읽는 셜록 홈즈 책의 번역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하나는 세계사에 전환점이 된 사건 10개의 테마를 잡아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쓰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다.

『로마인 이야기』를 번역하셨다. 그렇게 긴 호흡의 책을 번역하려면 힘들지 않나?

1년에 한 번씩 해서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웃음). 시오노 나나미도 1년에 한 번씩 쓰고. 15년 동안 대장정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나라 풍토에서는 그런 게 쉽지가 않다. 작가, 출판사, 번역자가 신뢰를 주고니 받거니 하지 못하면 그렇게 오래 못 간다. 출판사에서는 그것도 출판계의 미담 중의 하나라고 말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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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맨(The Ginger Man)J.P. 돈리비 저/김석희 역 | 작가정신
세계문학사상 최고의 문제작이자 J.P. 돈리비 최고의 걸작 『진저맨』 은 상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안티히어로 시배스천 데인저필드를 등장시킨 활기 넘치는 소설이다. 번역가 김석희에 의해서 국내에는 처음으로 소개된다. 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신성 모독적이고 음란한 내용, 비속한 표현, 초도덕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백 가지 판본으로 5천만 부 이상이 팔리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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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없이 살기, 어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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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은 필요악일까.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아이의 미래는 없는 것일까. 학원과 사교육, 지금-여기를 지배하는 열쇠 말 중의 하나다. 거기에는 정확하게 어떤 불안이 있다. 그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있다. 그 불안을 먹고 사는 세력들의 부추김이 이면에 도사리고 있다. 지난 8월 31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에 위치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는 “학원 없이 살기, 어렵지 않아요”라는 외침이 흘러나왔다. 과연 학원 없이 살 수 있을까, 궁금한 양육자들을 위해 『학원 없이 살기』출간 기념으로 마련된 자리.

20년 간 수천 명과 상담하면서 “공부는 맛으로 하는 겁니다”라고 주창하는 학습법전문가 박재원(행복한공부연구소 소장)을 비롯해 이른바 ‘잘 나가는’ 학원장에서 사교육 무용론자로 180도 변신한 안순아 원장, ‘수포자(수학포기자)’를 변화시키는 수학 공부의 길을 제시하는 양영기 교사가 차례로 나섰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에 대한 신뢰!

박재원 소장은 ‘불안’에 영혼을 잠식당한 우리의 현실을 일깨우면서 묻는다. 아이가 불안할까, 상황이 불안할까. 다른 집 아이들 다 한다는 사교육, 나의 아이도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아이를 망칠 것 같은 어떤 불안. 결국 모든 불안은 부모의 불안이다. 박 소장, 강조한다. 아이는 멀쩡하다. 가만 놔둬도 잘 자란다! 이 불안의 정체에 대해 박 소장은 뇌과학을 인용한다.

“나의 자유의지는 나의 것인가? 뇌과학자들이 결론을 냈다. 뇌가 먼저 결정하고 나는 나중에 의식한다. 나는 뇌의 결정을 해석할 뿐이다. 그렇다면 뇌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무엇일까? 뇌는 세 개의 부위로 나뉘어져 생명, 감성, 이성을 담당한다. 우선순위가 있다. 생명이 먼저고, 감성이 이성보다 강력하다. 가령, 정서적으로 불안해하면 이성은 따라오게 마련이다. 뇌는 거짓말을 잘 한다. 뇌가 갖고 있는 정보만으로도 말을 만들어낸다. 두뇌를 지배하는 건 감성인데, 상황이 불안해서 감정이 불안해지면 아이가 뭔가 열심히 할 때도 의심을 한다. 그러면서 평생 온순한 성격의 부모가 상황의 압력에 굴복해 미친 듯이 아이에게 선행학습을 시킨다. 불안하니까 그렇다. 이때 어떤 식의 거짓말을 만들고, 합리화를 할까. 우리 아이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부모의 성격 변화가 일어난다. 난폭한 사람이 되는 거지.”

박 소장, 닉 부이치치,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이름을 꺼내며 공통점을 묻는다. 그들의 어머니가 가졌던 생각이다. 닉 부이치치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하길, “없는 것 신경 쓰지 말고 있는 것이나 잘 해라.” 『오체불만족』 오토다케의 어머니는 한술 더 떴다. 오토다케를 낳았을 때 팔다리가 없는 것을 몰랐단다. 생명의 탄생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어머니는 “너희들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애기했다. 닉과 오토다케, 두 사람이 오체불만족에도 삶의 만족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양육자의 몫이 그만큼 컸다.

“아이를 믿지 못하면 부모는 흔들린다. 거래하는 부모들이 너무 많다. 네가 공부를 잘 하면 나도 뭔가를 주겠다. 이건 장사꾼들이나 하는 거다. 아이들에게 지켜야 할 신뢰를 뺏긴 거다. 부모의 신뢰를 빼앗아 부모의 불안으로 먹고 사는 세력이 그걸 조장했다. 그래야 지갑을 열여니까. 한국은 세계에서 사교육이 가장 발달한 곳이다. 사교육은 절대 아이를 믿지 말라고 한다. 한 번 뒤처지면 끝장이라고 한다. 아이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아이는 자존감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공부를 안 하게 된다. 그러니 부모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악순환이다.”

정부의 무책임도 한 몫 한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을 가정에 떠넘긴다. 정책이든 제도든 정부는 제 역할을 못한 채 기업에 끌려 다닌다. 경쟁사회, 학벌의식, 대학서열화에 더해 사교육 산업화까지. 사교육은 온갖 불안을 떠벌리며 학부모의 마음을 바꿔놓고 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기 마련이다. 상황의 압력에 굴복하면 결국 부모의 역할은 물 건너간다.

“여기 이 책 제목을 보자.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 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 아프게 하는 말. 화내는 부모가 아이를 망친다. 엄마의 착각이 아이를 망친다. 이런 책들을 보면 화가 난다. 이 책들은 왜 부모가 화내는지, 엄마가 왜 착각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엄마를 아프게 하는 것, 아이를 아프게 하는 것, 설명하지 못한다. 부모의 역할은 단순하다. 아이에 대한 신뢰다. 날 믿지 못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어떻겠나. 게임,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도피한다. 불안한 사회에서 자신을 믿고 노력하게 하려면 부모만큼은 아이에 대한 믿음을 놓치면 안 된다. 이건 전쟁이다. 마음으로 간절히 신뢰를 원하는 아이와 사교육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녀의 평화에 불안의 돌을 던지지 말아라!

안순아 원장이 ‘자녀의 평화에 불안의 돌을 던지지 말아라’라는 제목으로 뒤를 이었다. 입시와 관련한 두 가지의 상반된 이야기를 건넨다. 하나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선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 동생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마치 정설처럼 떠돈다. 그러다보니 이런 것이 없는 스스로를 탓하거나 남편을 탓하게 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는 교과서 위주로, 학교 수업 충실히, 잠은 충분히, 부모님의 격려, EBS 중심 등을 이유라고 말하는 경우다. 대부분의 사람들 어떤 것을 믿을까.

전자는 믿는다. 그러나 후자는 뒤에 뭔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요즘 트렌드로 굳어진 ‘자기 주도 학습’이라는 말. 안 원장이 쉽게 풀어준다. 돈 많이 안 들이고 지가 알아서 공부하는 것. 즉, 부모가 평범한데 애가 잘 난 경우다. 개인적인 경험도 푼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어학원을 대리로 운영하게 됐다. 보수도 괜찮았고, 옷도 잘 입고 다니고(웃음). 처음엔 나도 문제의식이 없었다. 한심스러웠던 거지. 아이가 태어나면서 갑자기 달리 보이더라. 부모와 상담할 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첫 번째는 불안해서 온다. 잘 하든, 아니든. 두 번째는 자신이 가진 경험 때문에 온다. 못 배워서 이렇게 산다고 생각하고, 아이에게 그것을 삽입한다.”

그는 학원을 보내기로 결정했을 때, 양육자들이 ‘왜’라는 의문을 갖지 않음을 지적했다. 불안이 그것을 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왜’라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초등학교 성적은 어디에도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좋은 기회다. 점수를 묻지 말고 공부하는 패턴 등을 도와준다면 6년 간 실험할 수 있다. 문제는 요즘 자기 학습 주도법은 시간표까지 제시를 해준다. 남의 시간표를 나에게 맞춰 쓰라는 건데, 이게 자기 주도 학습일까? 오래 걸려도 자기 것을 만들어야 가치가 있다. 중학생 대상으로 강의를 가면 공부를 안 하거나 허튼 짓을 하면 어른이 돼서 박스 줍고 산다고 말하는데, 그 말이 덫이 된다. 중고등학교가 학업을 포기할 시기가 아닌데, 지금까지 박스 줍고 살 시간을 살아왔다는 거지. 학습된 무기력으로 아이는 의지가 없는데 사춘기까지 덮쳐서 완전 무기력해지거나 너무 까불게 된다. 시험 문제 내는 사람이 학교 선생님인데, 그 말을 듣질 않는다. 비효율적이다.”

안 원장은 ‘마음의 텃밭’이라는 표현을 쓴다. 공부나 학습에 있어 이것이 단단해야 한다는 것. 긴 시간 착오와 실패를 통해 자신만의 것을 찾을 수 있다면 이후는 공기 단축이다. 또한 마음의 문제는 관계의 문제를 뒷받침하기 마련이다. 현장에서는 언제까지 아이를 놔두고 끌어당기느냐, 무작정 기다리느냐, 어느 범위까지 할 것인지를 묻는단다. 양육자의 마음에 답이 정해져 있으면, 아이에게 공감하는 흉내 따윈 내지 말고, 선긋기가 중요하다고 답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공감이 아닌 놀림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엉터리 공감이라는 것.

“학원에 가기 싫다고 하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건 아주 짧게 해줘야 한다. 화가 나 있고, 급할 때 이런 건 쓰면 안 된다. 마음 읽어주는 게 제대로 되겠나. 훈련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평생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목표를 가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90% 이상의 아이는 목표 갖기가 싫다. 대신 부모의 목표는 하나지. 대학이나 대학 이름. 목표보다 확신성이 먼저다. 안정된 일과와 일관성, 소소한 행복이 녹아날 때 집중력과 관계되는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성공 케이스의 책들은 읽지 않으면 좋겠다. 교육적인 상황을 이끌면서 어떻게 창의성을 끌어낼지가 중요하다. 성공 교육 모델을 보여주고 읽히는 것보다 창의성이 우선이다. 아이는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면 쉽다는 것을 알면 좋겠다.”




학교공부만으로 충분한 수학

양영기 교사(안양 신기초등학교)는 더 도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한다. ‘학원 없이 살기 어렵지 않다’가 아니다. 그는 이렇게 되묻는다. 여태까지 어떻게 학원 다니고 살았지? 양 교사는 현재 학교공부만으로 충분히 수학을 잘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책을 쓰고 있다. 책을 쓰려고 많은 아이들과 인터뷰를 했다. 의외로 무척 많은 최상위권 아이들이 학원 없이 공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는 ‘팩트’라고 강조하면서 이를 의심하며 믿지 못한 채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사교육 없이 좋은 학업성취도를 보이던 아이들도, 슬럼프가 오거나 힘들고 성적이 잘 오르지 않으면 ‘아… 학원 안다니고 공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생각에 위기가 오게 되는 거지. 학원을 안다녀서 오히려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고 자기 주도 학습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못한다. 주변에 견고한 사교육 중심의 생각들이 짓누르니 그럴 만도 한데,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다른 생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수학 분야에서 요즘 핫이슈가 되고 있는 ‘스토리텔링 수학’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많은 양육자들이 이 때문에 불안해한다. 사교육의 과대광고가 부추긴 불안이다. 정작 스토리텔링 수학은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쉽고 재밌게 느끼도록 도우려는 방법일 뿐이건만, 사교육업체들은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양육자의 불안을 자극해 온갖 사교육 상품을 쏟아낸다. 이제는 ‘연산 훈련’ 방식으론 수학을 절대 잘할 수 없고 스토리텔링 수학을 해야 한다고 떠벌린다. 웃긴 건, 연산 훈련을 강조하고 연산 못하면 수학을 영영 못할 것처럼 광고했던 이들이 바로, 똑같은 사교육 업체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수학이 어려워서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수학이 어려워서 싫어한다고 믿는 순간 학부모들은 선행학습과 사교육 논리에 포섭 당하게 된다. 수학을 잘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수학 성적이 목표인 부모들이 문제다. 이것이 정확하게 사교육 시장이 겨냥하는 마음이고, 오히려 이런 목표 때문에 잘못된 전략을 짜서 수학 성적이 떨어진다.”

양 교사는 지금 많은 양육자들이 ‘수학 귀신’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한다. 즉, 수학을 아주 쉽게, 잘하고 몇 시간 만에 문제집을 척척 풀어내고 슬럼프 한 번 없이 늘 최상위 권을 유지하는, 존재하지 않는 부모들의 환상이 수학 귀신이다. 그런 완벽한 아이는 존재하지 않으며, 설사 있어도, 우리 아이가 따라잡아야 할 아이는 그 아이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엄마, 중학교 가니까 완전히 달라, 학원에 가야겠어.” 아이가 이리 말하면 건강하게 자기 주도 학습을 지원하던 부모도 한 방에 흔들릴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를 학원에 보내서 선행학습을 시키면 아이는 수학을 더 못하게 된다. 수학은 연계성이 강한 과목이다. 한 개념이 조금씩 살이 붙을 뿐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이어진다. 중학교 1학년 수학을 어려워한다면, 선행학습을 미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초등학교 6학년 때 수학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탓이다. 선행학습으로 갈 것이 아니라 철저히 복습을 하고 와야 한다. 예습-학교 수업 듣기-복습. 이 과정이 수학 공부의 핵심이다.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다.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근성 있게 해내는 것이 어려운 것이지, 절대로 수학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수학공부는 학교공부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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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없이 살기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저 | 비아북
이 책을 통해 부모역할의 핵심은 경제력과 정보력이 아니라, 아이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공감과 소통이 심리, 생활뿐만 아니라 학습에까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된다. 또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일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느낌만으로도 부모는 공감받고 치유됨을 경험한다. 그리고 스스로 아이를 공감해줄 힘을 얻게 된다. 또한 구체적인 학습법, 독서교육, 영어, 수학, 그리고 생활 및 심리 학교생활까지 아이의 학업과 성장에서 부딪치는 모든 문제의 해법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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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몸매 관리 비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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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의 몸매 관리 비결은 무엇일까?

은행나무 잎이 손가락을 벌리기 시작하던 8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 신사동 가로수길을 찾았다. 『30일 운동』의 저자 문지숙이 운영하는 필라테스 스튜디오는 건강한 열기로 가득 찼다. 스튜디오 앞에선 연예인들도 종종 마주칠 수 있다고 한다. 그녀들의 몸매 관리 비결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독자 5명을 초대했다.

문지숙은 운동 강사의 틀을 깨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긴 웨이브 머리에 단정한 메이크업을 하고, 액세서리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죽는 날까지 여자로 살고 싶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누구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보다는 자신을 이름을 내세우라고 말하는 그녀. 그 정도로 철저한 자기 관리가 눈에 띈다. 그녀는 6살 때부터 20년 동안 발레를 했다. 대학 졸업 후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했지만 교통사고로 발레 슈즈를 벗었다.

“20년 동안 무대에서 춤추는 생각만 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의사가 너무 간단하게 말해주더군요. 일상생활은 가능한데, 춤은 못 춘다고 말이죠. 이후 3년을 정말 나쁜 성격으로 살았어요. 그러다가 필라테스를 알게 됐어요. 까다로웠던 성격도 운동하면서 많이 변했죠. 몸매 관리는 건강하게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게 우선이에요.”


평생을 함께할 운동을 찾자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마음이 나온다.’ 문지숙은 필라테스 창시자인 조셉 필라테스의 말을 인용했다. 그녀의 목적은 45kg 만들기가 아니다. 운동은 미용뿐만 아니라 건강과 사회생활을 위해서 해야 한다. 몸이 좋지 않은 사람은 성격도 비뚤어지기 마련이다. 아픈 사람은 타인에게 배려심을 가지기 어렵다. 수영, 걷기, 뛰기, 필라테스, 요가, 그 무엇이든 상관 없다. 자신과 잘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운동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선택은 아니다. 문지숙은 평생 나와 함께 할 동반자 같은 운동을 찾으라고 권고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만드는 것이 곧 ‘체중’을 줄이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아요. 오~ 제발 좀! 45kg에 대한 환상은 남자들이나 가지라고 하세요. 사람의 몸은 뼈의 무게, 근육의 양 등 각각 타고난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비슷한 몸이라고 해도 체중은 얼마든지 다르게 나갈 수 있어요. 그리고 근육은 지방보다 부피는 작고 무게는 상대적으로 무겁기 때문에, 근육이 있는 몸은 근육이 없는 몸보다 체중이 더 나가기 마련이에요. 운동한다고 해서 무조건 45kg이 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죠.-상체 운동을 위한 애티튜드 中



닭 가슴살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30일 운동』은 상체와 하체 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저자는 그 중에서 ‘Q&A’를 가장 마음에 들어 한다. 수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을 엮은 부분이다. 운동 슬럼프나 요요를 극복하고 예방할 수 있는 팁은 물론, 하체 콤플렉스 솔루션과 먹으면서 살 빼는 법 등을 문지숙만의 솔직한 답변으로 선사한다. 그녀는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을 ‘스트레스’로 꼽았다. 운동하면 꼭 닭 가슴살을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역시 스트레스다.

“먹고 싶은 걸 못 먹는 스트레스는 결국 폭식으로 이어져요. 일단 먹고 싶은 건 뭐든지 드세요. 마음껏 먹고 마음껏 운동하는 거죠. 하지 않던 운동을 하면 어느 순간 자신의 몸이 변하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때쯤이면 자연스럽게 식단 조절도 돼요. 저도 그렇게 관리하고, 저를 찾는 연예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예요.”

문지숙은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말은 거짓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하루 먹는 식단 일기를 쓰면 몸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그녀는 하루 2리터의 물을 마시길 권했다. 일반 물은 열을 가하면 미네랄이 사라지기 때문에 생수를 마셔야 한다.


임산부 다이어트, 절대 하지 마세요

출산 후 한 달 만에 완벽한 몸매로 나타나는 연예인을 보며 다이어트를 하는 임산부들이 늘고 있다. 문지숙은 “그들의 직업이라 어쩔 수 없이 살을 빼는 거예요. 나쁜 엄마가 되지 마세요.” 라며 적신호를 보냈다. 여성의 치골이 열렸다 닫히는 기간까지는 몸조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임신 중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면 아이가 평생 써야 할 몸이 허약해진다. 출산 후 여성의 몸은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다.




현대 여성이 매일 하면 좋은 운동

이번 강연회는 참석한 독자 각자의 몸매 고민을 듣고 필요한 운동을 안내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학생, 주부, 갱년기 여성 등 다양한 연령의 독자들에게 저자가 공통적으로 처방한 운동을 두 가지 소개한다.

‘골반 기저부 운동’은 모든 연령대 여성에게 권장한다. 20대에게는 생리통에, 30~40대에겐 섹스 라이프에 도움이 된다. 50~60대에겐 요실금 치료 및 예방에 좋다.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1인치 정도 수직으로 들어 올린다. 괄약근을 조이고 8초간 버틴다.
-숨은 편안하게 쉬며 위 동작을 세 번 반복한다.
-허벅지가 당기고 열이 올라오는 게 정상이다.
‘발가락 피아노’는 매일 티브이를 보면서 할 수 있는 쉬우면서 효과적인 운동이다. 샤워를 마치고 발가락으로 피아노를 치는 습관을 가지자.
-바닥에 앉은 후 모든 발가락을 쭉 편다.
-새끼발가락을 구부려 바닥에 내려 놓는다.
-네 번째, 세 번째, 두 번째 발가락 순으로 바닥에 내려놓는다.
-마지막으로 엄지 발가락을 바닥에 내려 놓는다.

바디 로션 하나도 정성스럽게 바르자

문지숙의 몸매 관리 멘토링은 솔직하고 현실적이었다. 자신의 책을 다 따라 할 수 없다면, 마음에 드는 운동을 골라 하루 15분만 하라고 과감하게 말했다. 그 정도로도 몸이 정말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중요한 건 꾸준함과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면 살이 갑자기 찌지 않는다.
내가 나를 사랑해야만 몸이 바뀝니다. 내가 나를 스스로 아끼고 사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를 소중히 다루게 됩니다. 함부로 먹지도 않고 함부로 몸을 쓰지도 않게 되지요. 내가 내 몸을 아끼고 소중히 대하기 시작하면 그 결과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하체 운동을 위한 애티튜드 中
그렇다면, 어떻게 나를 사랑해야 할까? 저자는 바디로션을 바르는 방법부터 바꿔보라고 권한다.

“매일 샤워를 하고 나서 거울을 보세요. 그리고 몸 구석구석 칭찬을 하며 로션을 바르는 거예요. 다른 사람 몸을 보면서 비교하지 말고 내 몸을 바라보세요. 어떤 로션을 쓰냐고요? 가격이나 브랜드는 상관 없어요. 스스로를 아끼며 긍정의 힘을 불어 넣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내 몸을 사랑하면, 먹는 것도, 운동도 모두 즐거워집니다. 건강한 마음과 건강한 몸을 기르세요.”

말라깽이는 가라, 건강한 그녀들이 대세다. 자신의 몸에 맞고, 취향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평생 동반자로 만들어 보자. 맛있게 먹고, 즐겁게 운동하며, 몸과 마음이 건강한 진짜 미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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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days 30일 운동문지숙 저 | 중앙북스(books)
예쁘고 건강한 상체를 만드는 30일 플랜 트레이닝 프로그램 가이드북. 톱스타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레슨을 받을 수 있는 바디관리 전문가가 쉽고 체계적인 데일리 프로그램을 알려준다. 첫날 1분으로 시작해 하루 1분씩 늘려나가, 마지막 날 30분으로 끝내기 때문에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다. 큰 사진에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고, NG동작까지 꼼꼼하게 짚어준다.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Q&A를 넣어 궁금해할만한 사항들에 대해 답변해준다. 거리ㆍ지하철ㆍ책상ㆍ소파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운동법을 알려주고, 어깨와 목, 척추, 손목 통증 솔루션까지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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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그를 설명하는 문장들은 언제나 상식의 틀을 뒤흔든다. 예컨대 ‘한 달에 13번 월급을 받는 남자’ ‘13개 기업의 명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 과 같은 수식어들이 언제나 그의 이름 앞에 자리한다. 그리하여 그의 이름 세 글자는 혁신과 창의의 대명사가 되었고, 많은 이들은 부러움 가득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게 되었다. 어떻게 그는 한 달에 열 세 차례씩이나 월급을 받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을까. 그에게는 있고 우리에게는 없는 것, 그것은 무엇일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관점’. 그것의 차이가 곧 그와 우리의 차이다. 그는 누구도 서 본 적 없는 지점에 자신을 세우고, 한 번도 시선이 머무른 적 없는 각도에 눈높이를 맞췄다. 지금까지 없었던 방식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박용후가 가진 무기이자 성공의 열쇠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관점 디자이너’라 명명한 그의 선택은 과연 탁월하다. 그보다 더 박용후의 정체성을 잘 설명해줄 단어는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생각하는 것이 관점 디자인이다

우리의 관점은 대부분 관성에 얽매여 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혁신적인 관점과 사고를 가진 이들은 언제나 한 발 앞서 나갔다. 그들이 주도하는 변화의 흐름을 따르기만 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궁금했다. 어떻게 하면 혁신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걸까. 최근 박용후가 출간한 『관점을 디자인하라』에는 그 해답이 감춰져있다. 그 이야기를 보다 자세하게 듣기 위해 예스24와 하나투어가 공동으로 저자 박용후의 강연회를 마련했다. 지난 9월 3일, 삼성동에 위치한 여행 테마 카페 ‘뚜르 드 카페’에서 독자들과 만난 저자는 ‘관점 디자인의 비결’을 공개했다.

“깎새와 미용사, 헤어 디자이너라는 표현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걸까요? 머리를 깎고, 염색을 하고, 파마를 한다는 본질은 똑같잖아요. 그런데 헤어 디자이너라고 하면 왠지 창의적일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디자이너라는 표현에는 크리에이티브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거죠.”

박용후는 ‘나는 나의 직업을 관점 디자이너로 재 정의했다’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관점 디자이너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박용후를 수식하는 또 다른 말은 ‘착한 기업 홍보이사’다. 기업의 홍보와 마케팅이 그의 전문 분야라는 이야기다. 누구나 알 수 있는 ‘홍보 전문가’라는 직함 대신에 ‘관점 디자이너’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그는 홍보와 광고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로 대답을 대신했다. 결국 모든 홍보와 광고 문구들이 추구하는 것은 사람들의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아울러 그는 ‘one of them(그들 중의 한 명)’이 되고 싶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누군가가 정의한 틀 안에 자신을 가두기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한 이름을 스스로에게 부여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핵심을 파악했다.

“관점 디자인이란 생각에 대한 생각을 하는 거예요. 어떻게 생각할지를 생각하는 것이죠. 우리는 그냥 떠오르는 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야지’하고 생각에 대한 디자인을 해보면 다릅니다. 생각에는 방향성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끌고 갈 수 있는 거예요.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가’ 라는 생각에 대한 디자인을 해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면 사건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이 달라지거든요.”

그는 『마케팅은 짧고 서비스는 길다』에 담긴 일본 이세탄 백화점의 성공 사례를 예로 들었다.

『마케팅은 짧고 서비스는 길다』에는 ‘고객기점’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매장에 대한 관점을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고객님이 물건을 사시는 곳’이라고 바꾼 거예요. 파는 사람 관점에서 사는 사람 관점으로 바뀐 거죠. 관점 하나 바꿨을 뿐인데 서비스 혁명이 일어난 거예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더라는 거죠.”




‘이력서’가 아닌 ‘내재가치설명서’를 써라

박용후는 ‘어떤 관점으로 보여줄 것인가’와 ‘어떤 관점으로 보게 할 것인가’는 전혀 다른 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떤 관점으로 보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관점으로 보여줄 것인가’는 대상을 보여주는 나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어떤 관점으로 보게 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은 상대방의 관점으로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는 언제나 대학생들에게 ‘이력서’가 아닌 ‘내재가치설명서’를 쓰라고 이야기합니다. 자기의 공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내재가치설명서를 쓰라는 거예요. 자기 안에 내재된 동력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내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알면 강화할 수도 있고 다른 방향으로 바꿀 수도 있지만, 자기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 어떻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겠어요?”

그는 ‘세상은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이 당연해지면서 바뀐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당연함에 던지는 질문을 통해 당연함에 갇히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왜 당연한가’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이 내재화되면 통찰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을 사먹는 일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대에 생수 시장을 형성한 사람들, 김치를 사먹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던 시절에 김치 생산을 시작한 사람들, 데이터 통신을 이용해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업 모델을 구상했던 사람들. 이들은 모두 시대의 변화를 미리 읽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에는 ‘당연히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생각했던 것들에 ‘왜’라는 질문을 던졌기에 이룬 성공이었다. 박용후는 바로 이렇게 ‘변화를 느끼면서 미래를 바꿀 준비를 하는 것’이 성공한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세상은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이 당연해지면서 바뀌는 겁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거죠. 2009년도에 톰 피터스가 한국에 왔을 때 ‘이제 벤치 마킹의 시대는 끝났다. 퓨처 마킹의 시대가 왔다’는 말을 했어요. 퓨처마킹이 뭘까요? 2013년에 살고 있지만 2014년, 2015년에는 무엇이 당연해질까 생각하는 거예요. 여러분도 각자의 영역에서 어떤 것들이 당연해질까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들의 힘으로 당연한 걸 만들면 승진을 하거나 엄청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당신의 가격표에 적힌 금액은 얼마입니까

다가올 변화를 예측하는 일은 지금 이 순간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박용후는 현재의 코드를 읽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베스트셀러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들의 제목을 살펴보면 공통된 단어들을 찾을 수 있는데, 그 단어들로 문장을 만들어 보면 현재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일처럼 보이더라도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꿈 중에서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바로 그 생각에서 모든 창업이 시작되는 거예요. 단순히 생각에서 그치지 말고 ‘그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고 방법을 찾으세요.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영역에서 2014년, 2015년, 2020년에 어떤 것들이 당연해질지 예상하고 찾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겁니다.”

관점과 생각의 방식을 새롭게 바꾸는 박용후의 작업은 일과 성공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그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우리 인생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러분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다섯 개의 단어로 적어보세요. 그러면 내가 이 세상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보여요. 그리고 그 단어들에 대해서 자신만이 정의를 내려 보세요. 자신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으실 거예요.”

저자는 균형 잡힌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잃지 않는 것과 함께 ‘세 개의 코드’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에게 자극을 주어서 발전시킬 수 있는 코드, 지칠 때 나를 일으켜 세우는 코드, 그리고 내가 나아갈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코드가 그것이다. 그것은 각각 자신에게 계기가 되어 주고,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며,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들이다.

“사람에게도 가격표가 존재한다는 것 아시죠? 사람한테 가격을 매긴다는 건 정말 싫은 얘기지만, 가격이 존재한다는 것 아실 거예요. 연봉이 300억인 CEO가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3000만 원, 2400만 원의 연봉을 받죠. 한 달에 100만 원도 채 벌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슬픈 일이죠. 그렇다면 고액 연봉자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바로 천재들의 번쩍임(spark of genius)이 있다는 거예요.

번쩍할 때 수십 가지 수만 가지를 읽어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답을 적어서 보여줘도 못 본다는 거예요. 한 가지 말에서도 만 가지 생각을 얻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만 가지 말을 해줘도 한 가지 생각도 못 건지는 사람이 있죠. 같은 사건이나 장면에서도 여러 가지를 해석해내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는 거예요.”


박용후는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얻어가길 바란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강연회를 마쳤다. 그것은 아마도 『관점을 디자인하라』를 통해 그가 전하려고 한 메시지와도 같을 것이다. 『관점을 디자인하라』를 통해 저자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관성에 젖어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조명해 준다. 그리고 새롭게 바라보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보게 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독자들은 번쩍이는 찰나의 순간에도 수많은 의미를 읽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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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디자인하라박용후 저 | 프롬북스
BMW의 휠은 왜 까매질까?, 강남 사는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이유, 애플사가 호텔을 짓는다면?, 골리앗을 이기는 다윗의 돌맹이 등,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내는 해체와 조립이 저자만의 독특한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21세기 신 창조인간으로 진정한 오피스리스워커(officeless worker)로 재탄생되기 원하는 개인과 기업에 전달된 관점의 통달을 따라가 보자. 관점을 바꾸면 존재하지 않던 가치를 끌어낼 수 있고, 그 가치는 물질화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믿는다면 당신은 세상을 바꾸는 주인공, 온리원(only one)으로 거듭날 것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몰입하면 아이큐가 500이 되는 것처럼 모든 게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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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서 근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 즉 200여 년 전만 해도 ‘자아실현’이라는 말은 없었다. 즉, ‘개인’의 개념은 근대화의 산물이었다. 중세인들은 스스로를 개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주어진 신분과 질서가 삶의 모든 것이었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신분을 탈피하기 위해 무언가를 도모하는 것은,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있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자아실현도 개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등장하면서 나타났다. 그렇게 200년, 자아실현은 삶의 중요한 목적이 됐다. 자아실현을 위해 몰두하거나 몰두하라고 강조하는 시대가 됐다. 문제는 자아실현에 대해 성찰하며 그것을 중심적인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소수다. 그렇다면 자아실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기 공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공부하는 힘』의 황농문 저자다. 『몰입』『몰입, 두 번째 이야기』를 통해 몰입의 힘을 역설했던 그는 ‘몰입과 학습 : 몰입을 학습에 어떻게 적용하는가’라는 주제로 지난 9월 4일, 서울 목동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몰입은 생존을 위한 삶, 행복을 추구하는 삶, 자아실현의 삶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p.31)



몰입하는 힘

저자는 ‘몰입’에 어떻게 몰입하게 됐는지부터 이야기를 꺼낸다. 어떻게 살아야 죽을 때 후회하지 않을까. 그는 어느 순간부터 그런 고민을 하게 됐다. 고민 끝에 내놓은 결론은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으로 태워야겠다.’ 개인으로서 삶에 후회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어떤 문제가 안 풀리면 모든 상황에서 일부러 그것을 생각하면서 두뇌를 풀가동했다. 그러니 그 생각으로 채워지고 기분이 좋아지고, 천국에 사는 것 같더라. 몰입하니 그렇게 재밌고 하루를 살아도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헛살았구나, 그런 생각도 들 정도였다(웃음). 그렇게 하니 난제에 도전해서 많이 해결했다. 2007년에 『몰입』이라는 책도 냈다. 이후 독자들에게 메일을 많이 받았는데, 학습과 공부에 몰입을 어떻게 대입시키면 되겠느냐는 질문이 많았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여 각고의 노력 끝에 성공을 거둘 때 혹은 일정 기간 몰입하여 완벽한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보람, 희열, 환희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p.7)
저자는 몰입을 경험한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담과 질문을 건넨 사례를 말했다. 우선, 실명을 밝혀도 된다고 한, 최근 『사랑이 달리다』를 출간한 심윤경 작가다. 소설을 쓰기 위해 몰입하면서 색다르고 신기한 체험을 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나기도 해서 그 경험을 인터넷 카페에 올렸더니 『몰입』을 읽어보라는 답변을 듣고, 자신의 경험이 몰입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황농문 저자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심 작가가 말하더라. 열중과 몰입이 다르다고. 맞다. 열심히 하는 것과 몰입은 다르다. 이 소설가는 보통 1000매 정도 되는 원고의 초고를 6개월에 걸쳐서 쓰는데, 몰입을 하면서 석 달 만에 2300매를 썼다. 대단하지 않나?”

심 작가의 몰입체험은 다음과 같이 소개됐다.
- 시간의 흐름을 완전히 잊음
-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름
- 일상생활이 몹시 짜증스럽고 생각에만 집중하고 싶음
- 정신이 다이아몬드처럼 쨍하게 한없이 투명해지는 기분
-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쏟아져서 도저히 일을 놓을 수가 없음
- 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피치 못하게 일을 중단하고 사람들을 만나면 일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눈앞에 난수표가 쏟아지듯 화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몹시 불안해함
- 내 몸이 10인분의 일을 해내고 있다는 만족감
- 뭐라도 해낼 수 있겠다는 도취감
- 깊이 생각해서 나의 의문점과 생각의 모순점을 정리한 후 자료서적을 읽으면 머리가 바싹 마른 스펀지처럼 지식을 쫙 빨아들이는 느낌
이어 예과 2학년 의대생의 몰입 체험도 소개됐다. 이 학생은 시험기간 몰입하면서 겪은 바를 저자에게 보냈다. 그의 말은 이랬다. “아이큐가 500은 되는 것처럼 모든 게 쉽고 자신감 넘치고 숨 쉬는 자체로도 행복한 종교적인 감정도 들었다.”
“몰입 체험자들이 말하는 몰입 상태의 공통점은 지적인 능력이 평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고양된다는 것과 지극한 행복감을 맛본다는 것이다.”(p.21)
조기 유학을 간 대학생의 사례에서도 몰입은 행복한 경험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 학생은 잠들기 전 매일 좋은 아이디어를 하나씩 생각하자고 스스로 결심했다. 그리고 일주일동안 매일 실천을 했다. 그러자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기발했고, 무엇보다 생각하는 것을 즐기게 됐다. 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졌던 어느 하루, 몰입의 절정을 경험했다. 저자에게 쓴 메일에 의하면, “아이디어가 샘솟듯 솟아올라 넘치는 아이디어 때문에 가슴이 벅차고 설렜다.”
“몰입 이론의 창시자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어떠한 행위가 자기목적적인 경우를 ‘몰입 flow’이라고 정의하였다.”(p.32)



몰입, 자아실현을 위한 필요충분조건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생존과 행복을 추구하면서 보낸다. 나는 몰입을 통해 행복을 정복한 것 같다. 몰입에 빠지기 전과 후, 행복이 달라졌다. 제임스 베리는 말했다. “행복의 비밀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다.” 행복은 따지고 보면 결핍 욕구다. 그런데 이것이 채워지면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가 중요해진다. 언제가 다가올 마지막 날에 삶을 어떻게 살아야 후회하지 않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잠재능력을 마음껏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죽기 전까지 마음껏 펼치는 것, 그게 자아실현이 아닐까.”
“행복도 일종의 결핍 욕구여서 행복감이 부족하면 그것을 간절히 추구하지만, 일단 충족되면 삶에서 행복 추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다.”(p.30)
저자는 생존, 행복, 자아실현을 동시에 추구하려면, 일이나 학습(공부)이 삶의 수단임과 동시에 목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한 순간도 희생해선 안 되며, 순간순간이 삶의 목적이 돼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일과 공부가 목적이 되려면? 저자는 소설을 읽거나 게임을 할 때를 예로 든다. 어떤 행위를 할 때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예로, 즉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미가 있기 위해서 몰입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몰입을 통해서 생존, 행복, 자아실현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스포츠나 온라인 게임을 할 때의 행위는 수다니 아니고 목적이 된다. 그 이유는 그 행위 자체가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 행위가 목적이 되기 위해서는 즐거움이 수반되어야 한다.”(p.32)
그는 몰입에도 종류가 있다며 이를 분류했다.
※ 수동적 몰입 : 수동적으로 혼신을 다하는 상태 → 도전에 대한 최대의 응전 → 경험하기 싫은 최선 / 위기감이 있어야 한다. 치타에 먹히지 않기 위한 얼룩말의 도망

※ 능동적 몰입 : 능동적으로 혼신을 다하는 상태 → 도전에 대한 최대의 응전 → 즐거운 최선 / 피드백이 빨라야 한다. 스포츠 선수들의 환호성

※ 의도적인 몰입 : 의도적으로 몰입에 빠지는 상태 / 종교적인 활동 등의 예가 있다.
“의도적인 몰입이 중요하다. 화두선을 통한 삼매가 그런 예다. 화두선은 화두를 두고 정신수양이나 참선을 하는 것인데, 나는 종교가 없지만 화두선을 한 셈이더라. 자발적인 노력으로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많은 종교적 활동에 몰입의 요소가 있다. 즉, 수동적인 몰입을 능동적인 몰입으로 바꿀 수 있다. 다만 몰입 능력은 개인마다 다르다. 의도덕인 몰입을 위해서는 몰입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다. 몰입은 행복한 최선이다. 크고 작은 도전에 몰입을 활용함으로써 삶에서 가장 유익한 경험이 되도록 할 수 있다.”
“화두는 본질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물음이다. 이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다 보면 몰입도가 올라가서 나중에는 의식 소게 화두와 자신만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 상태를 ‘삼매 三昧’라고 한다.”(p.37)

“의도적인 몰입은 높은 몰입도가 필요한 상황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단기간 온 힘을 다해서 노력해야 할 때 또는 업무나 학습에 몰입해야 할 때 이 의도적인 몰입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p.39)



도전이 유익한 경험이 되려면?

저자는 한 대학원생의 예를 들려준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몰입을 통해 공부하는 시간도 줄이고 기억에도 잘 남게 됐다는 것. 무엇보다 이 대학원생은 제대로 공부하는 법을 배웠다며 저자에게 고마움을 표했단다. 기말고사 때는 한층 더 몰입을 통해 미리 시험범위를 훑어보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시험에 대비할 수 있게 됨으로써 시험공부를 즐겁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저자는 도전이 유익한 경험이 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 과정이 재미있다
2. 후회가 없다
3. 결과가 만족스럽다

“혼신의 노력으로 최대의 응전을 하면서도 긍정적인 경험, 행복한 체험이 돼야 한다. 이런 경험을 할 때 사람은 발전한다. 작은 성공부터 반복하면 사람이 완전 달라진다.”

“풀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능력이 결국 ‘공부하는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p.6)

(※ 사진은 2008년 3월 7일 작가와의 만남 사진으로 본 강연과 관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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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힘황농문 저 | 위즈덤하우스
『공부하는 힘』 은 배우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잘못된 공부법을 바로잡는 출발점이자, 경쟁력을 갖추는 동시에 행복과 자아실현이라는 열쇠를 모두 거머쥐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게 만드는 공부 과정은 시간을 낭비하거나 경쟁에 뒤처지는 일이 아니며, ‘자기 삶의 탐구’를 가능케 하는 근본적인 일임을 다양한 과학적 분석과 역사적 사실, 풍부한 사례를 통해 밝혀낸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주례사는 틀렸다. 진짜 사랑은 하나가 아닌 둘, 셋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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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은유(메타포)의 영화 <일 포스티노>. 섬의 아름다움, 베아트리체를 향한 사랑에 빠진 우편배달부 마리오가 시인 네루다를 찾아가서 말한다. “전 사랑에 빠졌어요.” 심각한 병이 아니라고 답하는 네루다에게 마리오는 치료되고 싶지 않다며 덧붙인다. “계속 아프고 싶어요.” 사랑의 본질이 ‘아픔’에도 있음을 간파한 절묘한 장면이다. (한국영화 <연애소설>도 같은 대사를 읊는다) 아프지만, 계속 하고 싶은 것, 사랑이다. 그런데, 그런 아픔과는 다른 또 다른 아픔이 스며든 것이 현대의 사랑이다. 무엇이 우리의 사랑을 아프게, 그리고 불안하고 막연하게 만들었을까. 어쩌면,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없었던 시대는 끝났다. 실질적으로 그렇진 않을지 몰라도,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거나 사랑이 돈으로 교환된다고 믿는 시대가 됐다. 그러한 시대, 정혜윤 PD가 우리 시대의 사랑을 진단했다.
“이제 사랑은 계산적이고 전략적인 이해관계를 포함하기에 결혼 희망자의 경제상황과 감정기질이 유일한 문화의 형틀로 굳어졌다. 이렇게 짜인 형틀은 판박이 결혼을 찍어낸다. 그러니까 현대와 더불어 일어난 문화적 변화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사랑이 사회적 이동성을 고려하는 경제적 전략과 뒤섞인 것이다.”(p.26)



사랑의 위기?

누군가는 지금, 사랑이 위기라고 말한다. 과거라고 위기가 아녔을까마는 지금 사랑이 겪는 위기의 원인에 대해 정혜윤 PD는 소비자본주의를 든다. 경제적 이유 등으로 사랑 또한 미래의 불안에 잠식당한 것이다. 그는 ‘내 탓이야’라는 발언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도덕적으로는 고결해보이지만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는 것. 책은 따라서 사회가 이성, 도덕을 강하게 지배하는 것은, 곧 신자유주의의 지배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도덕은 지배 세력과 일반 시민들에게 적용 정도가 다르다. 전체적으로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거나 교통질서를 지키는 도덕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배 세력이 그토록 강조하는 준법은 고작해야 그런 것이다. 자신들에겐 그 준법의 기준도 적용하지 않으면서.
“무엇이 사랑을 불안함과 막연함, 심지어는 절망의 만성적 원천이 되게 만들었는지는 내가 보기에 사회학을 통해서만, 현대라는 문화와 제도의 핵심을 이해함으로써만 풀릴 문제다.”(p.31)
정 PD는 자신이 겪은 일화를 건넨다. 한 시인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구속됐고, 그를 풀어달라는 행사에 가서 한 해고노동자와 방송을 했다. 해고노동자는 방송이 끝나고, 다음에 자신의 아이에게 방송국을 구경시켜주고 싶다며, 가이드를 부탁했다. 정 PD, 왜냐고 물었다. 해고노동자는 부모가 힘겨운 상황이라 아이에게 꿈이 없어지는 것 같다며 꿈을 꾸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른들을 위해 책 읽기 강연도 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유를 물었다. 그는 다시 말했다. 해고당하고 보니 그제야 보이는 세계가 있었고, 예전과 똑같은 사람이긴 싫으니 달라져서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 PD, 크게 감동을 받았다.

“사랑은 늘 미완성이다. 그런데도 사랑의 지속, 사랑의 존재에 대해서만 우리는 말한다. ‘사랑이 있다고 생각해?’라고 물을 게 아니고, ‘사랑이 움직이고,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해?’라고 물어야 한다. 사랑은 존재가 아닌 만남이다. 소통이다. 그 노동자도 해고당하지 않았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 해고를 당한 뒤 겪은 일로 인해 새로운 사람이 되고자 하는 거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랑의 생명력, 사랑의 생기

그는 살면서 놀라운 사랑이야기를 많이 들었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달음이 있었다. 사랑이 일상을 바꾼다는 것. 즉, 약간 마법에 도취된 일상을 살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안나 카레니나』를 꺼냈다. 그가 보기에, 안나는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인이다. 라라(『닥터 지바고』), 나타샤(전쟁과 평화)와 함께. 안나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는 생기, 생명력을 들었다.

“안나를 따라 파티장에 간 러시아 여인들도 말하잖나. 당신이 진짜 아름답다고, 살아 있다고. 허리가 잘록하거나 뭔가를 입었다고 아름다운 게 아니다. 소설을 보면 안나가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는데, 이때 뒤돌아본다. 이 장면은 되게 중요하다. 이성이라고 믿고 판단하는 것들이 우리를 작아지게 하고 평가하고 판단하게 만든다. 나중에 안나는 브론스키와 싸운다. 안나는 가상의 질투를 한다. 나랑 헤어지면 무척 아름다운 사람과 사랑할 거라고. 우리는 사랑을 증명하라고 말하곤 하는데, 안나는 살고 싶다며 인생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런 말이 안나를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만들었다.”

이어 『테스』. 주인공 테스는 한 번 잤다가 인생이 끝장난다. 그만큼 우리가 사회의 지배를 어마어마하게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사랑에 미성숙한 사랑도 있고, 성숙한 사랑도 있다고 말했다. 미성숙한 사랑은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어린아이가 엄마 치맛바람 잡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사회에서 주어진 것을 비꼬지 않고 받아들인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 수는 없다. 우리가 어떻게 살지에 대한 고민 없이, 전에 하지 않은 행동을 하고 삶을 생성하는 것 없이 사회에서 주어진 대로 살아간다면 사랑은 위기일 수밖에 없다고 이 책은 말한다. 카잔차키스의 『영국 기행』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를 찬양하는데, 지금의 영국인과 너무 닮지 않아서 찬양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사랑도 그렇다. 자아가 너무 중요해졌다. 사랑은 섞이는 것이다. 너랑 나랑. 자아가 흔들리는 것이 사랑이다. 내가 뭐든지 책임을 지고, 비대해지고 상처도 잘 받는 자아만 있다. 자기 비하도 있고.”




멘토 열풍을 부정함

우리는 강연을 왜 들을까. 정 PD는 좋은 판단, 좋은 삶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좋은 책에는 놀라운 사람들이 나온다. 놀라운 행동을 해서가 아닌 반응과 생각, 말이 놀라운 것이다. 내가 못해본 생각을 하고 있기에 놀라운 것. 책이나 글을 읽으면서 가장 좋은 건, 이렇게 살면 되겠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구나 느끼는 순간이라고 전한다.

“나는 멘토 열풍을 노골적으로 부정하고 다닌다. 불안을 감당할 수 없으니 확실하고 안정된 것에 마음을 열고, 그래서 멘토를 따라서 움직인다. 바로 지금 옆 사람에게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자아성찰, 자아계발에 대해 멸시한다. 우리는 자아성찰에 너무 익숙해 있다. 나는 물론 타인에 대해서도 진단을 내린다. 그러지 말라는 거지. 무엇을 보고 빛난다고 느끼는지,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끄집어내야 한다. 경험이 언제 내 것이 되느냐면 생의 커리큘럼을 만들 때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데, 이야기의 맥락을 잡아주는 것이 책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널 만나서 내 인생의 맥락이 잡히는 거지. 사랑은 나의 삶의 형태를 잡아준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주인공은 남자를 만나고, 여섯 겹의 우연이 내려앉았다고 말한다.”

그는 주례사에서 틀린 말을 지적한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된다.” 그는 진짜 사랑은 두 사람이 둘, 셋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둘이 같이 있어서 생성되는 것, 그것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책에는 실망과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누구나 다 실망한다. 그럼에도 진짜 사랑은 눈을 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눈을 뜨게 한다. 내가 몰랐던 세상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한다.




사랑에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책에는 욕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정PD에 의하면, 타인을 좌지우지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며, 외부의 시선에 휘둘리는 것이 욕망이다. 나의 자존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진짜 사랑은 내가 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랑은 몸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

“이 책은 사랑이 너무 계산적이 된다는 것에 노골적인 반감을 품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사랑마저 그러면 어떻게 살아, 라고 말한다. 사랑하면서 우리는 너무 많은 함정에 빠지는데, 그게 나름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 우리가 사람을 그저 그렇다고 느끼는 건, 똑같은 질문만 해서다. 다른 걸 물어보지 않아서다. 지금은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표준화되고 서열화 된 시대다.”

그는 한 어부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 바다에서도 금지어종이나 사이즈 작은 물고기를 놔주는 어부였다. 그를 만나자마자 물었다. 어떻게 아무도 보지 않는 바다에서 지킬 걸 지키는 남자가 됐느냐. 어부가 답했다. 내가 자유인이기 때문이다. 정 PD, 충격을 받았다. 초등학교만 나온 어부였지만, 이 사람에게 자유는 스스로를 지키는 자유였던 것이다. 물고기를 안 먹는다는 어부의 말에 왜 그러냐고 물었다. 눈이 매우 예뻐서 먹을 수가 없다. 그리고 덧붙였다. 인간은 슬픔을 아는 존재다. 그가 지킬 걸 지키는 남자가 된 것은 얼굴을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엄마 때문이었다. 엄마에게 누를 끼치지 말고 살자는 다짐 때문이었다. 생명의 근원에게 누를 끼치지 말자는 이유였다.

그리고 어부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어부와 달리 백옥 같이 하얀 피부의 부인도 만났다. 너무 상반된 두 사람의 인연을 물었다. 놀라운 사랑이 있었다. 세 살에 고아가 된 어부, 군대를 갔으나 아무도 면회 올 사람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어느 날 위문편지가 오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통씩 오는 편지를 받으며 3년을 버텼다. 제대를 했으나 으레 그러하듯 두 사람이 만날 일은 없었다. 세월이 흘렀다. 다만 겨울에 TV를 볼 때, 특히 일기예보에 전주에 눈이 왔다고 하면 생각이 났다. 그녀가 봄소식 온다고 편지를 꼬박 보낸 덕분이었다.

그러다 25년가량이 흐르고, 위문편지를 보냈던 그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옛 주소로 편지를 보냈다. 기대 않고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있었다. 전화가 왔다. 그녀였다. 이름을 말하면서 나를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어부의 표현에 의하면, 그 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얼굴도 본 적 없는 그녀로부터, 바다에 혼자 있는데, 누군가 자신을 기억한다고 말을 건넸다. 그 순간, 그 시간이 엄청나게 크게 다가왔다.

“1~2년 편지가 오갔다더라. 마침 둘 다 싱글이여서 결혼하게 됐다. 여자는 이전에 명품족이었다더라. 어부의 아내가 돼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게 예쁜 옷을 입지 않을 때도 자신이 사랑스러운 여자일 수 있는지를 잊은 거다. 그게 너무 힘들었다더라. 화장하지 않고 예쁜 옷을 입지 않으면 괜찮은 인간인지 알 수 없다는 거. 그래서 물고기를 보면 호들갑을 떨고 반응을 했다. 어부에겐 권태로웠을 그 일이 새롭게 보인 거지. 이 세상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생기는 변화였다. 사랑은 계산하게 만들지 않는다. 내가 기꺼이 널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게, 심지어 그것이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다. 세상엔 우리가 모르는 사랑이 무척 많다.”

영원한 사랑. 사랑의 신화는 영원이라는 말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정 PD, 영원이라는 말을 바꿀 수 있는 건 하나라고 말한다. 언제나. 힘들거나 초라하거나 빛날 때나 상관없이 언제나. 따라서 사랑에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랑의 기술은 연애의 기술도, 섹스의 기술도 아니다. 사랑은 전면적인 관계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인간이 되는 기술과 다르지 않다. 나는 마법에 걸린 사랑을 믿고 있다. 외국인에게 커플링, 커플룩이 제일 신기하다더라. 또 우리처럼 기념일 많은 나라도 없다. 끝없이 확인하고 드러내는 안정감 말고 다른 사랑은 없을까를 상상하면서 생을 바꿔봤으면 좋겠다.”
“이성애의 낭만적 사랑은 20세기에 일어난 두 가지 가장 중요한 문화적 혁명을 포괄한다. 하나는 생활방식의 철저한 개인주의화이며,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자신의 감정을 가장 우선시하는 태도다. 다른 하나는 사회관계의 경제화로 자아와 심지어 그 감정을 꾸미는 일까지 경제모델이 장악했음을 뜻한다. (중략) 이는 자본주의 문화의 문법이 권력을 가지고 이성애라는 낭만적 관계의 영역으로 침투해 장악한 결과다.”(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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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왜 아픈가에바 일루즈 저/김희상 역 | 돌베개
세계적인 학자답게 에바 일루즈는 사랑을 주제로 다룬 이 책에서도 놀라운 박학다식함과 특유의 성실함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여러 소설들에서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과 잡지 기사,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올라온 숱한 고백담과 댓글들, 연애와 불륜을 포함한 여러 부류의 ‘사랑’ 경험자들과 나눈 실제 인터뷰를 토대로 ‘오늘날’, 즉 현대를 살아가는 남자와 여자들이 만들어낸 ‘사랑의 현장’으로 곧장 파고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에 그토록 많은 고통과 상실과 아픔과 눈물이 차고 넘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단히 치밀하게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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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은 왜 편을 가르는 선이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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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찬사만 하는 주례사 비평 아닌 『서해전쟁』을 읽은 소감을 말해 달라.

최종건: 혼자 낄낄거리면서 읽었다. 저자 말투가 생각나서 그랬다. 문장 스타일이 저자의 말투와 비슷하더라(웃음). 가르치는 입장에서 교과서로도 지정하고 싶었다. 문제는 이른바 보수진영의 안보학자는 이만큼 쓰기가 어려워서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아주 자세하게 기술했고 발로 뛰고 쓴 기록이다. 취재원들에게 술과 밥을 사 먹이면서 말하게끔 유도한 덕이 아닐까 싶은데(웃음), 독자 입장에선 중요한 사료적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사실여부는 비판 혹은 검증의 대상이 돼야 하겠으나, 안보라는 이름으로 금기시 된 영역을 직설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홍익표: 재밌게 읽었다. 책 읽고 불편해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살아 있는 생생한 증언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정사(正史)가 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한국 정부의 공식문건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완하고, 현장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어떻게 쓰게 됐나?

김종대: 지난 선거 때 NLL논쟁을 보면서 마음이 참담했다. 왜 저런 논쟁이 생겼는지 따져보면, 첫 시기가 연평해전이다. 정전협정이후 그렇게 참담한 전투가 없었다. 100~130여명이 사망했는데, 신문에는 30여 명이 사망했다고 나왔다. 정권 의지가 실린 피의 보복인데, 원한의 사슬로 얽혀 있다. 이걸 끊어주지 않아서 2012년 선거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장성 35명의 증언을 들으면서 전율했다. 감정을 최대한 줄이고 썼다. 이론 프레임은 이 책에 없다.

땀과 열정이 배여 있는 책이다. 서해에서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 불가피한 현실인가?

김종대: 관리 가능하다고 본다. 관리하기에 따라 친구도, 적도 될 수 있다. 소중한 생명이 바다에서 안타깝게 죽어가고 희생됐다. 그 희생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 지인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 부분부터 밝히고 들어가야 한다. 안타까움과 애틋함을 벗어나면 철저하게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 또 죽을 수 있거든. 우리 군은 서해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한다. 해군보다 합참의 실수다. NLL선상과 함정에 죽 늘어서서 몸으로 막으라고 한다. 로마 이후 처음 있는 박치기 해전이다. 임진왜란 때도 거리를 두고 화포로 싸웠다. 그런데 최신식 함정으로 들이받으라니. 고대 전투를 답습하는 현장에서 비극이 발생했다. 앞으로 자꾸 내모는 것을 NLL사수라고 말하는데, 바다의 선을 지키는 것처럼 애매한 것이 없다.
“선을 지킨다는 건 바다의 물을 지키라는 건지, 아니면 바다 위에 보이도록 줄을 죽 깔아놓고 그걸 지키라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다.”(p.68)
군사전술상의 문제를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봐야 하나?

홍익표: 그전에는 NLL에서 전투가 일어난 적이 없다. 1999년 서해교전을 계기로 반복적으로, 갈수록 수위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서해는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은 교전이 없었다. 김대중 정부 때가 대북 화해?협력이 자리 잡는 시기였다면, 2002년 이후 충돌이 없고, 위기상황도 불거지지 않았다. 언제든 관리를 할 수 있음을 뜻한다. 관리 가능하지만,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군사안보, 외교력, 남북대화, 경제적 측면 등 종합적으로 서해에 접근하지 않으면 평화를 유지하기 어렵다.

남북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냐.

최종건: NLL은 남북한 관계를 측정하는 증상이 될 수 있다. 이 분쟁의 바다는 공동어업의 바다가 될 수 있고, 긴장구도로 가면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 근본적으로 NLL지역에 대해 다른 생각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남북한은 각자의 의미에서 이곳을 경계선이라고 주장하는데, 중국 어선은 공해라면서 들어온다. 물리적인 공간을 놓고 여러 정치적 의미를 둘 수 있는데, 제3국인 중국은 쌍끌이로 끌어가거든. 최후의 승자는 중국 어선이 아닐까(웃음). 코미디 같은 현실이다. 대승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바다를 잘 아는 사람에게 바다를 제대로 맡겼으면, 의무를 다 하기 위해 군대에 간 청년들이 아까운 생명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만의 하나를 대비하는 것이 군사적 속성인데, 저자는 35명의 장성과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군사적인 측면에서 느낀 문제점이 무엇이었나?

김종대: 현역 군복을 입고 싸우는 것만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거기서 나온 진단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말단으로 내려갈수록 보수적인 이념이라고 해서 도움이 된다고 보진 않는다. 군사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여론이 조성되면 부담은 고스란히 전투원들에게 간다. 군사적으로 하기 싫은 행동을 여론 때문에 하게 된다. 여론도 만족시키고, 자기도 만족할 수 있는 형태가 하나마나한 군사훈련이다. 군사적으로는 합리성이 없다. 여론이라는 괴물이 북한에 대해 잘못 작동했을 때, 군대도 할 필요가 없는 것을 한다. 북한에 대해 강압적으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 군대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말단의 전투원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전투원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군사훈련과 국방을 하면 된다. 여론이나 정치권력의 이해관계 때문에 안보가 합리성을 도모하지 않는다.
“불필요하게 영해 문제를 유발시키고, NLL에 대한 과도한 역사 해석을 남발하며 우리 군에 공세적이고 강압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이 여론이라는 괴물은 기실 우리 전투원들을 사지에 몰아넣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이러한 여론에 편승하여 정부 내에서 명성과 권력이라는 이익을 추구하는 관료 집단이 정치적 목적으로 서해 문제를 접근하는 경우도 발견된다.”(p.12)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

김종대: 전문성이다. 바다에서 북한군의 전술과 무기 체계를 알고, 내 안전과 안보를 지킬 수 있는 것이 전문성이다. 전문성을 합참이 배려해주는 모습이 중요하다. (군대별) 유니폼이 다른 문화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보면, 서로가 상황을 통제하려고 견제한다. 다른 유니폼보다 우리 조직이 가장 스마트하고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 위기 이후 내게 돌아올 책임과 명성에 고민하면서 상대방 전문성을 무시하고 엉뚱한 지침을 내림으로써 피라는 결과로 돌아온다.

최종건: 어떤 군인이건 전문적이다. 전문성 보장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정치인이 해야 하고, 자기의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다.

홍익표: 군대에서도 학연, 혈연, 지연이 작용한다. 군의 협동성 문제를 책에서도 지적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육해공이 연합을 통해 전력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상대방의 전문성을 죽이면서 이도저도 아닌 군대를 만든다.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 임명에서 육사 출신이 아니었던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핵심 보직도 육사 출신이 장악한다. 육사 출신이 독점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독점이 문제라기보다 그 독점 현상이 합동성의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보수와 진영 간의 진영싸움이 화두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NLL에 어떻게 접근하는지가 기준선으로 작동하나?

김종대: 우리 사회에서 여야, 보수진보에서 더 문제가 된다. NLL때문에 논쟁은 있어도 남북한 관계가 파탄난 적은 없다. 그런데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끼리 NLL문제가 제기되면 사활을 걸고 싸운다. 마음속에 선이 그어져 버린 거지. 이게 남북 관계보다 더 힘들게 됐다. 국내 정치화된 안보는 남북 관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국내 정치에서 남북 관계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형성되지 않으면 남북 관계는 안 된다. NLL이 애물단지가 됐고, 지정학적 위치를 보면 현장 상황은 위험해지고 있다. 서북해역에서의 남북 협력의 가능성이 소진되고 화해협력을 도모하기는 지금 힘들어지지 않았는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게 됐다.

지난 대선 때 NLL포기 발언과 맞물린 것인가?

홍익표: 1996년 4월 총선을 눈앞에 두고 판문점에서 북한군 1개 소대가 박격포를 들이대며 ‘북풍’이 분다. 당시 이양호 국방장관이 국회 질문에서 NLL은 임의로 그은 선이라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말한다. 선을 넘어 공격적 행위를 하면 정전협정을 깬 것이나, 월선은 그렇지 않다. 이 문제가 정치권에서 왜곡되기 시작했고, 김대중정부가 화해협력 정책을 펼칠 때 보수언론이 이것을 묻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NLL이 애국자와 매국노를 구분하는 선처럼 인식됐다. 이성적이고 평화적인 관리가 아니라 애국주의를 강조하고, 이 선을 유지하지 않으면 애국자가 아닌 것처럼 공세를 취하면서 정상적인 논쟁을 막았다.

최종건: NLL이 진보와 보수의 구획선이라기보다 우리 편과 아닌 사람들을 가르는 것 같다. 선거 국면에선 NLL을 독도화 시킨다. 자꾸 분쟁화 시키는 거지. NLL은 현상적인 영해선이든 경계선으로 놔두든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사상 검증하듯이 다루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손해다.

김종대: 윽박지르는 영해 분쟁이다. NLL에 대한 패러독스가 있다. 애초 분쟁을 막기 위해 설정한 선이고, 1980년대까지 그대로 관철되면서 서해에서 장기간 평화가 유지됐는데, 오늘날 NLL은 분쟁을 유발하는 선이 됐다. 관리의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국민을 향해서 윽박지르듯 영해주장을 한다. 이것을 영해화 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영해법에 넣어야 하고, 국제 사회에 선포해야 하고, 유엔에 기탁을 해야 한다. 서북해를 우리 영역에 넣고 싶으면, 등기소에 가서 내 재산이라고 등록하는 거다. 이것이 영해이자 영토 개념이다. 독도, 울릉도는 다 그렇게 돼 있는데, 유독 여기만 어떤 법에서든 다 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랬고, 보수정권이 영해 개념을 다 포기했다. 그 영해를 지켜보라고 했더니 거부한 것도 보수 세력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때처럼 영해라고 주장하려면, 지금은 그렇게도 안 하는데, 아버지 무덤에 가서 왜 그랬느냐고 하든지. 대선 때처럼 야당에 따질 때가 아니다.

홍익표: 영해 주장을 국민과 야당에 대해서만 한다. 중국과 미국은 공해로 알고 있다. 정전 후 40여 년 간 정전 협정 회의에선 한 번도 NLL이 그려진 지도를 쓰지 않았다. 중국과 미국에도 우리 영해라고 말하지 않고 북한에도 윽박지르지 않고 있다. 많은 분들이 군사분계선처럼 이뤄진 것이라고 착각하는데, 그보다 훨씬 후방에서 우리 함정들이 경계근무를 한다.




이순신 장군의 학인진처럼 이해할 순 없을까?(웃음)

김종대: 우리 군은 휴전선을 잘 지킨다. 귀순자들이 내려올 때, 늘 일정한 길들이 있다. 뚫린 도로만 따라오면 된다. 이런 것도 남북협력을 하다가 생긴 부산물이다. 그런 지형만 잘 지키면 된다. 휴전선, NLL 아무 이상이 없음에도 1cm, 1m만 넘어와도 손을 자르라고 엄포하고 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안 넘어갔는가 말이다. 경직된 해상 경계선을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 빼고는 없다. 상대방에서 해를 끼치지 않으면 영해를 통과하는 무해통항권이 국제해양협약에 있다. 그런데도 NLL은 북한에 대한 해상봉쇄를 하는 선으로 변해가고 있다. 분쟁의 속성인 적대성이 드러나고 있다. 책 제목을 ‘서해전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나쁜 속성이 극대화되면서 무기와 군사전력이 집결되고 있는데, 만약 우발적 사건이 일어나면 대단히 치명적일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했다. 이런 봉쇄 개념으로 가면 분쟁적 개념이 강화될 것이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상영 이틀만에 멀티플렉스에서 내려왔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홍익표: 본질적으로 연관돼 있겠으나 영화는 영해문제와는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지는 않다. 심의를 통과한 작품을 극장을 걸었는데 다른 축을 흔들어 내리게 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천안함 사건도 꽃다운 젊은 목숨이 스러졌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스러진 목숨들은 뭐냐.

김종대: 죽어간 장병을 기리고 영웅시하는 측면은 이해한다. 장병들은 우리 대신에 죽어간 것이다. 정말 안타깝다. 이 시점에 고민해야 할 것은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그러려면 그 죽음이 왜 발생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그 장병의 죽음을 기리면서도 기만적으로 이 일이 왜 벌어졌는가를 밝히지 않는다. 정확하게 어떤 요인들 때문에 벌어졌는지 드러내서 다음 정권이 참고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다섯 번의 서해교전은 정보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밝힌 것만 알고 실제 내용은 대부분 사람이 모른다. 기록도 없고.

홍익표: 박근혜 정부도 군이라는 조직에 의해 희생될 수 있다고 본다. 작전의 실패를 정책의 실패로 면피하는 구조다. 중요한 행위자로 청와대, 합참, 해군(2함대)의 세 주체가 책에 등장하는데, 때론 서로 갈등하고 합종연횡을 한다. 실제로 보면 2차 서해교전 당시 추가적인 반격을 못하고 후퇴하고, 천안함 사건 때 후퇴하는 것 등이 정부가 남북관계를 관리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북한이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해서 우리 배가 후퇴하는 건데 그것을 작전의 실패가 아닌 정부가 관리하려고 했다는 것으로 변명한다. 응전하지 말라는 것을 교묘히 편집하면서 정권의 포용정책, 이명박의 무능으로 포장한다. 본질적인 측면을 군이 은폐한 것이지.

김종대: 오해의 소지가 있어 더 설명하자면, 남북관계를 고려해 강압적으로 대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줄 수도 있다. 김대중 정권 때는 선제공격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선제사격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자위권은 무엇으로 지키느냐. 이것은 거리의 문제다. 거리를 유지하는 재량권이 지휘관에게 있는데, 배가 붙으면 돌격 기동을 하면 된다. 상부의 지침을 전문성으로 창의적으로 해석해서 자기 목숨을 자기가 지켜야 한다. 그럼에도 위험한 순간이 있으면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상한 교전이 벌어진 것은 군 조직의 기강문란 등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모종의 사건이 있다. 위기대응시스템이 이상하게 작동하면서 말단의 전투원들은 죽어간다.

최종건: 이 책이 적나라한 면이 있다. 그게 한편으로 단점인데, 줌아웃해서 보면 우리가 품고 있는 가정이 있다. 북한은 항상 우리를 공격하고 도발의욕이 있으며, 빈틈을 보이면 언제든 우리를 공격할 거라는 가정이다. 그것이 맞다 쳐도, 돌이켜 생각하면 국가로서 무엇을 실수를 했기에 이렇게까지 서해에서 계속된 분쟁으로 갔는지 우리는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작전의 실패를 복기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국방위원회나 언론은 뭘 하고 있나?

김종대: 속기록을 보면, 군의 핑계가 참 갖가지고, 거짓말도 한다. 지침을 준 것은 합참인데, 현장에서는 비극이 발생한 다음 합참은 모른다고 발뺌한다. 항상 뭣 때문이라고 하면서 자기의 무능을 드러낸다. 그렇게 되다보면 서해 비극은 아무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방위원회나 언론은 거기에 다 넘어가는데, 그래서 이 책을 썼다(웃음).

홍익표: 군이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만 알려서 잘못을 은폐하고 공적은 확대한다. 젊은 장병들의 안타까운 희생은 사라지고, 훈장 받은 고위 간부와 영웅담만 나온다. 문제는 이런 비극이 반복돼서 나올 수 있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종대: 천안함 침몰은 이제 믿음의 문제가 됐다. 정부가 한 번 발표하고 믿으라고 윽박질렀다. 이 책의 한계는 거기에 있다. 정보가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 발표를 믿느냐 아니냐를 처리해야 하는. 제4장(천안함 침몰)의 기술은 미완성이라고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나,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35명을 인터뷰 하면서 다양한 답변이 나왔을 텐데, 어떻게 재구성을 했나?

김종대: 취재원을 접촉할 때는 크로스 체크밖에 없다. 이 책은 3년 정도 걸렸다. 반복적으로 크로스 체킹을 했다. 수평적인 입장에선 크로스 체킹이 잘 됐는데, 문제는 수직적인 것에서는 크로스 체킹이 미흡했다. 청와대, 합참, 해군 단위에서 대표적인, 현장의 이해 관계자가 똑같은 상황을 어떻게 봤는지도 나온다. 공개된 문헌과 일치 여부도 확인을 했고, 군 내부 정보가 밖으로는 나와 있질 않아서 국회 등이 추후에 좀 더 보강을 해줘야 한다.

합참의 직제가 육군 중심의 폐단이 있어서 순환보직을 해도 또 폐단이 생길 수 있지 않나?

홍익표: 군에서 운용의 모든 출발은 인사권이라고 본다. 합참은 국영수가 아니라 입시 지도다. 육해공의 지식이 아닌 합동교육기관에서 재교육하면서 양성하고 발전시키는 건데, 그것이 안 된다. 왜냐. 인사권이 총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문제다. 첫째는 합참의 비전문화에 의한 패권적 운영방식에서 나오는 전문성의 실종, 둘째는 소통능력의 부재다. 남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폐쇄적 인식구조가 문제다. 전작권 환수를 앞두고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문제가 크게 불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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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파일 서해전쟁김종대 저 | 메디치미디어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은 제1연평해전부터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12년 동안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일어난 다섯 차례 전투를 통해 서해의 교전을 일으킨 원인과 상황, 그리고 그 이면에 숨은 정치?외교 상황을 담은 안보 논픽션이다. 다섯 차례 전투는 모두 위기관리에 서툰 해군과 합참, 비합리적인 국방부와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합작품임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대한민국 안보의 무력한 맨얼굴을 볼 수 있다. 안보 분야에서 민간인 최고의 전문가인 〈디펜스21 〉의 김종대 편집장이 당시 현장의 최전선에 있던 수십 명의 장성, 전문가를 인터뷰한 끝에 서해 위기의 내막을 밝혀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독서와 글쓰기, 생각하는 존재로 살기 위해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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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 세 개 이야기

부모와 일찍 헤어진 홍세화 선생에게 첫 멘토는 외할아버지였다. 홍 선생은 외할아버지가 중학교 때 해주신 말씀을 꺼냈다. 외할아버지 왈. “사람은 거친 사람과 부드러운 사람이 있는데, 부드러운 사람이 항상 손해 보게 돼 있단다. 거친 사람에게 외려 더 신경을 쓰기 때문이지. 그래서 부드러운 사람에겐 신경 쓰지 않고 소홀하게 돼. 너도 조심해야 할 게 있단다. 부드러운 사람에게 소홀하지 말거라. 너는 손해 봐라. 다시 말해 계속 부드러운 사람으로 살아라.”

‘개똥 세 개’는 그런 외할아버지가 해주신 이야기였다. 요약하면 이랬다. 서당 선생이 삼형제를 가르치면서 각자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봤다. 첫째는 정승이라고 답했다. 선생은 사내대장부는 포부가 커야한다며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둘째는 장군, 선생은 역시 기분 좋은 반응을 보였다. 막내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장래희망은 관두고 개똥 세 개가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서당 선생이 왜라고 물었다. 막내가 답하길, 나보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큰 형이 정승이 되겠다고 하니 입에 개똥 하나를 넣어주고, 나보다 겁 많은 둘째 형이 장군이 되겠다니 개똥을 넣어주고 싶다. 마지막 개똥은 어디에 쓸 것이냐고 서당 선생이 물었다. 이때 외할아버지가 그에게 물었다. 막내가 뭐라고 답했을까.

“서당 선생에게 먹이려던 것 아니냐, 두 형의 엉터리 대답을 듣고 좋아해서라고 답했다. 외할아버지는 맞았다며 흡족해한 만큼 서당 선생의 자격을 드러낸 것이라면서 덧붙인 말씀이 있다. 네가 살면서 막내처럼 누군가가 세 번째 개똥을 먹어야 된다고 말해야 할 즈음 말을 하지 못하거나 침묵하게 될 때 그 개똥을 네가 먹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개똥을 어떻게 하면 ‘덜’ 먹느냐의 싸움이 내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더 따질 것은 나는 자신을 막내와 일치시키고 있는데, 왜 나는 맏형, 둘째형과 일치시키지 않고 막내와 일치시켰을까. 나는 책 읽기를 즐겨하나, 사실 노는 것을 더 좋아하고, 둘째처럼 겁이 많은 사람이거든. 그래서 이 개똥 세 개가 내 삶의 반면교사와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나는 개똥 세 개 모두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러니 내 삶을 줄여서 말한다면 ‘개똥 세 개와의 싸움’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p.228)
홍 선생은 어릴 때 내가 공부를 잘 했다. 그러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판검사, 의사 등 특정 직업인이 되라는 말씀은 않으셨다. 두 분 나름의 철학이 있었던 것이라고 홍 선생은 짐작한다. 그는 이런 멘토를 가진 것을 복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어렸을 때 꿰매진다”는 프랑스 속담을 들며, 어렸을 때 사람은 형성되기 때문에 어린 시절 누구를 만나는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할아버지는 그런 구체적이거나 현실적인 전망에 관한 얘기보다는 “보잘것없는 미물도 허물을 벗어야 성장하거늘, 사람은 허물도 벗지 않고 나이만 먹으면 성장했다고 한다”와 같은 말씀을 하셨다.”(p.227)
“요즘 가족 간 대화가 많이 없어졌다. 50~60년대 네덜란드의 한 학자가 당시 한국의 대가족 제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는 삼대가 함께 사는 게 자연 상태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지혜를 자연스레 전수받을 수 있고, 핵가족은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것일뿐, 적절한 삶의 형태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개똥 세 개가 내겐 살면서 부닥칠 수밖에 없는 화두였다.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셨고, 문인으로서 활동하신 김학철이라는 분의 유언을 기억한다. 편하게 살려거든 불의를 외면하라. 인간답게 살려거든 불의에 맞서라.”




내 생각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지만 생각을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 홍 선생은 이 말을 꺼내며 내 생각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었다.

“17세기 철학자 데카르트의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보자. 근대 인간으로의 전환을 알려주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 말이다. 여기에 연결해 스피노자가 강조한 것은 생각의 성질이다. 생각하는 존재의 생각 자체에 성질, 즉 고집이 있다고 말했다. 생각해서 존재하는 것이 사람이지만 생각을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내가 가진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됐을까? 이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고집’만 남는다. 생각을 갖고 태어나지 않는데, 어떻게 내 생각으로 자리 잡게 됐는지 묻지 않으면 안 된다.”

사유하는 방식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은 고집이요, 반대쪽은 회의다. 홍 선생은 한국 사회는 고집 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이점이 한국사회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 생각을 변화시켜야 그만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나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 설득이 잘 안 된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나 자신 역시 설득이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이 인간관계에서도 어려운 점을 낳는다. 그렇다보니 대부분 사람은 설득하는 것 자체를 포기한다. 심지어 부부 간에도 정치적인 지향이 다름을 확인하면 그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그만큼 겉돈다는 셈이다.

홍 선생은 우리 사회에 고집만 남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인문학적 토대가 없고, 인간관계가 피상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렇다보니 우리는 관계가 있는 것 같지만 사유하는데 있어서 외로운 존재다. 그 외로운 존재들이 매달리고 추구할 수 있는 것은 빤하다. 이른바 ‘돈이 되는 것’이다. 돈을 통해 외로움을 달랜다.

“인간관계에서 가까워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대화와 설득이 있을 터인데, 가능성 자체가 없다고 봄으로써 언급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로운 존재로 남는다. 고집이 내 삶을 지배한다. 거칠게 말하면 한국 사회 구성원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생각하는 사람으로서의 출발점은 내 생각이 어떻게 내 생각이 됐는지, 생각을 어떻게 형성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져야 한다. 한국 사회에선 20대만 돼도 존재의 완성 단계에 이른 양 살아간다. 그런 면에서 성찰이 필요하다.”

문제는 알지 못하면서 알고 있다는 믿음에 빠져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사유방식은 그렇다. 고집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회의하는 쪽으로 가기는 너무 어려워진다는 것. 많은 우리는 성숙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데만 익숙해있다. 홍 선생은 어제의 나에서 얼마나 성숙했는지 비교하지 않는다며 인문학적 성찰이 생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남과 비교하면서 경쟁할 것을 요구하는 수레바퀴 속에서 ‘남’보다 우월해야 하므로 내 삶의 기준이 내가 아니라 남이 된 것이다. 어제보다 더 성숙한 오늘의 나, 오늘보다 더 성숙한 내일의 나를 비교하도록 요구받지 않았다.”(p.229)



생각하는 존재로 살기 위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남과 견준다. 홍 선생은 우리가 진짜 견줘야 할 것은 ‘어제의 나보다 얼마나 성숙했나’라고 지적한다. 고집이 사회문화적 교양을 고양하는 것을 막고, 외로운 존재로 만든다. 그러니 다른 데서 뭔가를 찾으려 한다. 이것이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물신주의와 만났다. 돈에 집착할 수밖에 없게 됐다. 남과 물질로 비교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한국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와 견줘 살펴보자. 사회화 과정에서 생각이 형성되는데, 내가 주목하는 것은 제도화 교육의 맹점이다. 학문은 크게 두 가지다. 자연과학?수학과 인문사회과학이다. 자연과학?수학은 정밀과학이다. 정답이 있고, 찾아내야 한다. 인문사회과학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물음이 담겨 있다. 정답이 없다. 물음이 중요하다. 사유해야 한다. 가령, 사형제도는 필요한가. 정답이 없다. 즉, 생각해야 한다. 각자의 사유와 논리, 인식능력, 감수성이 필요하다. 이것을 토론하고 얼마만큼 갖고 있는가를 평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글쓰기다. 그런데 우리는 글쓰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암기를 한다.”

학교에서조차 글쓰기를 제대로 안 한다는 것, 학생들에게 사유할 것을 요구하지 않음이다. 우리의 제도 교육은 학생을 암기하는 기계로, 입력만 시킨다. 홍 선생이 늘 강조하는 말씀이 있다. 독서는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글쓰기는 사람을 정교하게 한다. 문제는 제도 교육은 두 개 모두 안 한다는데 있다. 정답이 없는 인문사회과학에 정답이 있다고 왜곡시키고 있다. 우리의 제도교육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것을 외우게 하지만 학생들을 생각하는 존재로 대접하지 않는다. 생각을 묻지 않는다. 그저 암기하는 기계일 뿐이다.

“교실을 보라. 점수가 높은 학생 외에는 다 자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를 같이 할 때, 세상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자기 삶의 의미를 규정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나를 형성할 때 내가 개입?참여해서 형성하는 과정이 있고, 대상으로 흡수하고 주입받는 과정이 있다. 자기 주도적이고 주체적이 되기 위해선 ‘폭 넓은’ 독서가 필요하다. 생각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독서는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의 삶을 참조하는 행위다. 그리고 ‘열린’ 토론이 필요하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과 생각을 나눠야 한다. 중요한 것은 열려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직접 보고 겪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과 여행이 포함될 수 있겠지. 앞선 세 개를 버무리는 성찰이 중요하다. 나의 개성, 정체성, 처지가 만나면서 형성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자기 생각의 형성을 막는 대표적인 것이 대중매체다. 흡수, 주입시킨다. 나는 대중매체에 개입할 수가 없다. 대중매체는 자본이 장악했다. 주입식 암기는 국가권력이 장악, 자신들에게 자발적으로 복종하게끔 만든다. 홍 선생은 최근의 일부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 그런 사례라고 말한다. 한국에선 모순된 잣대가 있다. 진보적인 사람이 말하는 것은 의식화라고 표현하지만 주입식 교육은 의식화라고 말하지 않는다. 구조에 대한 인식 자체가 결여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비판적 의식을 갖게 되려면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 절대적으로 많은 부분이 선배 잘못 만나는 것이다(웃음). 선배와의 관계를 통해 『전태일 평전』과 같은 책을 소개 받고 스스로의 생각이나 확신에 회의를 가진 사람이라야 비판적 의식의 가능성이 열린다. 이것조차도 굉장히 투박한 것이다. 이러한 의식 형성의 얼개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고,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는지’는 가장 중요하게 제기돼야 할 질문이다.”

홍 선생은 마지막으로 유럽에서 읽었던 육아법(0~36개월)의 인상 깊었던 두 가지를 언급했다. 생후 2개월 무렵, 아이는 걸핏하면 자다 깨서 칭얼대고 안아주지 않으면 잠이 안 든다. 육아법의 저자는 지긋이 지켜보면서 안아주지 말라고 권한단다. 대신 아이에게 이런 메시지를 주라고 덧붙인다. 너를 지켜보고 있지만 네가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줄 수는 없다. 4~5일만 견디면 아이는 칭얼대봐야 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만둘 거라고 책은 말했다.

이어 아이는 15개월 전후해 말을 시작하는데, 아이의 동선에 녹음기를 설치해 아이가 하는 말을 만 36개월까지 녹음한 결과, 아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엄마이며, 둘째는 ‘왜’다.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이 꼬리를 문다는 것. 이에 유럽 엄마들은 아이의 ‘왜’라는 질문에 비교적 성실하나 한국에는 ‘크면 다 알아’라고 말하는 불성실한 엄마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런 질문이 쓸 데 없다고 생각하는 건 엄마의 인식 체계일 뿐 아이의 자리에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는 왜라는 질문을 접는다. 이건 치명적이다. 가장 가까운 부모가 생각하는 존재인 나라는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왜라는 질문을 누구에게 던질 수 있을까. 없다. 한국은 왜라는 질문이 죽은 사회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 의해 죽임을 당한 ‘왜’는 어디서도 살아날 수 없다. 가정에서 왜를 살리고, 학교에선 학생들을 사유하는 존재로 대접하는 문제, 글쓰기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질의응답

의로움과 불의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도 자신의 고집에서 비롯되거나 주입식으로 형성된 것일 수도 있잖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진리라는 것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회적 문제에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진리는 없을 것이다. 진리든 정의든 힘이 없다. 반면 권력이나 금력에는 힘이 있다. 정의력, 진리력, 이런 말은 없잖나. 맹자가 인간의 조건으로 두 가지를 들었다. 측은지심과 수오지심. 어여삐 여기는 마음과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마음이다. 그것들이 인간성의 내용일 텐데, 이것을 확장하려는 마음이 정의라고 본다.

<말과활> 최근호에 “말의 진지를 구축하라”는 말이 있더라. 이때 말과 진지는 어떤 종류의 말이고, 어떤 종류의 진지인지?

말은 사유다. 사유함으로써 실천이 있고, 사유가 죽어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우선 생각하라는 것이 말, 언어다. 진지는 말을 교환하고 소통하는 공간이다. 단지 몇 명이 공부하는 것도 작은 진지일 수도 있고, 목표의식을 가지지 않더라도 작은 출발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1970년대 부산에 많이 있던 게 양서조합인데, 이런 것이 말의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세계를 함께 보고, 우정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끼리 진지를 구축하면 좋겠다.


(※ 이미지는 2012년 10월 24일 현장취재 사진으로 본 강연과 관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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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 세 개강수돌,고병헌,김명곤,박병상,박상률,안건모,안은미,이정범,홍세화 공저/아방 그림 | 북멘토
『개똥 세 개』 는 희망과 변화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희망과 변화를 이야기하는 여느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스스로 멘토를 자처하며 답이 되는 멘토링을 해 주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나만의 멘토’를 찾는 지도를 그리는 법을 넌지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목은 한없이 낮고 순박하지만, 일류대학과 일류직장이 아니라 ‘일류인생’을 꿈꾸는 청소년과 부모님, 선생님께 새로운 인생 내비게이션이 되어 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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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숭고’를 통해 바라보는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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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숭고에 대하여

이날 진중권 작가는 개정판을 다시 내게 된 과정부터 이야기부터 꺼냈다. 10여 년 전 처음 이 내용을 책으로 묶기 전, 잡지에 연재했었다. 2003년, 이것을 묶어 책을 냈으나 출판사가 문을 닫으면서 절판이 됐다. 그렇게 잊혔던 책이 부활한 것은 출판사(아트북스)의 요청이었다. 그렇다고 요청을 받고 즉각 개정판을 내진 못했다. 몇 년을 묵힌 끝에 최근 개정판이 나왔다. 죽었다고 생각한 자식을 다시 살아서 만난 작가의 기분은 어땠을까?

“어젯밤에 쓴 편지를 오늘 아침에 다시 보면 그렇잖나. 개정판을 다시 보니 손발이 오글오글하더라. 1판 서문에서도 이미 그 말을 하고 있더라. 시간이 지날수록 옛글을 보면 민망해지는 부분이 있으나 다시 읽어도 썩 나쁘진 않더라.”

"13년 전에 쓴 자기의 글을 다시 읽는 것은, 마치 밤에 쓴 글을 낮에 읽는 것만큼이나 민망한 일이다. 감상적 어조로 쓴 부분은 특히 그러하다. 그 글을 쓰던 청년의 몸속에 지금은 중년의 사내가 들어앉아 있다. 옛글을 다시 읽는 민망함보다 강렬한 것은 그리움이다.”(p.11)

처음 이와 관련한 글을 썼던 것은 1999년이었다. 연재를 시작했던 시기다. 미학이나 철학은 시대마다 패러다임이 달라지는데, 진 작가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미학사를 다시 썼다. 세계관이 바뀌면 역사는 덧붙이는 게 아니라 다시 써야하기 때문이다. 덧붙여서 끝날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각과 세계관에 따른 기존의 역사를 다시 해석하고 읽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그동안 미학사에서 간과됐던 롱기누스의 ‘숭고’, 데카르트 정념론 등을 재해석하고 역점을 뒀다. 따라서 책을 읽으면 숭고에 대한 느낌이 많다고 느낄 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대에 와서 달라지지만 고대부터 예술은 아름다움 자체가 원형이었다. 현대로 들어오면 완전히 달라진다. 현대 예술은 아름답지 않다. 예술의 원리가 달라진 거지. 19세기 전반까지 아름다움과 정서적 쾌감, 감동 등이 고전 예술이었다면 20세기 예술은 기존의 시각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줬다.”
“예술은 불가능의 시도, 즉 가상을 새로운 현실로 만들려는 가당찮은 시도다.… 예술은 가상의 창조를 통해 우리로 하여금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준다. 그로써 우리의 가치관, 세계관, 삶의 태도를 바꾸어 놓는다. 이게 새로운 사회적 현실의 창조로 이어지면, 이때 예술적 가상은 정말 현실이 된다.”(p.63)
과거 낯선 것을 보면 ‘나쁘다’고 얘기하는 것이 공식적인 경향이었다면, 20세기는 아름다움 대신 새로움을 추구했다. 즉, 남들과 다르게 보는 것. 옛날에는 모방 자체가 당연한 것이었다면, 현대는 그렇지 않았다. 현대 예술은 사람들에게 처음엔 거부감을 주다가도 나중에 쾌감으로 바뀌는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 정서적 쾌감이 아닌 정신적인 열락을 중요시했던 것이다. 진 작가는 이것이 숭고체험이라고 설명했다.
“버크 이후 근대미학은 미와 함께 숭고를 주요한 미적 범주로 다루었으나, 어떤 이유에선지 그 후 숭고에 관한 논의는 주변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리오타르의 에세이 「숭고와 아방가르드」를 통해, 숭고는 후반 현대예술을 특징짓는 주요한 미적 범주로 부활한다.”(p.7)
“예전에 숭고는 엄청나게 큰 것이었다. 현대 예술은 미를 확장시켰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긴 하나, 그런 차원보다 현대 예술은 숭고로 설명하는 게 더 어울린다. 모더니즘 예술을 그래서 숭고라고 말한다. 고전적인 미학사에서 숭고는 배제됐다. 그것을 다시 끄집어낸 게 현대 예술이다. 책은 숭고의 역사를 재정리한 것이다. 미보다 숭고의 관점에서 훑은 것이 이 책이다.”
“포스트모던은 숭고의 미학이다. 숭고는 미와 다르다. 아름다운 것을 바라볼 때 우리는 대상의 조화로움을 조용히 관조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근대 미학에서 내세우는 예술 수용의 모델이기도 하다.… 숭고는 다르다. 그것은 우리의 내면에 폭풍우를 일으킨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속에 파토스를 불러일으키고 격렬한 감정의 운동을 야기한다.”(p.112)



탈근대 철학의 흐름에 대하여

진 작가는 탈근대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이었다. 푸코, 데리다, 들뢰즈, 보드리야르 등을 대표적인 철학자로 소개했다. 그에 의하면, 모더니즘은 진보적인 사상인 한편으로 실천적으로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정치의 소멸, 사회적인 것의 소멸 등을 말하기에 급진적이나 현상을 긍정한다는 면에서 보수적이라는 것.

“탈근대 철학은 독선, 아집 등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은 좋은데, 그 다음으로 뭘 내세웠는지 보면, 없다. 우리는 80년대까지 폭력적으로 교육을 받았다.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고 말할 정도로, 민족과 개인, 국가와 개인을 동일시했다. 그런 것을 비판하는 것은 좋은데, 주체 형성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탈근대는 이론만 급진적이고 실천에선 보수적이다. 문제는 대안이 무엇인가에 있다.”

그래서 그가 주목한 것은 미셸 푸코의 ‘자아의 테크놀로지’였다. 내가 스스로 내 자신을 형성하는, 자기의 테크놀로지. 그러나 푸코는 주체라는 말을 싫어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포섭되고 종속돼 있는데, 자신이 주인이라고 착각하는 것, 그게 주체라고 본 것이 푸코였다. 폭력적인 방식이 아닌 덜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아를 구축하는 방법을 푸코는 찾았다는 것. 그는 실존의 이야기 측면을 강조하면서 이 책을 썼다.

진 작가가 주목한 또 한 가지는 탈근대의 생태 미학적 측면이었다. 프랑스 후기구조주의자들에게서 이상한 점이 있는데 그것이 생태 미학과 관련돼 있다는 것. 그는 헤겔을 다시 읽었다. 헤겔의 미학은 근대를 자연지배 이데올로기, 자연정복 이데올로기의 최고봉으로 해석했다. 헤겔은 그것을 통해 근대의 폭력성을 드러냈다.

“유럽에는 프랑스식 정원과 영국식 정원이 있다. 헤겔은 자연에 결함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 예술을 한다고 봤다. 그게 고전주의적 미학의 핵심이다. 프랑스식 정원은 자연에 대한 인공의 우위, 영국식 정원은 인공에 대한 자연의 우위를 드러낸다. 고전주의는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고, 낭만주의는 자연이 인간을 압도한다. 고전주의에 의하면 예술가는 달인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라 배우고 익히면 가능하다. 이에 반해 칸트에 따르면 예술가는 천재다. 천재는 배울 수가 없다. 천재는 자연의 총아이며 천재가 하는 것은 설명이 안 된다. 천재가 만든 예술작품은 그래서 자연처럼 느낀다. 지금은 인간이 자연을 정복한 것을 지나 파괴하고 있다.”

그는 미학에 있어 한국과 일본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일본의 정원은 한국과 달리 완벽한 인공미를 지닌다. 자연을 재현한 인공미. 반면 그에 의하면, 한국의 정원은 ‘미메시스’다. 즉, 자연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자연 되기’다. 한국과 일본의 정원은 다르다. 한국은 일본처럼 할 의사가 없었다. 인공미보다 자연미를 택했다. 그래서 한국의 과거 사람들은 인공과 만나면 자연에 먼저 양보하고, 자연에 적응하고 수긍해 들어갔다.
“원래 그리스어에서 ‘미메시스’란 존재하는 대상의 ‘모방’을 넘어, 일체의 ‘감각적 대상화’, 즉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들어내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했다.… 그것은 현실에 없는 새로운 존재의 ‘감각적 대상화’였다. 이런 게 미메시스였다. 하지만 후대의 사람들은 ‘미메시스’를 라틴어 번역어인 ‘이미타티오’로 해석했다. 그 결과 미메시스는 대상의 복사로 의미가 축소되고 만다.”(p.61)



Q&A

광고를 전공하고 있다. 두 가지 질문이 있다. 첫째는 우리 사회에선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사회과학적이고 기술적인 방법을 통해 해결했었는데, 최근엔 미학적ㆍ문학적으로 해석하는 경향도 있는데 결론은 논의가 안 된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미학적 접근 등으로 문제를 풀 수 있을까? 둘째, 광고는 경제와 결합하는데, 미학과 광고를 결합하는 것이 가능할까?

인문학이 현실에서의 솔루션을 제시하진 못한다. 문제를 제기할 순 있어도. 21세기 산업은 판타지를 제공한다. 그래서 콘텐츠를 어떻게 채울 것이냐가 중요해졌는데, 콘텐츠 학과? 그게 뭐하는 곳인지는 사실 모르겠다. 문사철(문학ㆍ역사ㆍ철학) 외에 또 다른 콘텐츠는 없다고 본다. 응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대학에서 해줄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한다.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했을 때 일본은 서사의 힘이 있다. 스토리텔링의 힘이 엄청 나다. 한편으로 과장도 세다. 그런데 우리는 서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드라마를 봐도 이른바 ‘막장 드라마’가 유행이고,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증 등이 얼마나 넘쳐나나. 우리는 일본만큼 디테일에 강하지 못한 것 같다. 일본 만화를 보면 문학적인 서사의 힘이 느껴진다. 그게 인문학의 힘이고, 인문학은 질문을 제기하면서 문제를 다시 보게 해 준다.

광고와 미학은 얼마든지 연계 시킬 수 있다. 그렇게 한 것도 오래됐다. 카피를 보라. 얼마나 시적인가. 찌라시를 보면 예술이 많이 들어왔다. 앤디 워홀의 팝 아트를 보면,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만화가, 삽화가, 광고전단 만드는 사람을 보면 광고와 미학은 이미 연결돼 있다. 다만 너무 아방가르드해서는 안 된다. 대중적이어야 하니까. 대중들이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질문한 분은 스스로 광고와 미학을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도 광고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한국에서 지금 인문학적 트렌드가 미학으로 넘어가는 것이 가능할까? 또 진 작가는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했고,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은데, 미학 전공은 본인의 의사였는지 궁금하다.

맑스의 예언이 맞는 것 같다. 이렇게 말했다. “미학이 미래의 윤리학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면 미학이 미래의 경제학이 될 거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스마트 폰을 둘러싼) 삼성과 애플 싸움을 보면 패러다임 2개가 싸우고 있다. 애플은 디자인(예술), 삼성은 기술이다. 미래는 기술과 예술의 결합이라고 본다. 기술과 예술이 결합할 수밖에 없으니, 애플과 삼성은 싸우다가 화해할 것 같다.

점점 더 (예술과 기술이 결합되는) 그런 경향이 심해질 것이다. 예술이 기술을 이끈 경우도 이미 나오고 있다. 10여년 전, 아이리버 디자인을 하고 기술진이 모든 기능이 안 들어가니 디자인을 수정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경영진이 안 된다고 디자인에 맞추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과거에는 기술이 우위였는데, 디자인이 기술을 넘어서는 움직임이 이미 10여년 전에 있었고, 점점 더 심화될 것이다. 경제가 예술로 점점 다가가는 경향이 있다.

미학, 나는 사실 생각지도 못했다. 별 생각 없이 정했는데, 미학과 수석을 했다. (일동 탄성) 그런데 학점이 2.49였다(웃음). 당시 미학은 철학 계열이었는데, 절반이 철학과를 갔다. 위에서부터 2.5까지가 철학과로 갔다. 2.2 이하가 종교학과로 가고. 1명 예외가 있었다. 철학과로 갈 수 있었는데, 종교학과를 갔다. 그래서 내가 미학과 수석을 한 거다. 가니 선배가 없었다. 남들 안 하는 걸 하면 좋다(웃음).


미학적 관점에서 윤리학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가능성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복잡한 논의다. 고대에서 미학과 윤리학은 결합돼 있었다. ‘무엇이 선한 삶인가’를 놓고 봤을 때, 지금 우리는 선하다고 하면 착하다는 것과 좋다는 것인데, 고대 그리스에서는 그것이 결합된 형태였다. 칸트가 그것을 나눴다. 착하다가 윤리의 영역이고, 좋다는 것을 실용성의 영역으로 뒀다. 푸코가 이것을 다시 결합했다.
“에로스의 구애 대상은 바로 이 칼로카가티아, 즉 선미(善美)였다. 이는 또한 그리스인들 삶의 이상이었고, 에로스는 그들을 이 이상으로 이끌어주는 생의 추동력이었다. 따라서 에로스라는 아이는 아름다운 삶을 통해 불멸에 오르려는 그리스인들의 욕망을 의인화한 것이었다.”(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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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루스 노부스진중권 저 | 아트북스
2003년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후 많은 독자들이 복간을 바라왔던 『앙겔루스 노부스』 가 도판을 보강하고 오류를 수정하여 재발간되었다. 미학에 관한 ‘에세이’로서, 진중권 특유의 재기 넘치는 문체로 고대부터 근대까지의 미학사를 탈근대의 관점에서 재검토하며, 그 과정에서 근대미학이 간과했던 해석의 지평을 열어, 미학이 단지 학문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을 살아나가는 태도이자 방법이 될 수 있는 존재미학으로 나아가는 바탕을 세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작가 박완서의 미발표 소설이 수록된 『노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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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울 노란집에는 어머니의 모든 역사가 들어있어요

박완서 작가가 우리 곁을 떠난 2011년 1월. ‘나는 책으로 남는다’던 그녀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작가의 이야기를 사랑했던 많은 독자들은 짙고 깊은 그리움 속에 빠져버렸다. 작가와 함께 영원한 침묵 속에 잠든 숱한 이야기들에 대한 미련, 그것이 곧 상실감으로 가슴 한 곳에 저릿하게 남은 까닭이다. 무엇으로 이 헛헛함을 채울 수 있을까, 그리움도 병이 되어갈 무렵 아치울 노란집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박완서 작가의 맏딸인 호원숙 작가가 어머니의 유작들을 모아 책 『노란집』을 출간한 것이다. 그렇게 다시는 이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박완서의 이야기’는 독자들 곁으로 제 자리를 찾아왔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어머니가 2000년대 초반부터 아치울 노란집에서 쓰신 글이다. 돌아가신 지 이 년이 훌쩍 지나갔지만 어머니의 뜰에는 살아 계실 때와 거의 똑같은 속도와 빛깔로 꽃이 피고 지고 있다. (중략) 나는 아직도 엄마를 부른다. 꽃이 피면 감탄사를 가장 먼저 전하고 싶어 엄마를 찾는다. 내 마음속 어린애는 아직도 엄마를 부르는데 나는 어느 틈에 할머니가 되어 있다. 손녀를 부르는 내 음성에 나도 모르게 어머니의, 어머니의 소리가 배어있다. 엄마가 그랬듯이. (서문 중에서)
『노란집』의 출간을 맞아 예스24와 출판사 열림원은 호원숙 작가와 함께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박완서 작가가 생의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공간이자 『노란집』의 이야기가 탄생한 곳, 아치울 노란집으로 독자들을 초대한 것이다.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차를 달려 아치울 마을 어귀에 이르자,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법한 노란색 외벽의 단정한 집 한 채가 시야에 들어왔다. 호원숙 작가는 수줍고 맑던 어머니의 미소를 그대로 간직한 모습으로 대문 밖까지 나와 독자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 집은 어머니께서 1998년에 지으셨어요. 그 전 해부터 짓기 시작하셨고요. 원래 이 터에는 벽돌로 된 양옥이 있었는데요, 그 집을 헐고 지으신 거예요. 어머니께서 최초로 지은 집이에요. 새 집을 지은 건 처음이셨어요. 그 때 (어머니 연세가) 60대 후반이셨는데, 집을 지으시면서 굉장히 기뻐하셨어요. 자그마하고 소박해 보이는 모습을 굉장히 사랑하셨습니다. 『노란집』의 제목은 제가 지었어요. 책에 실린 글들을 모두 다, 하나도 빠짐없이 이 집에서 쓰셨거든요. 소설도 있고 산문도 있고, 형식은 다양하지만 전부 이 노란집에서 쓰셨습니다.”

호원숙 작가를 따라 들어선 노란집의 앞마당에는 아직도 박완서 작가의 손길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박완서 작가가 직접 심고 유난히 예뻐했다는 만추국은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고, 그 곁으로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호원숙 작가가 심은 국화들이 노란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밖에도 살구나무와 은방울꽃, 복수초와 봉숭아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꽃과 나무들이 모두 박완서 작가가 떠나기 전의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제 주인의 손길을 기억한 채로.

“소나무는 박경리 선생님과 얽힌 사연이 있는데요. 선생님께서 노란집에 처음 오시면서 어머니한테 봉투를 주시더라고요. 그 당시로서는 꽤 많은 돈이 들어있었대요. 나무를 심으라고 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그 때 소나무를 심으신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아마 집 짓는 해에 오셨던 것 같은데요. 그 때 어머니한테 금일봉을 주셔서(웃음) 심게 됐다는 사연이 있습니다. 목백일홍(배롱나무)은 어머니께서 마당 한 켠에 있던 걸 옮겨 심으셨어요. 지금은 꽃이 거의 다 지고 조금만 남아있는데, 아주 빨간 게 너무 예쁜 꽃을 피우고요. 저쪽에 있는 나무 수국은 겨울에 눈이 올 때도 꽃이 그대로 매달려 있어요. 어머니하고 저하고 같이 꽃을 많이 가꿨어요. 은방울꽃도 한 뿌리 사다가 심은 건데 지금은 나무 밑에 많이 퍼져있죠.”

호원숙 작가는 노란집과 그 안의 생활 속에 어머니의 역사가 모두 들어있다고 말했다. 『노란집』에 실린 짧은 소설과 수필들뿐만 아니라 장편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그 남자네 집』그리고 수많은 단편소설들이 바로 이 곳 노란집에서 탄생했다. 유니세프 활동이나 문학상 심사 등 사회적 활동들이 이루어졌던 공간이기도 하다. 그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애착을 가졌던 곳이기에 박완서 선생은 호원숙 작가에게 노란집에 남아줄 것을 당부했고, 지금도 그곳은 문학의 숨결로 채워지고 있다.




노란집은 박완서 작가를 꼭 빼닮은 공간

호원숙 작가가 들려주는 노란집과 박완서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집 안으로 걸음을 옮기며 계속 이어졌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 지하 서재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이 정면으로 보인다. 그리고 양 옆으로 거실과 서재가 자리하고 있다. 두 공간은 모두 노란집의 앞마당을 마주보고 있다. 거실과 서재의 통유리를 통해 마당을 내다보며, 고즈넉한 시간 속에서 생각에 잠겼을 선생의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그 풍경이 낯설지 않은 까닭에 가슴 한 곳이 시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역설적이게도 작가의 부재가 오히려 작가의 존재를 더 강하게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만큼 노란집은 박완서 작가와 그 작품을 꼭 빼닮았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고, 느릿한 듯 편안함이 깃들어 있으며, 작은 것도 소홀히 여기지 않은 다정함이 곳곳에 스며있다.

“서재의 삼면을 채우고 있는 이 책꽂이들은 족히 30년은 넘은 것들이에요. 항상 어머니께서 가까이에 두고 보시던 책들이 꽂아져 있는데요. 시집도 있고, 가장 위 칸에 있는 책들은 60년~80년 정도 된 것들도 있어요. 그리고 여기 있는 책상은 어머니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지신 책상이에요. 85년도쯤에 마련하셔서 계속 쓰셨고요. 그 전에는 서재도 없이 소반에 앉아서 작품을 쓰셨어요. 중간에 의자만 바꾸셨을 뿐이고, 최초의 책상을 최후까지 쓰셨어요.”

주인을 잃은 책상은 아직도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박완서 작가의 이야기를 받아 적던 펜과 컴퓨터 자판도 지난날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달라진 것이라면 선생의 영전에 바쳐진 금관문화훈장과 호원숙 작가가 어머니께 전하는 『노란집』한 권이 새롭게 자리했다는 것뿐이다. 박완서 작가는 마치 한 번도 자리를 떠난 적 없는 것처럼, 변함없는 미소로 그곳에 있었다. 서재를 지나면 선생의 마지막 숨결이 서려 있는 침실로 이어진다. 그곳에서도 선생은 남편과 함께 사진 속에서나마 독자들과 눈을 맞추고 인사를 건넸다. 작은 크기의 스테인드글라스들이 눈길을 끄는 나선형 계단을 내려와 지하 서재로 들어서면, 박완서 작가의 책들로만 채워진 공간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다양한 판본과 번역본으로 출간된 박완서 작가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현재는 호원숙 작가의 작업실로도 사용되고 있다.




노란집 내부를 둘러보는 시간이 끝난 후 호원숙 작가와 독자들은 다시 마당에 모여 못 다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이 날의 행사에 특별히 함께한 연극배우 강애심은 『노란집』에 실린 박완서 작가의 수필을 낭독하기도 했다. 그녀는 선생의 작품 낭독 공연에 캐스팅된 인연으로 독자들과 함께 노란집을 방문했다.

강애심 : “저는 박완서 선생님을 생전에 뵙지는 못했어요. 공연 보러 오시라고 연락드렸는데 안 오셔서 속으로는 굉장히 섭섭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제 생각이 짧았더라고요. 『여덟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이라는 소설을 낭독했으니, 어떻게 오셔서 들으실 수 있으셨겠어요. 남편 분을 폐암으로 먼저 보내시고, 그 투병기에 남편과 나누신 애틋한 시간을 수필 형식으로 쓰신 소설이잖아요. 당연히 오시지 못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머니가 10년 동안 쓰신 일기, 출간 계획은…

『노란집』에 실린 수필 중 「현실과 비현실」 을 낭독하는 것으로 배우 강애심은 박완서 작가에 대한 그리움을 대신 전했다. 그리고 독자들은 호원숙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가시지 않는 그리움을 달랬다.




박완서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에 다시는 책으로 만나 뵐 수 없을 것 같아서 걱정했습니다. 그만큼 『노란집』의 출간이 반가운데요. 앞으로도 새로운 책을 출간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노란집』에 실린 글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쓰신 거예요. 작년에 나온 『세상에 예쁜 것』이라는 산문집은 2000년대 후반에 주로 쓰신 거고요. 어머니께서 ‘책에 실리지 않은 괜찮은 원고’라고 모아놓으신 것이 있어요. 그걸 제가 정리해서 출간한 건데, 전부 싣지는 않았죠. 그런데 앞으로 출간하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아직 정리가 다 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어머니께서 10년 동안 쓰신 일기가 있어요. 10년 동안 거의 매일, 돌아가시기 며칠 전까지도 쓰셨는데요. 그것을 과연 책으로 낼 것인가, 아니면 어떤 식으로 정리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저희 가족과 저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으로서는, 단편전집 중에서 선집을 해서 엮은 단편선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오늘처럼 노란집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지, 아니면 기념 문학관 건립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노란집은 어머니께서 사시던 집이지만 현재는 저의 사적인 집이고요. 지금 구리시 도서관에 어머니 자료관이 있어요. 어머니께서 살아계실 때 구리시 도서관 측에서 자료관을 만들기를 원했어요. 그 때 어머니께서 저한테 ‘만들어줘라’ 하셨죠. 사실 저는 그 때 조금 불만이었어요. 조그마한 도서관보다 더 좋은 곳에서 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그런 게 아니다, 가장 가까운 동네 도서관이 잘 되어 있어야 된다’ 말씀하시면서 도와서 같이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도서관 직원들과 같이 ‘자료관을 어떻게 꾸밀까’ 고민하면서 제가 많은 자료를 제공하고 자문을 하면서 만들었죠. 그렇지만 저희 어머니, 박완서라는 작가가 조그만 도서관에 자료관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 기념 문학관 건립을 추진되기 시작해서 지금 진행 중에 있습니다. 노란집 안에 있는 어머니에 대한 많은 자료들을 작년에 영인문학관에서 1차로 전시를 했었는데요. 그런 것이 기초가 될 거예요. 어머니에 관한 자료는 저만의 것이 아니고 문학적인 유산이니까요.

얼마 전에 최인호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박완서 선생님과 주고받으신 편지가 공개됐는데요. 평소에도 많은 분들과 편지를 주고받으셨나요?

아마 어머니가 편지를 쓰신 것, 누군가가 받으신 것도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어떤 슬픈 일을 당했을 때, 위로의 편지를 많이 쓰시더라고요. 카드 같은 것도 많이 쓰셨고요. 어머니와 최인호 선생님은 굉장히 오랫동안 알고 지내셨고 또 좋아하셨어요. 문학 행사 때문에 미국을 같이 여행하셨던 인연도 있었고, 선생님의 부인과도 알고 지내셨고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최인호 선생님이 편찮으셔서 못 오시고 편지를 공개하셨었죠.




독자들과의 만남을 마무리하며 호원숙 작가는 말했다.

“저희 어머니 작품은 많은 것이 숨어있어요. 단어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시적인 분위기, 그런 것들을 지키고 살리기 위해서 작품을 쓰신 거거든요. 그래서 더 많이 읽어주시고, 보물을 찾듯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 속에 숨어 있는 보물. 아마도 그것은 호원숙 작가가 『노란집』안에 담아낸 이야기인 동시에, 독자들이 이 책을 반가워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선생의 체온과 숨결을 느낄 수 없지만 『노란집』에 실려 온 그의 시선은 여전히 따스하다. 때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친 등을 토닥여주고, 때로는 서늘한 목소리로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게 하는 그 이야기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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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아름다운 산맥, 박완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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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집박완서 저 | 열림원
박완서의 『노란집』 은 수수하지만 인생의 깊이와 멋과 맛이 절로 느껴지는 노부부 이야기가 담긴 짧은 소설들을 포함하고 있다. 노년의 느긋함과 너그러움, 그리고 그 따스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1장의 이야기들은 작가가 2001~2002년 계간지 《디새집》에 소개했던 글들이다. 이 밖에, 노년기 또한 삶의 일부분이라고 말하며 삶에 대해 저버리지 않은 기대와 희망과 추억을 써내려간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신경민, 표창원 “국정원이 뭐하는 곳인지 당신들은 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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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국정원인가?

『국정원을 말한다』는 좁게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하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넓게는 ‘정보기관으로서 국정원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인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 댓글 사건이 처음 불거진 2012년 12월 11일로 거슬러 올라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사건을 짚어나간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국정원을 말한다』의 출간은 반가운 소식이라 할 만하다. 벌써 1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언론에서는 매일 같이 ‘국정원’과 관련한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고, 그 수를 헤아리다 지칠 만큼 많은 인물들과 기관들의 이름이 새롭게 추가되며, 그 내용들의 진위 또한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뀌어버리니, 웬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사태 추이를 파악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국정원을 말한다』의 출간을 일컬어 반가운 소식이라 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보수와 진보’ ‘시청광장의 안과 밖’ 그 어디에 서 있는 사람이든, 이렇듯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이야기를 한 번쯤은 필요로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야기를 서술하는 과정에 저자의 시각이 조금도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실 관계를 가려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역할이자 권한이다. ‘수용과 비판,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 역시 독자의 선택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일련의 사건을 간단하게 일별하면 이렇다. 첫 단계로 2012년 12월 오피스텔 사건이 터지자 이를 덮기 위해 경찰의 조직적인 수사조작이 있었다. 또한 당시는 오피스텔 사건과 별개인 것처럼 보이는 NLL 문건이 부산 유세에서 일부 공개되었고, 문건 공개의 뿌리는 4년 전부터 존재해왔다. 2단계로 올해 4월 검찰 수사가 시작돼 진실의 근처로 다가서자 정부수립 후 처음으로 법무부장관과 사정수석이 막아서고 수사의 물길을 돌리기 위해 진력했다. 3단계로 공소장에 진실의 조각만이 겨우 드러났는데도 촛불이 타오르고 시국선언이 잇따르자 사상 초유로 NLL 문건 전문공개라는 비상 극약 처방이 나왔다. (머리말 중에서)
『국정원을 말한다』에 기록된 이야기는 국정원 댓글 사건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지난 시간에 대한 것이 아니다.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하나의 사건이 감춰져 있던 모습을 드러내고, 또 다른 영역의 문제로 확장되어 온 이야기다. 저자 신경민은 NLL 문건의 공개와 이석기 사건에 얽힌 논란들 모두가 국정원 댓글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생각해 본다. NLL 문건 공개가 국정원 댓글 사건을 무마시킬 요량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놓은 맞불이라면, 과연 국정원은 지난 대선에 어떻게 개입한 것일까. 얼마나 큰 규모로 깊숙이 개입하면 청와대와 여당이 같이 나설 수 있단 말인가. 그보다 먼저, 국정원은 대체 어떤 조직이기에 이런 일에 동원된 것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저자 신경민과 프로파일러 표창원,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을 말한다』의 독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그리고 고민했다. ‘누구를 위한 국정원인가?’.




국정원,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요?

신경민 : 남북 분단이라는 상황 속에서 국정원의 첫 번째 일은 북한에 대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부임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무엇입니까. 대북기획전략국을 분쇄해버린 겁니다. 대북기획전략국은 북한 정보를 다루는 곳인데, 북한 정보를 얻기 위해 사람들 만나고 정보 분석했던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서 다 해고했어요. 이명박 정권 이후에 국정원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은 철저하게 망가졌습니다. 국정원이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선거에 개입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른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있어요. 지난 시절에도 얼마나 이상한 일들을 많이 했습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죽이려 했었고, 역대 선거에서 총풍 사건에 동원된 적도 있죠. 정보기관이 자기들 마음에 드는, 자기들이 지지하는 사람을 당선시키려고 하면 대선 때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역삼동 오피스텔 사건이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이대로 국정원을 내버려 둔다면 어느 날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기관으로 군림하게 될 수 있어요. 그만큼 미래는 굉장히 힘들어지겠죠.

표창원 : 1987~1988년 민주화항쟁과 시민혁명의 가운데에서 경찰들은 시민들의 적이 돼서 권력의 주구라는 비난을 듣고 손가락질 받으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더 이상 권력의 주구이고 싶지 않고, 시민의 벗이자 민중의 지팡이이고 싶다는 일부 경찰관들이 성명서를 통해 ‘경찰중립화선언’이라는 것을 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노태우 대통령이 집권한 후 경찰법이 만들어졌죠. 경찰이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게 되고, 내무부 소속 기관에서 외청으로 독립됐고요. 그렇게 경찰이나 국정원처럼 권력기관 내부에 종사하는 분들은 상당한 심리적 상처와 노력을 통해서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를 얻기 위한 과정을 진행해 온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12월 11일 날 오피스텔 앞에서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건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또다시 일어난 과거 회귀적 망령이다’라는 것이 직감적으로 와 닿았습니다. 그러한 순간에 경찰이 망설여서는 안 되죠. 그저 혐의와 신고 앞에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조사하고 증거를 찾아내고, 만약에 이 혐의가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근거가 없다고 밝히고, 무고라면 무고에 대한 처벌을 하고, 이런 정상적인 경찰 업무를 해야죠. 왜 그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고 마치 권력을 두려워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냐는 거예요.

진선미 : 저희가 얼마 전에 확인한 바에 다르면 <반대세의 비밀>이라는,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이론서가 대외적으로 공공연히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안보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국방부와 일반 청소년을 찾아다니면서, 그 책의 내용을 근거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요. 저희는 이걸 ‘좌경화를 우려해서 벌인 심리전, 사상전’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요. 국군기무사령부에서 22만 명을 대상으로 안보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야권의 후보가 당선되면 우리가 중국의 변방이 된다’는 내용으로 철저하게 정치 편향적인 교육을 시켰다는 사실도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게 다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세훈 원장이 지시한 국정원은 4년 내내 촛불시위를 근거로 해서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좌경화 되어 있다고 일방적으로 진단하고 처방을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진보라는 용어에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반 대한민국 세력이라는 이른바 ‘반대세’라는 이름을 써야 된다고 해왔어요. 그걸 가지고 4년 내내 여론을 조작해 왔던 겁니다. 대북심리전이라는 이름으로 북한 주민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을 상대로 철저하게 사상전을 펼쳤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진선미 의원은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 개입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정치 편향적인 댓글 73개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건을 철저히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의원이 제시한 구체적인 증거는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이루어진 4000여건이 넘는 추천ㆍ반대 행위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에는 ‘베스트 게시판’과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이 있는데 그곳에 게시된 글들을 적게는 1만 명에서 많게는 100만 명의 사람들이 보게 된다(베스트 게시판의 경우 1만 명~5만 명,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의 경우 수십만 명~100만 명). 일반 게시 글은 사람들의 추천을 10개 받으면 베스트 게시판으로 이동되고, 베스트 게시판의 글은 다시 100개의 추천을 받아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으로 이동된다. 그런데 국정원 직원들(외부 활동가까지 포함)은 반대표 4개를 얻으면 베스트 게시판으로 이동될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해, 70여 개의 아이디를 서로 돌려쓰면서 반대 행위를 해왔다는 것이다. 그들은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 혹은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에 대해서 반대 행위를 했다. 진 의원은 너무나도 정치 편향적인 이들의 행위를 대북심리전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신경민 : 『국정원을 말한다』는 짧게는 지난 해 12월 11일, 멀게는 2008, 2009년부터 NLL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지금 굉장히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가 12월 11일 역삼동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도 대부분 이슈들이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MB 정권 이후에 국정원 업무의 우선 사항에서 북한이 밀려난 것은 대단히 심각한 사안입니다. 지금 국정원이 대북 관련 보고하는 내용들 대부분은 외신의 정보에 기인한 것들이거나,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반복하는 거예요. 대북 정보가 거의 망가졌다는 거죠. 그건 평화의 안전판이 망가졌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북한을 잘 모른다는 거예요. 우리가 북한을 얼마나 볼 수 있느냐, 라는 문제가 굉장히 위험한 지경에 이른 겁니다.




국정원의 셀프 개혁, 가능할까?

『국정원을 말한다』강연회의 마지막은 국정원 댓글 사건의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 진행 상황과, 국정원 개혁 방안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신경민 저자와 진선미 의원, 프로파일러 표창원 세 사람이 함께 나눈 이야기들 중 일부를 전한다.

진선미 : 트위터와 관련해서는 아직 전면적으로 기소조차 되어 있지 않은데 당연히 추가 기소 될 겁니다. 원세훈 전 원장이 나경원 후보가 서울시장 재ㆍ보선에서 떨어진 이유를 ‘SNS 상에 1억 원 피부과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SNS를 전면 보강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자 2012년 12월에 전격적으로 트위터 전담 요원들이 20명이 보강됐어요. 이들이 1년 내내 트위터 활용해서 남긴 글들이 수천만 건입니다. 봇프로그램까지 돌려가면서 활동했어요. 그 안에 국정원 직원이 쓴 것이 명백한 계정들이 있고요, 그 계정들은 박근혜 후보 공식캠프의 홍보성 글들과 십알단의 윤정훈 목사의 글을 옮겨 날랐습니다. 국정조사 국면에서 국정원을 편들던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의 글도 깨알같이 리트윗했더군요. 엄청나게 정치 편향적인 걸 처음부터 기도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표창원 : 국정원 개혁 방안의 답은 간단하거든요. 3가지입니다. 민주적인 통제장치의 확립, 국내와 해외 정치의 기관적 분리, 정보와 수사의 분리. 이 세 가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개혁이 아니거든요. 셀프 개혁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스스로가 개혁할 수 있는 조직이 있죠. 그러한 기관의 특징은 오픈 되어 있다는 거예요. 공개되어 있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그 개혁 과정을 밖에서 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셀프 개혁이 가능한데요. 국정원 같은 보안 비밀이 유지되는 곳이 셀프 개혁한다? 저는 전 세계에서 한 번도 그 유례를 찾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개혁이란 말을 붙이면 개혁에 대한 명예훼손이죠. 모욕이 될 수도 있고요.

국제적인 정보관련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정보기관의 핵심은 딱 한 가지거든요. ‘보안주의(비밀주의)가 더 중요한가, 책임성이 더 중요한가’예요. 국정원 사건도 그렇잖아요. 진실 밝히라고 하니까 보안, 비밀 내세워서 진술 못 듣게 하잖아요. 국정 조사에서 얼굴 가리자고 가림막 설치하자고 하고요. 그런데 학계에서의 결론은 보안과 책임성이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책임성이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전혁직 CIA 요원 300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했는데요. 비밀과 보안을 생명으로 알고 살아왔던 그 사람들의 70%가 ‘정보기관에서 책임성의 문제와 보안성의 문제가 부딪히는 상황일 때 더 중요한 것은 책임성이다’ 이렇게 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무조건 비밀주의, 보안주의 안에 자신들의 불법과 비리와 잘못을 감추려고 하고 있거든요. 이건 안 되는 거예요.


표창원 프로파일러는 지금의 국정원 사태에서 ‘정보기관의 책임성’에 대한 학계의 목소리가 전무한 상황에 일침을 가했다. 정보나 행정, 법 집행 관련 학회와 학계들이 모두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는 현실이 그 원인이라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그만큼 지금의 국정원이 학계마저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괴물 공룡’ 상태이기 때문에 셀프 개혁이란 더더욱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셀프 개혁을 내세운다면, 그것은 다음 정권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가 국정원 개혁 방안 중 한 가지로 꼽았던 ‘정보와 수사의 분리’는 정보기관은 수사권을 가지면 안 된다는 원칙에 근거한 것이다. ‘비밀주의’를 생명으로 하는 정보 보안과 ‘적법 절차 공개성’을 원칙으로 하는 수사가 하나의 기관에서 이루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을 말한다』의 이야기는, 강연회가 그러했던 것처럼 ‘국정조사와 국정원 개혁 방안’에 대한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난 대선 결과의 부당성이나 재선거의 당위성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국정원이라는 국가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국정원을 말한다』에 담긴 이야기는 좌ㆍ우의 누구라도 자신의 논리를 가지고 비판적으로 접근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아마도 그러한 ‘다양한 지점에서의 접점들’이 많아질수록 국정원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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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나, 김동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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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을 말한다신경민 저 | 비타베아타
이 책은 야당의 초선 국회의원인 신경민이 국정원의 정치 횡행에 맞서 당의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 특위 위원장으로서 겪은 270일간의 ‘항쟁’ 기록이다. 크게 5부로 구성돼어 있는 이 책의 제1부는 역삼동 오피스텔 댓글녀 사건, 제2부는 권은희 과장의 양심발언과 이후 국정조사 합의까지의 숨 가쁜 정국 상황, 제3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발언을 공개하고 나선 국정원의 역습, 제4부는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49일간의 국정조사와 그 비화, 제5부는 국정원을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돌리기 위한 개혁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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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끔찍한 범죄를 당한 1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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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는 한국 사회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심도 있는 담론보다는 화제에 머무는 경우도 많다. 오늘 독자들에게 선보일 책은 그래서 더 새롭고 놀랍다. 『누가 무지개 깃발을 짓밟는가』는 성적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끔찍한 범죄를 당했던 희생자 14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성적소수자에 관한 단순한 논의를 넘어 궁극적으로 인권과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스티븐 스프링클 교수는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가르친다. 그는 인권을 깊이 생각하는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17일 저녁 홍대 리브로에서 독자들을 만난 스프링클 교수는 한국에서 책을 낸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책은 그의 개인적인 동기에서 비롯되기도 한 것이다. 신학교 교수로 재직 중 커밍아웃을 한 그는 수차례 혐오범죄의 위협을 받아야 했다. 그가 이날 강연에 참석한 독자들에게 들려준 사람들의 이야기는 스프링클 교수의 노력과 열정의 산물이다. 그는 많은 시간과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사건 조사에 매달려,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반 성소수자 혐오 범죄’의 구조적 문제를 파헤쳤다. 이 날은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가 함께했다. 그는 얼마 전 동성결혼식을 올린 화제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통역은 스프링클 교수의 동료인 강남순 교수가 맡았다.

스프링클 교수는 이 책에 나오는 한 희생자의 엄마의 말을 언급하며 이야기의 시작을 열었다. 15살의 어린 나이에 죽임을 당한, 나바호 인디언 소년의 엄마가 스프링클 교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Please remember my child.” (부디 내 아이를 기억해주세요)

이들의 바람을 담은 스프링클 교수의 오랜 열정 끝에 성적소수자 14명은 우리의 기억 속에 머물 수 있게 되었다. 스프링클 교수는 이 책의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그 이야기가 우리에게 연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책 속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단지 흥밋거리가 아니라, 우리의 구체적인 삶과 연결되는 이들이다. 일과 희망 그리고 꿈을 공유하는 같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그리고 이들은 바로 우리의 이웃, 친구, 형제일 수 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1982부터 지금까지 약 13,000명이 성적소수자라는 이유로 피해와 죽임을 당했다. 사회적 편견이나 개인적인 절망감으로 자살한 이도 수천 명에 이른다. 스프링클 교수는 이들의 죽임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더 이상 고통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다.

그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 중 두 명의 이야기를 청중에게 전한다. 라이언(7장)과 사키아(8장)의 이야기였다. 인종도, 환경도 달랐던 이들의 죽음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두 사람은 성적소수자를 향한 극단혐오로 희생되었다. 이는 단지 개개인에 대한 죽임이 아니라, LGBT 공동체를 향한 강한 메시지라고 스프링클 교수는 말한다. 표적살인을 통해 LGBT 공동체에게 경고와 협박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가해자들이 갖는 편견은 별안간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왜곡된 편견과 증오감을 주입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의 비극이 아니라, 이 이야기들이 어떤 사회적 의미를 담는지 봐야한다는 것이 스프링클 교수의 생각이다.

한국은 특히 성적소수자에 대한 언급이나 커밍아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스프링클 교수는 이를 두고 위험이 잠재되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말하기 싫어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추천하는 것은 벽장(closet)에서 나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사랑하고 즐김으로써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바로 그가 그랬듯이 말이다.

스프링클 교수가 만난 희생자의 부모님들은 하나같이 이런 말을 했다.

“Don't let this happen to anyone else child.”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사회전체가 이런 인식을 하게 될 때 훨씬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강연 내내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았던 스프링클 교수는 편협하고 무지한 누군가가 짓밟아 놓은 무지개다리를 다시 잇는 희망의 건설자였다. 스프링클 교수에 이어 김조광수 감독이 입을 열었다. 그는 이 책을 읽으며 또 다른 종류의 혐오범죄를 떠올렸다고 했다.

“빨갱이라는 명목으로,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약한 존재들이다. 이들에 대한 혐오의 생각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환산되면, 가해자들은 또 다른 대상을 찾을 것이다. 내 이야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금 당장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이 이야기를 외면해버린다면 우리는 더 많은 혐오범죄의 희생자들을 목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는 이 책을 선뜻 읽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자신과 같은 성적소수자들의 이야기가 끔찍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피해 기록이야말로 듣고 싶지도, 보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알아야한다고 생각해 책을 읽었고, 추천사를 썼다. 그리고 읽는 중에 자신도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독자들도 두려워하지 말고, 함께 읽어줄 것을 부탁했다.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스프링클 : 2000년, 혐오범죄 방지 법안이 처음 등장했다. 당시 성적소수자에 대한 고용, 거주의 문제 등을 보호하는 법이 없었다. 나는 그 때 시의회에 가서, 차별방지법에 대한 토론에 참여했다. 400여명이 모여 토론을 벌이는 터라 나에겐 2분 정도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핵심만 이야기했다. "성적소수자들의 권리가 보호되어야한다“

그 후, 집에 온 나는 보이스 메일을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내가 어디로 출근하고 언제 오는지 다 알고 있고,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나의 신조차도 나를 끔찍하게 여길거라는 폭언과 함께 어느 날 집에 다시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협박도 있었다. 두려움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피해를 당하진 않았지만, 그것이 계기가 되어 다른 성적소수자들의 고통과 위협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조사를 하다가 그들에 대한 혐오범죄에 대한 연구가 거의 전무함을 알게 되었다.


김조광수(이후 김) : 나조차도 이런 위협은 받지 않았다. 트위터, 메일 등으로 욕설은 많이 받아봤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성적소수자들이 이러한 협박에 위축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일거다.

스프링클 : 당신이 위협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그래도 결혼식 때 오물투척 사건 이후로는 누군가가 나에게 친절하게 한다든가, 차를 태워준다고 하면 혹시 염산 같은 것을 뿌리지는 않을까 두렵다.

이 책의 2장을 통해 성경의 레위기, 로마서를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반론하는 근거도 이 부분이다. 신학자로서 이에 대한 반론이 가능한지?

물론이다. 비단 이 두 구절뿐만이 아니다. 사실 성서에는 동성 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많지 않다. 모세라는 중요한 인물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예수도 마찬가지였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예수가 아닌 딴 것만 보고 있다.

문제는 성서 자체가 아니라, 성서해석이 많이 왜곡되어있고, 본문과 다른 내용도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레위기 18, 20장이 그렇다. ‘남자가 여자와 자는 것처럼 남자와 남자가 자는 것은 죄다.’ 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사실, 이 책은 그 뿐 아니라 ‘혼합섬유를 입어도 중한 죄’라고도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죄를 안 지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좌중 웃음) 성서를 문자적으로만 해석하는 사람들이라면 왜 혼합섬유로 된 옷을 입고, 새우를 먹는가? (레위기에는 새우 등의 생물을 먹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레위기에는 밭에 각기 다른 종자를 심으면 안 된다는 구절도 있다.

그 당시 성서는, 누가 누구와 사랑하고 잔다는 것이 포인트가 아니라 깨끗하고 순전한 것이 포인트였다. 순수성에 대한 메타포로써 이교도 신앙과 본래의 신앙을 섞지 말라는 의미로 봐야한다. 즉, 동성애라기보다는 이단, 이교도에 대한 구절이다. 따라서 지금의 우리에게 적용될 수 없다고 본다. 성서를 잘 안다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진짜 그들이 원하는 것에 한 구절만을 맞추는 행위를 하고 있다.

또한, 로마서 1장은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가장 흔하게 인용된다. 그런데 성서에는 레즈비언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용인되어도 괜찮은 것인가? 바울은 비자연적인 내적욕구를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여자가 공부하던 행위는 비자연적이었다. 그것이 지금에 적용될 수 있을까?

바울 역시 레위기 저자처럼 우상숭배와 이교사상에 관심을 두었다. 창조주가 아닌 창조물에 관심을 두는 행위를 한탄한 것이다. 전후맥락을 읽어보면, 우상숭배에 대한 다양한 양태를 언급하는데, 오직 우상숭배에 대한 것이 하나님의 의에 반하는 행위였다. 나는 텍스트를 매우 조심스럽게 읽을 것을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교회나 대학 안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의 말을 들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방안이 있는지?

: ‘혐오는 범죄다’라고 얘기해줘야 한다.
스프링클 : 같은 맥락이다. 증오는 항상 옳지 않다.(Hatred is never all right.) 농담처럼 얘기한다 해도, 그 사람에게 불편하고 거북하고 고통스러운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고 싶은지 물어볼 것 같다.
: 일부에서는 혐오도 권리이며, 표현의 자유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인권억압, 인권축소는 권리가 될 수 없다.

스프링클 교수는 책의 일곱 번째 장의 주인공인 라이언 스키퍼의 죽음 후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계획된 혐오범죄에 의해 79번 칼에 찔려 죽은 라이언 스키퍼. 그를 죽인 가해자는 살인을 통해 라이언을 이 세상에서 지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지 모른다. 아무도 그의 죽음에 관심 갖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웃과 가족들은 미국 전역을 다니며, 성적 소수자 아이들이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를 기억하기 위해 라이언의 형은 자신의 딸의 이름을 라이언 스키퍼로 지었다. 새로운 라이언 스키퍼(brand-new)는 살아서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가 스프링클 교수에게 한 말처럼 라이언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My son has not died in vain). 그를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용기 있는 노력이 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만들었다. 이처럼 더 이상 성적취향의 문제로 생명을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나아가 그 어떤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당하는 일이 없도록 이 사회를 만드는 것은 누군가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용감한 14명의 성적 소수자들, 그들의 용감한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기로 한 당신의 결심이 그 용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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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무지개 깃발을 짓밟는가스티븐 스프링클 저/황용연 역 | 알마
이 책은 성소수자에게 적대적인 문화 속에서 살아가다가 혐오 범죄로 희생당한 열네 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스프링클은 이 책에서 누군가에게는 사랑스럽고 소중했던 한 생명이 거부와 무지라는 돌밭에서 자란 폭력으로 어떻게 희생되었는지 낱낱이 보여준다. 성소수자 혐오범죄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매튜 셰퍼드를 비롯해 꽃도 피워보지 못한 어린 나이에 혐오범죄로 생을 마감한 어린 소년에 이르기까지 증오로 사라져간 이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윤태호, 허지웅, 주호민이 함께한 ‘미생 빠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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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이하 미생)』에는 흔한 연애ㆍ성공 스토리가 없다. 총알이 빗발쳐도 무조건 살아남는 히어로적인 주인공도 없다. 그저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현실적이면서도 간명하게 보여줄 뿐이다.

『미생』은 프로바둑기사 입문에 실패한 주인공 장그래가 대기업 상사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졸 출신의 장그래는 ‘정사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뛰지만, 회사는 그에게 쉽게 곁을 내주지 않았다. 만화의 제목인 ‘미생(未生)’은 두 집을 만들어야 완전히 살아 있게 되는 상태(완생ㆍ完生)인 바둑판에서 한 집만 있어 언제든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히트작 『이끼』를 그린 윤태호 작가가 지난해 1월부터 1년 7개월가량 온라인 포털 다음에 연재한 것으로 올 7월 시즌 1 연재를 마쳤다. 10월에는 9권의 종이책으로 발행되기도 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지난 10월 16일 윤태호 작가의 북 콘서트가 열렸다. 이름 하여 ‘미생 빠 데이’. 직장인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린 웹툰답게 콘서트 장에는 회사원으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사람이 많았다. 퇴근 후 서둘러 홍대를 찾아서인지 한 손에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들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북 콘서트는 영화평론가 허지웅 기자의 사회로 진행됐다. 허지웅 기자는 자신의 회사생활 경험을 토대로『미생』을 해석하며 질문을 던졌다. 윤태호 작가는 강직하면서도 소탈하게 답변해주었다. 이날에는 ‘하찌와 TJ’로 이름을 알린 조태준과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메인테마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에브리싱글데이의 축하공연과 함께 만화가 주호민이 특별 게스트로 참가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감미로운 노래와 함께 윤태호 작가의 속 깊은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 1부_ 시즌2는 내년 가을에 나올 예정

허지웅 : 우리가 소위 기업, 특히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톱니바퀴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며 자기비하 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생』이란 작품은 톱니바퀴 하나하나에 인간의 얼굴을 덧씌워준 어찌 보면 고맙고 놀라운 작품인데요. 윤 작가님은 조직에 몸담고 있는 직원이 가져야할 태도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윤태호 : 창작물에서 절대 권력에 속한 사람을 다룰 때 독자, 관객은 대부분 주인공이 혁명가가 되길 바라요. 저 역시 그러했고요. 사실 그건 어마어마한 판타지에요. 저는 회사가 개인의 가치를 이루기 위해 가는 곳은 아니지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결과적으로 그 가치가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가 보고서를 쓰기 위해 밤새 고민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밑에 달린 댓글을 보면 ‘뭐 그렇게 까지 일을 해’라는 말도 있죠. 하지만 저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사람들이 바보라서 그렇게 일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리고 싶었어요.

허지웅 : 회사에 다녀본 적은 없죠?

윤태호 : 전혀 없죠.

허지웅 : 관료제에 대한 기존의 인상은 어땠나요?

윤태호 : 제가 20대일 때는 ‘넌 보수야’라는 말을 굉장히 불쾌하게 받아들였어요. ‘젊은이라면 무조건 진보지’라는 생각도 있었죠. 그런데 『미생』을 그리면서 사회 구조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 나가는지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생각이 바뀌었어요. 전 보수더라고요. 대기업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어요. 잘못된 부분에 대해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잖아요. 그런 곳이 무조건 잘못된 곳이기만 할까요? 물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대단히 많은 관심을 가져 옳게 만들어야한다고도 생각해요.

허지웅 : 『미생』이 관료제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거나 옹호하는 것 아니냐, 라는 비판도 받으실 것 같아요.

윤태호 : 굉장히 많이 받았죠. ‘본격 관료제 옹호 만화’라는 댓글도 많았고요. 일기를 쓸 때도 가끔은 글의 완성을 높이기 위해 기억을 조작하기도 하잖아요. 시나리오를 쓸 때도 지금까지 써 온 문장의 힘 때문에 그 뒤 결말이 내 뜻과 다르게 표현되는 경우가 있고요. 물론 내공 있는 분은 글을 흐름대로 두는 게 아니라, 중심을 잡아 끝까지 본래대로 밀고 나가죠. 하지만 전 관성에 따라 쓴 부분이 있어요.

허지웅 : 동시에 연재했던 작품이 『내부자들』이잖아요. 위와 같은 비판에 대한 균형을 잡고자 혹은 피해가고자 쓴 게 아닌지(웃음)?

윤태호 : 『내부자들』기획할 땐 제가 진보인 줄 알았어요(웃음). 제가 회사에 한 번도 다녀본 적이 없다보니 잘 정돈된 매뉴얼, 시스템에 매혹되는 지점이 있어요.

허지웅 :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잖아요.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국의 닌텐도나 스티브잡스를 만들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요. 이건 제 생각도 아니고 사전적인 의미로서 ‘시스템’은 최저의 평균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만드는 것이지, 천재를 만들기 위한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미생』에서 표현되고 있는 관료제 시스템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를 담고 있었어요. 저 역시 방금 전 말씀하신 것처럼 ‘작가의 판타지가 녹아있는 것 아닐까’ 라고 생각했어요.




윤태호 : 장그래가 속한 영업3팀은 직장인에게 꿈동산 같은 곳이죠. ‘회사에 들어가면 이렇게 일하고 싶어, 직급을 단다면 이렇게 되고 싶어’와 같은 판타지. 나머지 팀을 통해서는 왜 직장이 꿈동산 같을 수 없는지에 대해 보여주고자 했어요.

허지웅 : 개인적으로 오차장 캐릭터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굉장히 좋은 캐릭터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절대 오차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볼 때 오차장은 ‘아이언 맨’같은 슈퍼 히어로예요(웃음). 저도 직장생활을 10년 했는데, 만약 오차장 반만큼이나 되는 사람을 만났다면 그곳에서 뼈를 묻었을 거예요. 윤 작가님은 오차장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윤태호 : 오차장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고 가장 애쓰는 캐릭터예요. 우리는 회사에 인간관계를 맺으러 가는 게 아니라 일을 하러 가는 건데, 그곳에서 너무나 많은 ‘게임’을 하잖아요. 가끔 아내 아이디로 직장인 커뮤니티에 들어가곤 하는데, 회사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대부분 사람 때문에 힘들어 하죠. 사실 평생 안 볼 사람이라면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겠지만, 회사 사람은 그럴 수 없잖아요. 오차장은 굉장히 드라이하지만 공정한 사람이에요. ‘월급 받았으면 빨리 집에 들어가’라고 말하는 상사를 더 바라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서 이 캐릭터를 만들게 됐어요.

허지웅 : 장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형적인 주인공 캐릭터는 아니거든요.

윤태호 : 한국기원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4~5세 정도 되는 바둑 영재들은 프로기사의 기보(棋譜)를 보면서 밤새도록 바둑을 둔대요. 그 모습을 보며 부모는 두 가지 마음이 생긴다고 해요. 프로기사로 만들어 ‘제2의 이창호’로 만들 것이냐, 머리가 좋은 것에 만족하고 일반 학교에 진학할 것이냐.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바둑을 좋아하는 자녀를 보며 아이를 일반 학교에 진학시키기란 쉽지 않다고 해요. 그렇게 한국기원에 들어가면 진학은 대부분 검정고시로 해요. 그리고 18세까지 프로기사가 못 되면 퇴출되죠. 프로기사가 못 된다는 건 말 그대로 자신의 세계가 끝나는 일이라고 해요. 그래서 장그래는 과거 자신의 슬픔이 사사로워 질까봐 감정표현을 크게 하지 않아요. 딱 한번, 동기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자신만 이해하지 못하자 ‘정규교육을 받았으면 이렇지 않았을 텐데’라며 바둑을 뒀던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어졌을 때 펑펑 울죠.

허지웅 : 『미생』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또 독자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캐릭터가 있나요?

윤태호 : 제일 감정이입 되는 캐릭터는 워커홀릭인 오차장이고요. 독자들이 너무 몰라준다, 라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요르단 사업 비리 문제 때문에 좌천되었다가 오차장이 다시 모시게 된 부장이 있어요. 오차장이 코피를 흘리는 걸 본 부장이 ‘내가 오차장 자식 세 명 돌잡이 본 사람이야, 건강 챙겨’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임원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위해 잔혹한 판단을 내릴 때도 있지만, 10년 이상 알고 지낸 후배와 그 정도의 유대감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허지웅 : 『미생』시즌2는 언제쯤 나오나요?

윤태호 : 내년 9~10월 사이에 시즌2를 시작하려고 해요.




# 2부_ 윤태호 작가에겐 창작자의 방아쇠를 당기는 힘이 있다

허지웅 : 2부에서는 『신과 함께』의 주호민 작가와 계속 이야기하겠습니다. 주호민 작가님은 『미생』을 보고 개인적으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주호민 : 윤태호 작가님이 기획 과정에서 종합상사에 다니는 분들과 인터뷰할 때 같이 간 적이 있어요. 윤 작가님과 굉장히 친하더라고요.

허지웅 : 『미생』을 보면서 회사생활도 안 해봤는데 어떻게 이토록 디테일하게 그려냈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만화가에게 취재는 어떤 의미인가요?

주호민 : 악기로 치면 베이스 같은 거죠. 저는 『신과 함께』의 배경이 저승이라 사람을 취재할 수는 없고, 책을 많이 찾아봤어요(웃음). 그것도 일종의 취재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을 그리고자 한다면 많은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야 공감되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어요.

윤태호 : 『미생』은 지금까지의 제 작품과는 차원이 다르게 취재를 해야 했어요. 전 대학도 나오지 않았고, 회사생활도 한 적이 없기에 여의도 술집 같은데서 죽치고 앉아 사람들의 대화를 엿들었죠.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자주 들어가 봤고요. 사실 이번에 배우게 된 취재 노하우가 아는 척 하지 않기, 예요. 취재원 중에는 ‘내가 이런 것까지 말하면 작가를 너무 무시하는 건가?’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저는 아주 무식한(?) 포지션에서 ‘기초적인 것이라도 좋으니 다 말해 달라’고 했죠. 또 ‘먼지 같은 일을 하다 결국 먼지가 되는 거죠’와 같은 좋은 표현을 들었다면, ‘그 말 좋은데 제가 써도 되나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때 먼지 같다는 느낌을 받나요?’라고 질문을 되던지기도 하고요.

허지웅 : 취재원이 누구냐, 라는 질문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윤태호 : 옛날에는 문화부 기자와 인터뷰를 자주 했는데, 이젠 경제부 기자와 해요. 경제부 기자는 꼭 종합상사에 다니는 직원을 데리고 와서 함께 인터뷰하더라고요. 그때마다 묻는 질문이 ‘어느 회사를 배경으로 했냐’예요. 특히 대우인터내셔널 직원 분들이 자기네 회사 책상과 똑같다고 말하면서 ‘우리 회사가 배경인 것 아니냐’고 많이 물으세요. 안타깝게도 사무실 배경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에요.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상 위가 너무 현대적인 느낌이라 초록색으로 바꿨는데, 대우인터내셔널 직원 분들이 그렇게 느끼고 즐겨주셨다면 저야 감사하죠(웃음).

허지웅 : 윤태호 작가님의 많은 작품이 영화화 되었는데요. 작가님의 작품에는 창작자의 방아쇠를 당기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주호민 작가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주호민 : 방아쇠를 당기기보다 좌절감을 많이 주죠. 이 재미와 감동이라니! 전 그저 재밌게 읽을 뿐이에요. 뭔가 허술하면 ‘이것보다 내가 더 재밌게 그릴 수 있어’라고 할 테지만, 그저 전 독자가 될 뿐입니다(웃음).

허지웅 : 윤태호 작가님은 원작자로서 영화화할 때 얼마나 관여 하나요?

윤태호 : 『이끼』할 때는 웹툰 연재 중에 영화 계약이 되는 바람에 강우석 감독님과 일주일에 1~2회 정도 만나면서 계속 대화를 했어요. 저는 강풀 작가처럼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놓는 게 아니라, 워낙 장편 연재니까 징검다리만 만들어놓고 작업에 들어가요. 『이끼』가 기획부터 연재까지 5년이 걸렸으니까요. 5년 뒤에 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미리 뭔가를 정해놓을 수 없는 거예요. 강우석 감독님이 계속 묻는데 선뜻 대답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때는 저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시나리오 회의에도 계속 참여했고, 원작에도 없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어요. 각본을 정지훈 감독님이 썼는데, 원작과 톤이 달라서 제가 손을 좀 보기도 했고요. 물론 원작자로서 개입한다는 게 아니라, 스텝의 일부로서 움직였던 것 같아요.

허지웅 : 윤 작가님 12월에 남극 가잖아요. 왜 가는지 설명을 해주시죠.

윤태호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극지연구소가 후원하는 ‘극지 노마딕 레지던스’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격년으로 시행되는 건데 이번엔 저와 소설 『생강』, 『잘 가라 서커스』의 천운영 작가, 영화 <해피 엔드>, <은교>의 정지우 감독, 싱어송라이터 이이언, 일러스트레이터 이강훈 씨가 팀을 이뤄 남극에 가요. 갖다 와서 전시를 하며 되는데, 저는 웹툰으로 만들고 싶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카메라도 구입했죠. 12월 초에 가서 4주 일정으로 다녀올 것 같아요.




# 3부_ 독자와의 일문일답

안영이 캐릭터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어요. 엘리트지만 여성으로서 어느 한계를 넘지 못하는 캐릭터로 설정한 건지, 시즌2에 더 많은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윤태호 : 남은 이야기가 더 있고요. 한계선을 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게임을 시작한다는 의미였어요. 일을 하면서 여성 편집자를 많이 만났는데 그분들은 제가 만난 어떤 남성보다 기가 세고 결단력이 있어요. 사실 『미생』캐릭터 중 한 명은 엘리트로 만들고 싶었는데 남성이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여성으로 했고요. ‘엘리트지만 분명 여성이기에 좌절되는 어느 지점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넘어섰을 때 어떤 일이 펼쳐질까’라는 궁금증에 그리게 됐어요.

『미생』시즌2 외 어떤 작품을 연재할 계획이세요?

윤태호 : 남극 다녀오면 내년 3월부터 신안 앞바다 도굴꾼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이끼』에서 본질적인 악당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하나의 악을 행하기 위해 열심히 애쓰는, 근면 성실한 악당을 다뤄보려고요.

저는 취업 준비생인데요. 유명 만화가가 되기까지 불안감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작가님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주호민 작가님께도 질문이 있는데요. 『무한동력』의 장선재라는 인물의 이름을 따 아드님 이름을 지어주었잖아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주호민 : 아들이 1월에 태어났는데, 이름을 주선재라고 지었어요. 사실 전 캐릭터 이름을 주로 지인의 이름을 따다 한 글자만 바꿔 사용하곤 했는데요. 『무한동력』의 장선재만 선한 느낌을 주면서도 평범하고 뜻이 좋은 이름을 고심하다 지었어요. 먼저 선(先)자에 재목 재(材)자를 따서 가장 먼저 베어지는 나무라는 뜻이죠. 사실 아내는 이 이름을 반대했어요. 『무한동력』의 장선재가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캐릭터였기 때문이죠. 아내에게 한문은 다르지만 불교에서 선재는 ‘뜻을 찾아나서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지녔다며 설득했고, 결국 아들 이름으로 지을 수 있었어요(웃음).

윤태호 : 저는 만화 외에 할 줄 아는 게 전무해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잘 하건 못 하건 하는 거죠. 그래서 불안감은 없었어요. 사실 『이끼』연재 전만 해도 정말 힘든 슬럼프 기간을 보냈어요. 어느 정도 비참했었냐 하면 한 스포츠 신문에서 연재 의뢰가 들어왔어요. 이현세 작가님의 작품 다음에 연재할 만화를 찾고 있다고 했죠. 3개월 열심히 준비해서 갔는데 퇴짜 맞고, 3개월 준비해서 다시 찾아갔는데 또 거절당하고… 결국엔 이현세 작가님의 데뷔작 『저 강은 알고 있다』가 재 연재 됐어요. 이현세 작가님이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한 대가의 데뷔작보다 못한 평가를 받으니까 좌절하게 되더라고요. 또 그 당시엔 1년에 1000만 원 밖에 못 버는 데다 아내가 생활비를 빌리러 다녀야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 저는 지금까지도 연재가 종료되면 담당자에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이 잘 먹고 살았습니다’라고 문자해요.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성공을 염두하고, 그것을 탐하며 산 적이 없어요. 그저 열심히 살 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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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새벽같이 일어나 기보책을 보며 혼자 바둑돌을 놓아보던 아이였다. 열한 살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갔고, 7년간 오직 바둑판 위의 세계에서만 살았다. 그리고… 입단에 실패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도피하듯 사회에 나왔다. 바둑밖에 모르던 삶에서 철저히 바둑을 지운 삶으로… 차갑고 냉정하지만 혼자가 아닌 일터로… 그렇게, 전혀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베스트셀러 『이끼』 의 작가 윤태호. 그가 연결하는 바둑과 인생은 어떤 그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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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 사회의 도래와 창궐

팔꿈치 사회. 1982년, 독일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던 말이다. 강 교수는 1980년대 초 본격 도래한 신자유주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 이전부터 그것이 싹 텄다곤 해도 대처 영국 수상과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를 펼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맞은 위기를 관통하며 자본과 국가가 새로운 전략으로 펼쳐낸 것이 신자유주의 시대의 도래였다. 국가의 간섭을 타파하고자 한 것이 고전주의적 자유주의였는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모순을 배태하자 탄생한 것이 신자유주의였다. 그리고 경쟁력 있는 기업, 개인만 살아남는다면서 경쟁력의 기준을 세계화시켰다.

“한국에선 김영삼 정권 때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당신의 경쟁 상대는 누구입니까?”라는 카피를 내건 광고였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고 조장한 것이 198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이었다. 자기 인생을 설계하고 실현하는데 도움을 주기는커녕 자본은 끊임없는 돈벌이와 이권을 위해 움직이도록 한 배후조정자였다. 친구, 동료, 이웃을 경쟁상대로 여기게 하고 전쟁터에 있는 것처럼 우리를 긴장시키고 우리의 삶을 평화롭게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마비시켰다.”

이렇게 신자유주의가 창궐하는 팔꿈치 사회는, 우리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푸근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줬을까 아니면 스트레스 사회로 가게 했을까. 빤한 결론이다. ‘가방끈의 길이’라는 상징을 통해 강 교수는 과거와 지금의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과거, 우리는 가방끈이 짧아도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를 삶으로 가르치고 배웠다. 양적으로 가난하고 부족해도 작은 것이라도 귀하게 여기고 아주 작은 벌레라도 생명을 소중하게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강 교수는 되묻는다. 가방끈의 길이가 과거보다 길어지고, 등록금도 줄기차게 증가했으나 심성의 심화나 의식세계의 지평이 넓어졌는가. 공부에 투자한 시간과 돈과 열정이 높아졌음에도, 자율성과 공동체성이 더 충만하고 꽃피고 풍성해졌는가. 당연히, 아니다!

임금 수준을 놓고 ‘귀족노동자’로 불리는 현상에 대해서도 말한다. 강 교수는 “겉으로 보기에 임금의 격차가 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상대적인 고임금을 받는다고 귀족노동자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아니라는 것이다. 귀족노동자로 지칭되는 사람들의 노동을 보면 기본급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잔업, 특근 등을 해야만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러니 누군가는 365일 가운데 363일을 일한다. 목숨을 걸고 일을 한다. 과로사로 쓰러질 수 있는 위험을 품고서. 그런데, 왜, 도대체 왜?

그 절박함에는 국제통화기금(IMF)라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우선 자리한다. 당시 엄청난 숫자의 노동자가 정리해고를 당했고, 노조도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했다. 살아 있을 때 돈 많이 벌어야 한다는 삶의 위기가 실존을 흔들었다. 강 교수는 둘째 이유로 우리 삶에 화폐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한국은 학비, 주거비, 노후 등에 대한 공적지출이 7~8%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0%대, 북유럽은 30%대임을 감안하면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 너무 크다. 한국은 삶의 비용 요인을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정도가 낮은 반면 사교육비, 주거비, 통신비 등 개인이 부담해야 할 화폐 의존도가 높다. 이를 사회적으로 풀어내지 못하는 정치적 무능함까지 겹치다보니 노동의 강도와 양은 점점 커지고 많아질 수밖에.

“피곤을 느낌에도 그것을 부정하다 쓰러지는 일중독 상태에 도달했다. 또 소비중독 세계와 맞물리면서 사람을 노동에 옭아매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삶의 질, 행복을 기준으로 보면 고임금 노동자도 행복하게 살고 있지 못하다. 아빠의 존재감은 월급날에야 드러난다. 지금,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 아버지 상이 있다. 삶의 비용 상승과 기업, 노조 등을 더 이상 믿고 의지하기 힘든 사회다. 노조에서도 안전한 노동과 삶의 질을 요구하는 소리는 줄고 물량을 더 당겨와 잔업을 많이 가져오는 사람이 대의원이 된다. 비극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강 교수는 “경제 운영 논리가 ‘너 죽고 나 살자’로 가고 있다”면서도 “사람이 사는데 경쟁의 원리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역사를 봐도 협력하고 소통하는 부족이나 민족이 외침이나 자연 재해 앞에서 효과적으로 잘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경쟁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

“이반 일리치의 『탈학교의 사회(학교 없는 사회)』를 보면 이반 일리치는 굉장히 근본주의적이다. 이 책은 학교라는 제도가 없어지면 학습동기를 더 키워준다는 내용이다. 교육이 제도화하는 바람에 사람은 뼈만 남고 통제 대상이 되고 차별과 편견의 근거가 됐다는 거다. 초중고 거치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게 시험이었지 않나. 학교가 스스로 발표하는 사람으로서 상호 소통하고 배우고 나누는 공간으로 발전한다면, 제도권 대학이 아니라도 공부의 공간, 학교가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이런 면에서 이반 일리치의 탈제도화 테제는 중요한 아이디어 같다.”

그렇다면 자본이 요구하는 획일적인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강 교수, 삶의 인생관부터가 출발이라고 말했다. 제도에 나를 끼워 맞추기보다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인생을 멋지게 설계하면서 좋은 친구와 배우자를 만나, 마을이나 지역에서 신바람 나게 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

“병원을 생각해보자. 지금의 많은 병원에는 호의, 우애, 우정, 환대가 결여돼 있지 않나. 병원이 제도화되다보니 치료 시스템은 잘 돼 있지만, 환자에게 공감하고 스스로 이겨내는 힘을 길러내는데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없는 거지. 제도의 서비스를 받는 대가는 비싸지고 개별적으로 각개 전투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많이 벌어야 하니 과로하거나 사기를 쳐야하고. 삶의 질이 떨어지고 도덕성을 타락하는 구도가 나온다.”

강 교수는 거듭 ‘나부터’라는 명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나 혼자 변하기만 하면 된다는 믿음 때문이 아니다. 전체 변화를 꿈꾸고 소망하는 한편, 나부터 실천하려는 몸부림이 없다면,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해 손가락질할 때 힘이 없어진다는 것. 나부터 바꾸면 손가락에 힘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바람직한 사회상은 무엇일까. 팔꿈치로 옆 사람을 쳐야만 하는 경쟁과 분열의 사회가 아닌 협동하고 서로 돕고 소통하는 사회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 사회로 어떻게 가면 될까. 강 교수는 한 반핵운동가의 이야기를 꺼냈다.




『민주주의에 반하다』라는 책을 보면 한 반핵운동가는 매년 히로시마 원폭 투하일마다 1인 시위를 한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왜 이렇게 하나, 이런다고 세상이 바뀌나? 그는 답한다. 이런다고 세상이 바뀌겠습니까. 나는 최소한 세상이 나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멋지지 않나. 우리말로 줏대 있는 삶이다. 주체성이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학벌, 자격증, 상 등은 우리가 입은 옷 중의 하나다. 철학, 소신, 생각이 우리의 본질이라면 본질에 충실한 삶이 세상을 바꿔나가는 미시적인 기초가 아닐까.”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꺼낸다. 밥상, 텃밭, 화장실, 아이 교육, 마을, 지역사회 등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시작했고, 하게 됐다. 밥상머리에서 아이들에게도 “밥이 똥이고, 똥이 밥이라고 세뇌”시키면서 ‘나로부터의 출발’을 강조했다.

“국정지표를 걱정하는 대통령이라면 국정과제 1호로 농업, 식량자급을 내걸어야 한다. 집의 밥상을 어머니가 차린다면 국민의 밥상은 농민은 차린다. 농사가 살아나야만 세계에 나가도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현미밥을 먹은 게 10년이 넘었고, 텃밭을 하면서 스스로 생명을 일궈서 내가 생명계의 순환으로 돌아간다는 기쁨이 크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도 베란다에 텃밭을 가꿀 수 있다. 쿠바는 소련이 붕괴하면서 각종 경제 지원 등이 끊기자 유기농으로 채소와 과일을 심고, 소식을 하면서 자급률이 95%를 넘었다. 우리나라는 진정한 의미의 자급률은 5% 밖에 안 된다. 농민과의 태도, 흙과의 태도를 나부터 바꾸고 실천하는 것이 나라 정책을 바꾸는 미시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미시적인 변화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문제는 탐욕이다. 적정함을 우리는 잊었다. 먹고 사는데 필요한 만큼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면 더 좋으나 우리는 탐욕을 끊임없이 증식시킨다. 강 교수는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을 넓혀가고 사회적인 요구를 하는 것에도 신경 쓸 것을 권했다. 그는 자신부터 실천하는 것 중의 하나를 꺼낸다. 길을 가다가 나무 의자나 탁자를 발견하면 이를 주워 와서 고쳐 쓴다. 이것을 기쁨이라고 했다. 삶의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의 학교는 개성을 말살한다. 고비용 저효율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부터 실천을 확장해서 마을이나 지역의 교육이나 문화를 바꿔 내거나 공론의 장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그럼으로써 더불어 하는 실천으로 확장할 수 있다. 나부터 실천하는 경험이나 의지가 강할수록 더불어 하고 싶은 마음도 개방적으로 나올 수 있다. 나부터 끈질기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비슷한 사람을 보면 동지를 만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마음을 통해서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을 만들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바닷물은 짜다. 소금은 얼마나 들어가 있을까. 바닷물 100g에 소금은 3~4g이다. 바닷물 100g에 이 정도만 들어있어도 짠 맛을 낸다. 세상을 바꿔나가는 실천도 3~4명이 시작해도 가능하다. 제대로 토론하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중단 없이 옹골차게 나간다면 세상을 바꿔나가는 유기농 밑거름이 될 것이다.”




Q&A

경쟁을 내면화하고 싶지 않다. 회사생활 등에서 강제하는 압박에 대해 어떻게 처신하면 될까?

우리가 공통적으로 직면하는 현실이 아닐까. 두 가지 방향에서 말하고 싶다. 하나는 내가 느끼는 현실을 말해야 한다. 자꾸! 또 그 현실에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조건은 있지 않겠는가. 그것을 찾아야 한다.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노동의 방식 등을 마음속 아우성으로만 담아 놓지 말고 펼쳐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말하기는 정치적인 행위다. 노조도 목소리 내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둘째로 경쟁이 없는 사회, 경쟁을 지양하는 사회에 대한 상상이나 실천을 할 필요가 있다. 독일 경영학 용어 중에 ‘내면적 사표’라는 말이 있다. 직장에 속해 있으면서도, 만약 직장이 나의 자아실현이나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몸은 직장에 있지만 내면은 직장을 떠나는 것이다. 대안을 찾을 때까지만 그 직장에 있는 거지.


아울러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율성과 공동체성을 담보할 수 있는 형태의 경제방식, 활동방식을 만들면 좋겠다. 기업이나 정부는 이미 사람들에게 일자리, 삶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능력에서 한계에 부딪혔다.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것을 찾아내고 함께 만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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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 사회강수돌 저 | 갈라파고스
『팔꿈치 사회』는 한국사회의 체제를 규정하고 강제하는 ‘경쟁’의 다층적 의미를 사회학적 담론에 편입시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 경쟁의 기원과 그것이 갖는 기능과 부작용, 경쟁에 내재된 현대인들의 이데올로기와 무의식을 정치 경제 사회 권력과의 연관관계 속에서 탐문하고 있다. 강수돌 교수는 한국사회가 경쟁이 끊임없이 내면화되고 모든 가치를 압도하는 팔꿈치 사회, 승자독식 사회, 일중독 사회가 되어버렸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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